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말 안 해도 다 아는 건 없다 [공연]

'우리서로각자서로'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글 입력 2018.10.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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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는 누구도 아닌 엄마만큼은 내 마음을 다 알아줄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한 마디만 해도 엄마는 내가 하려는 그 다음 말도 다 알고 계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화를 내셨을 땐 좀 충격이었다. “말 안 하면 내가 어떻게 아니?” 당연히 내 마음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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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이기적이다. 우리는 이제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님을 알고 있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히 세상이 자기 주위를 도는 줄로만 알았다. 이는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각자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전제해왔다는 증거이다. 흔히 개인의 삶을 영화로 비유하곤 한다. 모든 시나리오는 나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타인들은 주체에게 있어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이다. 주체의 세계는 그의 사유들로 구성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을 타인들과 공유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유아 때의 개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세계가 온전히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험난한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대중과 개인의 관계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어떤 그룹으로 조직화 되었을 때 그 구성원들은 가끔 착각에 빠진다. 모두가 같은 지향성을 가지고 있으니,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착각이다. 대중은 하나의 경향성을 지닌 집합이지만 그 속의 개인들은 각자의 취미와 이성을 지닌 개별화된 주체이다. 이러한 개인들이 대중으로 통합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공감과 같은 감정을 통해 그들의 주관이 사회 전반에서 보편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결국 타인에게서 자기 자신의 어떠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일종의 윤리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그가 본인과 비슷한 사고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연대 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면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대중과 그에 속하고 있는 개인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사회 속에서 개인들은 서로의 이해 관계에 맞는 하나의 계약을 성립한 것과 다름없다. 내가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나와 그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부분일 뿐이며 ‘나’의 범주를 뛰어넘는 영역은 영원히 미지의 세계로 남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은 객관적인 지표도 될 수 없다. ‘나’라는 이름의 프리즘은 타인을 여러 조각으로 분해하여 내 주관에 따라 그의 이미지를 재조립하고, 선택적으로 공감한다. ‘나’와 ‘너’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으며 ‘우리’를 조직하지만 결국 그건 필요성에 의한 관계에 불과하다. 나의 감정은 너의 감정과 같을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끝내 닿을 수 없다.


인생은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귀결된다. “나는 누구인가”. 톨스토이처럼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산다고 가볍게 대답하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사랑이 뭔지부터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끝내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고 주체의 세계는 무한히 확장된다. 그러나 이 사회 속에서 남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타인과 비로소 소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어떤 누군가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때 스스로에 대한 고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감정을 이해함으로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 없는 대상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를 단어로 정의하고 난 후에는 그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기 수월해 지듯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될 때 타인에게 존재하는, 그와 유사한 지점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이 타인과의 교집합에 불과하다면 나의 세계를 확장함으로서 그 공통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경험을 통해 ‘상대방이 내게 직접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거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듯, 이기적인 개인은 스스로의 관점을 통해서 비로소 타인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세계에 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세계에서 너를 발견하면서부터 우리는 서로의 관점으로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2018 서로단막극장
- 우리서로각자서로 -


일자
2018.10.25(목) ~ 11.04(일)
2018.11.08(목) ~ 11.11(일)
2018.11.15(목) ~ 11.18(일)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 5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장소 : 서촌공간 서로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
서촌공간 서로
E-Won Art Factory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60분




문의
서촌공간 서로
02-73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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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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