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FILO

글 입력 2018.11.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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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영화, 언어, 사랑 이 세 가지의 단어를 좋아한다.


이 세 단어는 표면 그대로의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담아내고 있어서일까.


영화 비평 잡지 ‘필로’가 내세우는 세 단어는 최소한의 단어로 표지를 채운 것만큼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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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기고 ‘편집의 글-귀한 위로’가 나왔다.

 


영화 앞에서도 비슷한 심정일 때가 많다.

자주 세상의 소란보다 스크린의 심연에 끌리지만,

언제까지 그 앞에서 고독만 씹을 수 없음을 안다.

사람인 이상 그 매혹과 공포를,

때로는 무료와 분노도,

누군가와 나누며 심사를 달래고 용기도 얻어야 한다.


- '귀한 위로' 中 -



나는 영화가 좋다.


영화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고 한다면, 영화는 배우와 감독. 그리고 짜인 각본대로 완성하는 일종의 작품이긴 하나,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또 다른 감정과 가르침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은 사람 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지금 상영하고 있는 영화 밴드 ‘여신’을 담아낸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사람들은 그의 노래들이 전설이라고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30분간의 노래 속에서 나는 ‘프레디’의 외로움과 고독함도 느껴졌다. 종교적인 집안의 반대와, 성 소수자로 살아가야 했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프레디’의 지난날들, 그리고 훗날 자신을 비로소 받아들이고 사랑했지만, 에이즈에 걸려 자신의 삶을 노래로 정리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노래와 공연을 했던 그의 노래 속엔 뭔가 모를 울컥함이 있었다.


이렇듯 영화는 나에게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황과 감정을 안아준다. 이 잡지에서는 어떤 영화들을 어떤 시점으로 보아왔는지 궁금했다.




목차



‘필로’는 평론가/영화별 10개의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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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우 카세 료의 '스즈키 가족의 거짓말'외 영화에 관한 요즘 감상 노트

2. 남다은 '린 온 파트' - 사막을 걷고 밤을 건너

3. 정한석 '버닝' - 이창동의 꽃병

4. 김병규의 '산책하는 침략자' - 부축하는 연인들

5. 아오야마 신지 '풀잎들' - 영화는 거기 있었다.

6. 허문영 '더 스퀘어' - 스크린 붕괴의 두려움

7. 이후경 '더 임파서블 : 풀 아웃' -액션은 저 너머에 있다.

8. 정홍수 '모래의 여자' - 삶이라는 지속, 영화의 충실성

9. 장 미셸 프로동 클로드 란즈만 -비가시사의 현시자

10. 손시내 '디트로이트'- 응답 없는 노래



그 중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던 목차는 ‘버닝’과 ‘미션 임파서블 : 풀 아웃’이었다. 물론 내가 이 영화들을 봤기 때문에 글의 내용에 동의하는 면과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커서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느꼈던 건, 이 내용은 영화를 소개한다거나 홍보하는 그런 매체물이 아니다.


우리들이 이 영화를 보고 흡사 토론회를 열 듯, 인물들의 대사나 구조, 영화 속의 상황과 그에 따른 연관된 어떠한 사건, 실마리, 영화 등을 가져와서 비교한다. 그래서 보고 나서 읽으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수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판’을 읽을 것. 그러니까 게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영화평론가 정한석 씨의 '이창동의 꽃병' 목차를 읽었을 때는 단순히 영화 ‘버닝’에서 인물의 관계들과 심리적인 부분을 ‘게임’이라고 표현한 거에서 놀라웠다.


영화가 풀어나가는 장면들을 게임의 신호라고 표현하며 영화의 장면을 자세히 설명해줘서 연상되게끔 엮어나가고 있다. 게임 심화 1,2,3 등 단락을 지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하며 비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인물의 추상적인 면에 대한 의견으로는 ‘단어’의 의미를 잘 살려내 여러 형용사를 나열하여 비유하는 것보다 더 가까운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가령 ‘벤’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추정에 대한 심증의 언어로 ‘재미’라고 말했다. 가장 위력적인 밴의 ‘재미’는 악의 심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하나의 영화에 대한 다양하고 소신 있는 의견들과 비평을 한다. 내용 중 하지만 한편으로 '버닝'에 대한 비판만을 나열하는 것은 너무 손쉬운 일이 된다. 나는 그릇된 극찬에 동의할 수 없었고 손쉬운 비판에 속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이 글을 봐도 글을 쓰면서 평론가가 얼마나 정성을 쏟았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영화를 관찰하고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고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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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시종일관 폭주한다.



글을 읽고 다시 한번 ‘미션 임파서블 : 풀 아웃’을 보고 싶었다. 잡지의 전체적인 느낌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대사 하나하나 쪼개어 깊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면 처음 봤을 때와의 깊이감이 다를 것이다.



‘크루즈의 액션은

연기보다 곡예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기는 잘했느냐 못했느냐로 성패가 평가되지만,

곡예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성패가 갈려버린다.

애초에 곡예를 할 수 없는 다른 배우들은

그와 한 스크린에 존재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마성의 체력으로

혼자 폭주하는 크루즈만이 스크린에 현존하게 된다.’


- 본문 내용 中-



어떻게 보면 나와 생각했던 부분이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이자면, 미션임파서블의 시리즈가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톰 크루즈의 폭주하는 연기를 지켜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필자의 말대로 순항과 관객 사이에 스크린이란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해야 하고, 관객은 스펙터클을 함부로 자기 것으로 점유할 수 없는 위치에 끝까지 남겨져야 한다고 하지만 관객은 이러한 위치를 즐기며 크루즈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인지, 관객이 정해놓은 한계치 그 이상을 깰 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보며 전통액션의 시리즈를 관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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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렸던,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은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재밌었다’ 혹은 ‘재미없었다’의 두 가지 대답으로 끝날 뻔했던 영화들을 다시금 자세히 뜯어보며 영화의 이해도를 높이고 독자에게 다시 한번 판단 할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영화의 비평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같이 동시에 해볼 수 있는 책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목차에 나와 있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봤었던 사람에게는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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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란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의 행로로 옮겨보고자 하는 격월간 잡지다.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5명의 영화평론가 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허문영이 국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고, 매호 다양한 해외, 초대 필진이 함께 최근까지 상영되었거나, 앞으로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대 영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필로 FILO

- 2018.9/10 -


펴낸곳 : 매거진 필로 편집부


분야 : 잡지 > 예술/대중문화


쪽 수 : 160쪽


발행일 : 2018년 09월 07일


정가 : 14,400원


[유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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