[Review]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돈키호테>

글 입력 2018.11.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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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본 발레 공연이 언제였더라. 5년쯤 전에 봤던 백조의 호수가 마지막인 것 같긴 한데, 기억이 또렷하진 않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자주 갔었던 것 같은데, 발레 공연은 자주 보러 가지 않았던 것 같다. 5년만에 바로 이 ‘돈키호테’로 발레를 다시 만나게 됐다.

 발레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좌석 위치가 아쉽다는 생각을 늘 했다. ‘단차가 거의 없는 공연장일지라도 2,3층보다는 1층에서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라고 항상 생각했었다. 2층이나 3층은 음악을 듣거나 전체적인 대형을 보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움직임과 연기를 자세히 보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연을 볼 때마다 ‘1층에 한 번 앉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1층 좌석에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공연이 이전에 관람했던 발레들과 비슷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좌석 덕분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중력을 150% 발휘하여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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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발레단이 상당히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명한 발레단인 것은 알았지만 이들이 왜 이렇게 유명하고 오래도록 사랑받는지 그 이유는 몰랐는데,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표정, 동작과 음악, 의상부터 무대까지 관객을 실망시키는 요소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아트인사이트에서 감사하게도 무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좌석을 주셔서 무용수들의 연기를 매우 자세하게, 표정까지 볼 수 있었다. 손끝과 발끝 뿐 아니라 모든 신체를 활용하여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는데, 표정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케스트라의 곡조에 따라 동작 뿐 아니라 표정에도 연기하는 것처럼 변화를 주어 극의 전개를 표현하는 것을 포착하고 나서는 이들의 무대가 늘 주목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작들과 세심한 표정 연기들을 통해 무대 위 무용수들이 극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관객들이 극의 스토리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오도록 하는 엄청난 힘이 있었다. 관객 모두가 마치 ‘돈키호테’라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완전히 극 속에 빠져들게 했다.

의상과 무대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의상을 황금색 조명이 비추니 우아함이 배가 됐다. 투우사의 천의 붉은 색상과 연분홍, 연노랑 등의 파스텔 톤 색상들이 다채롭게 활용되어 볼거리를 더했다. 무대의 뒷 배경들은 모두 평면에 작업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근감이 느껴졌다. 이는 무대 공간을 완전히 소설 속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고, 관람객들이 무대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예술적 요소들에 더욱 집중하도록 했다.

더불어, 스토리라인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 공연의 제목이 ‘돈키호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돈키호테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하고 난 후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극의 전반적인 내용을 미리 알고 간 관객에게는 이 공연이 아주 흥미롭게 다가왔을 것이지만, 내용을 모른 채 공연을 본 관객에게는 공연 내용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전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미리 알고 공연장에 갔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연이 주인공 돈키호테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늘 익숙했던 관점에서의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주인공보다는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인물에게 집중하여 짜여진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극을 완성했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고전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새로운 것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 공연의 스토리가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러시아의 발레 공연을 언젠가 한 번은 꼭 보고 싶었는데, 오랜 전통의 마린스키 발레단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게 되어 행복했다. 이번 겨울에 러시아를 방문할 일이 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발레에 대한 너무나 좋은 기억이 생겨 벌써부터 사이트에 들락날락하며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체크하고 있다. 이 리뷰를 쓰는 도중에는 유튜브에 ‘마린스키 발레단’ 을 검색해 지난 공연 영상들을 감상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동작과 음악에, 아무래도 단단히 빠진 것 같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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