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마한 에스파하니와 골드베르크 변주곡

글 입력 2018.11.1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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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Signature

마한 에스파하니 Harpsichord


2018년 11월 22일(목) 오후 8시



2018년 금호아트홀이 엄선한 세계적인 바로크 음악 명장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바로크 Signature>에는 그 네 번째 순서로 하프시코드 슈퍼스타 마한 에스파하니가 기다리고 있다. 이 연주회에 꼭 가고 싶은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하프시코드로 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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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틀어놓았다. 피아노의 맑은 소리를 통해 들리는 선율에서는 바로크시대의 색깔이 가득 담겨있다. 피아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이라 해도 좋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사실은 불면증 치료를 위하여 탄생한 작품이라는 일화가 있다.


독일 드레스덴 주재의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업무를 보기 위해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었는데 당시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유명한 음악 애호가였고, 고트리프 골드베르크라는 클라비어 연주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매일 밤 골드베르크에게 음악을 연주시켜 잠을 자보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불면증은 좀처럼 낫질 않았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면제 대용으로 쓰일 수 있는 곡을 바흐에게 의뢰하였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 지금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그 효과가 좋았는지 백작은 금으로 만든 잔에 금화를 가득 채워 바흐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렇게 불면증이 있는 사람을 잠에 들게 할 정도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음악인 동시에 수학적으로 정교한 음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불면증 치료용으로 작곡되었다기에는 너무 아름답고도 정교해 잠을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이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바흐가 받은 선물 가치의

천 배라도 모자랄 것이다."


-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

(Johann Nikolaus Forkel)



"18세기 최고의 변주곡"


- 카를 가이링거(Karl Geiringer)

미국 음악학자



본래 바흐 자신이 붙인 제목은 <2단 건반 클라비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변주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클라비어 연습곡>이라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30개의 변주곡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처음과 끝에 아리아가 배치되어있다.


변주곡이란 하나의 주제를 박자, 리듬, 선율 등의 변화를 통해 음악을 전개시켜나가는 음악의 형식인데,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이렇게 위대한 평가를 받는 것은 단순히 리듬이나 선율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전주곡, 토카타, 춤곡, 서곡, 캐논, 푸가 등 각종의 다른 음악장르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심화된 변주를 보였다는데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연주자에 따라 각양각색의 연주가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음악들도 그러하겠지만 이 작품처럼 35분에서 90분까지 극단적으로 연주시간이 달라지는 작품은 드물다. 그 한쪽 극단에 서있는 연주자가 바로 글렌 굴드인데 그의 최고의 명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1955년의 음반에서는 기존의 해석과 악보에 있는 도돌이표를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시종일관 빠른 템포로 35분만에 연주를 완료해버린다. 그와 정 반대에 서있는 연주자는 로잘린 투렉으로, 그녀가 발매한 음반은 연주시간이 80분을 훌쩍 넘는다.


물론 같은 곡인데도 하프시코드로 연주할 때와 피아노로 연주할 때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바흐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위의 두 연주자와는 또 다른 바흐를 마한 에스파하니의 연주를 통해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마한 에스파하니

Mahan Esfahani | Harpsich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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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기교와 청중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표현력은 에스파하니가 하프시코드 해석의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 가디언



마한 에스파하니는 주요 콘서트 악기로서 하프시코드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을 일생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유럽, 아시아, 북미 전역의 청중과 평단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새로운 곡을 위촉하는 등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선보이고 있다. 그는 하프시코디스트로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BBC 뉴 제너레이션 아티스트(2008-2010)에 선정되었고, 보를레티 뷔토니상(2009)을 수상하였으며 그라모폰지 올해의 아티스트(2014, 2015, 2017)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런던 위그모어홀, 바비칸 센터, 도쿄 오지홀, 베이징 포비든 시티 콘서트홀, 상하이 콘서트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멜버른 리사이틀 센터, 링컨센터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취리히 톤할레, 빈 콘체르트하우스, 샌프란시스코 퍼포먼스, 92nd 스트리트 Y,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뮤직 페스티벌, 쾰른 필하모니,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올드버러 페스티벌, 마드리드 푼다시오 후안 마르치 재단, 베르겐 페스티벌, 메클렌부르크 포어 포메른 페스티벌, 베이루트 알 부스탄 페스티벌, 예루살렘 아트 페스티벌,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과 같은 주요 공연장과 시리즈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또한 시카고 심포니, BBC 심포니,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멜버른 심포니, 오클랜드 필하모니아, 체코 라디오 심포니, 나바라 오케스트라, 몰타 필하모닉, 오르후스 심포니, 함부르크 심포니,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브리튼 신포니아, 그리고 그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아티스틱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2018년 봄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포함한 이번 시즌의 주요 공연으로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의 독주회와 바이올리니스트 리자 페르슈트만과의 튀링겐 바흐 페스티벌 무대, 카머아카데미 포츠담과의 협연이 있다. 또한 2009년 데뷔이래 위그모어홀에서 진행해 온 장기 프로젝트인 J.S. 바흐의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 전곡 연주 시리즈도 계속 이어진다.


그의 다양하고 풍부한 디스코그래피를 자랑하며, 그 중 하이페리온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C.P.E. 바흐 뷔르템베르크 소나타 음반은 2014 그라모폰 어워드에서 수상하였고, 라모 클라브생 작품 전곡집 음반은 그라모폰 어워드와 뉴욕 타임즈 평단이 선정하는 2014 올해의 음반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표한 두 장의 음반 중 ‘Time Present and Time Past’는 프랑스 쇼크 드 클라시카를 수상하였고, 2016년 8월에 발매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영국과 해외 매체로부터 호평 받으며 독일 음반 비평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2017년 BBC 뮤직 매거진 기악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또한 루도빅 모를로의 지휘 아래 시애틀 심포니와 뒤티외의 곡을 녹음하였고, 위그모어홀 실황 음반은 그에게 다시 그라모폰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2016년에는 그가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전설적인 연주자 미칼라 페트리와의 코렐리 듀오 연주 음반으로 ICMA상을 수상하였다.


마한 에스파하니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음악학과 역사를 공부했으며, 보스턴에서 피터 와치혼에게 하프시코드를 배우기 시작하여 체코의 유명 하프시코디스트 주자나 루슈이치코바 사사로 공부를 마쳤다. 옥스포드의 뉴 칼리지에서 3년간 상주음악가 활동을 마친 후에는 옥스포드 케블 칼리지의 명예회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런던 길드홀 음악연극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BBC 라디오 3과 라디오 4의 해설자이자 레코드 리뷰, 빌딩 어 라이브러리, 선데이 피쳐와 같은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선데이 피쳐를 통해서는 클래식 음악 분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곡가들의 역사에 대한 두 개의 다큐멘터리에 이어 현재 그의 세 번째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작업하고 있다. 마한 에스파하니는 1984년 테헤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밀라노와 런던을 거쳐 현재 프라하에 거주 중이다.



[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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