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걸 아우르기엔 너무 벅찬 것일까 <서울패션페스티벌 2018>

Fashion Meets(?) Music and Halloween
글 입력 2018.11.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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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서울패션페스티벌 2018>
Seoul Fashio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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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건 조화였다. 음악, 패션, 할로윈이 단순한 열거가 아닌 하나의 분위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찾은 <서울패션페스티벌 2018>에선 여전히 음악이 강한 메인이었고, 타이틀의 '패션'은 힙겹게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할로윈은 글쎄, 물음표를 남겼다.



색다른 런웨이, 독특한 무대가 주는 특별함


공연은 좋았다. 늘 그렇듯. 사람들은 대중적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등장에 열광했고, 무대에 선 그들도 기량을 펼쳤다. 패션쇼 또한, 워킹하는 모델이 별다른 교감 없이 굳은 표정으로 런웨이를 활보하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등, 관객과의 거리를 줄이며 진행되었다.

특히, 스트릿 감성을 내세운 D-ANTIDOTE의 경우가 눈에 띄었다. 쇼의 마무리에서 네다섯 명의 모델이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에 맞춰 군무를 소화했고, 뒤편의 다른 모델들 역시 다 같이 몸을 움직이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런웨이를 걷던 모델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은 확실히 이번 페스티벌이 만들어준 특별한 순간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DJ DROPGUN의 디제잉에 맞춰 펼쳐진 서커스도 색다른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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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패션과 퍼포먼스가 음악과의 조합을 꾀하려 한다고 해도, 대중음악 무대에 비교해 전체적인 지지가 터무니없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패션’을 내건 타이틀이 음악 무대 사이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 가수의 무대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패션쇼가 이어졌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의 집중은 중구난방으로 분산되었다.



펜스를 잡았는데, 왜 놀지 못하니


현장에서 느낀 큰 문제는 관객의 에너지였다. 사실, 상대적으로 다수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무대라 할지라도, 관객의 상기된 에너지로 얼마든지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크다면 말이다. 그러나, 펜스를 잡고도 놀지 못하는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나는 절망했다.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펜스는 그저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가수들만을 보기 위한 자리로 보였다. DROPGUN과 DJ ISSAC의 디제잉이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놀고 싶은 사람도 주춤하게 만드는 스탠딩석의 분위기는 무대 위 디제이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이 미안한 마음은 체육관 밖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안쪽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으며 또 날씨가 추운 탓도 있지만, 외부에 설치된 여러 개의 팝업스토어에 손님은 하나도 없었으며, 부스 안의 사람들 역시 뻘쭘하고 지루한 표정이었다. 처음 팝업스토어를 목격했을 때 이미 이런 ‘아무도 없어서 못 가겠다’식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는 스토어 옆의 팝업스테이지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실내 체육관 내부가 아닌 건물 밖에 준비된 외부 스테이지 공간엔 텅 빈 객석을 상대로 디제이 혼자 디제잉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객석 선 바깥에서 외로운 디제잉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음악이 마음에 들어도, 마치 한번 저 디제이 앞으로 간 순간 차마 떠나지 못하고 발이 묶일 것만 같은 느낌은 페스티벌을 즐기려고 간 내게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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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이덴티티


할로윈 컨셉은 이 페스티벌에서 장단의 역할을 했다. 정말 이도 저도 아니게 느껴질 수 있는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가까스로 모아 할로윈 이미지로나마 포장했다. 페스티벌 자체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 이미 보장된 이미지를 가져와 지배적인 인상이 주도된 것이 아쉬웠다. 더군다나, 패션페스티벌의 컨셉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패션에서 할로윈을 많이 느낄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정말 ‘아, 예전에 그 축제 뭐였지’ 꼴이 될 것 같기에, 이를 탓하지는 않겠다. 다만, 앞으로의 컨셉과 정체성이 있어 정말 많은 고민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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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페스티벌>은 하나의 컨셉이나 주제에서 시작했다기보다, 요소요소를 합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요소가 그것만으로 당연히 발휘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이것을 안정감 있게 한데 묶는 정체성과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내게 ‘음악, 패션, 할로윈’으로 다가온 <서울패션페스티벌 2018>이 앞으로 있을 회차에선 부디 ‘음악+패션+SFF만의 정체성’으로 어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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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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