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살이는 [사람]

서울에 사는 외로운 떠돌이들에게
글 입력 2018.10.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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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길거리.jpg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요즘 자꾸만 서울이라는 단어가 발에 채고 머리를 돌아다녔다. 그래서 타협했다. 그래, 너를 써줄게. 할 말이 많은가 보구나. 어르고 달래서 물어봤다. 뭐가 그리 슬프고 억울해서 나에게 왔냐고.


그렇게 내 속에 쌓인 단편적인 기억들과, 그럴 때마다 나를 위로해준 노래들이 모여 글을 쓰게 되었다. 뭐든, 이야기란 그런 거지 않겠나.


그래서 이건,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위압감에 휩싸이며 동경하며 때론 외로워한 나의 이야기다.




소울, 아니 서울메이트



옥탑방 고양이.jpg
 


얼마 전에 예매 1위 연극이라는 <옥탑방 고양이>를 봤다. 두 남녀가 이중계약으로 묶여 옥탑방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 이야기보다, 뿌려진 웃음코드보다 나는 주인공과 고양이들의 서울살이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꿈과 성공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여자. 버려져 골목을 전전하며 살기 위해 싸우고 버텼던 고양이. 서울에 터전과 성공을 위해 올라왔지만, 서울살이는 때론 버겁고 힘들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서울이란 공간에서 버티는 모습이 닮아 슬펐다.


그렇지만 서로 함께하며 외롭기도 한 서울살이에 위로가 되어준다.


겨양이의 말처럼.


“이 더럽고 힘든 서울살이가 너로 인해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누군가 나의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려 한다는 건, 미처 막지 못한 바람이 나에게 와도 그리 춥지 않다는 결말 같아 때론 한없이 외로워지는 서울살이가 조금, 안심되었다.





지도엔 없는 곳으로

가려고 집을 나선 날

바람이 몹시도 불었네

그대론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몇 개의 다리를 끊었네



나의 서울을 얘기해 보겠다.


나에게 서울은

빌딩이 많고, 높고,

차가 많고,

사람도 억수로 많은 곳이다.


낮이나 밤이나 화려한 곳

꿈과 희망과 좌절과 외로움이 모이는 곳이다

타협과 순응의 공간

때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2018년 현실 속 서울은 조금 외로운 것 같다. 화려하고 예쁘지만 힘들고 지치기도 하는 곳이다.


혹 너무 우울해 놀랐나. 이 글은 알쓸신잡처럼 깊이 있는 서울의 역사와 공간적 개념과 다를 것이다. 이건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으로 느낀 서울에 대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서울 이곳은



횡단보도.jpg
 


내가 기억하는 서울의 첫인상은 담배 연기였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버스가 코엑스에 도착해 내리자마자 본 높다란 빌딩 위에 올려진 대형스크린과 매캐한 담배 연기. 일직선으로 걷는 내내 사이사이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그런 광경이 신기했었다.


아니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담배 연기가 많이 나는가! 서울은 공원 전체가 흡연 구역인가 생각했다.


냄새가 싫었다기보다 매우 신기했다. 서울이란 그런 곳인가 싶었다.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걸어도 걸어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는 곳. 그걸 보며 생각했던 것 같다. 서울은 이다지 좋아 보이는데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것도 같다고. 표정에 감정이 없어 보였다. 이제야 추측해보자면 그때 내린 장소가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건물 옆이었던 것 같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휴학을 하자마자 여행을 가겠다고 광화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인가, 9시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그때 마침 직장인들도 반주하고 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누가 봐도 젊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보이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꼿꼿하게 서서 동료들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방황하는 눈동자로.


그걸 보자, 예전에 대학생이 되어 종로를 처음 와봤다는 나를 쌈밥집으로 데려간 친구가 떠올랐다.


유명 신문사들이 모여 있는 높은 빌딩을 보며 내가 정말 높다고, 사람들이 다들 저기서 일하는 건가. 라고 했을 때 친구가 말했다.


그니까. 저기 어딘가에 내 자리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그 친구가 참 애쓴다 생각했다. 왜 저기서 일하고 싶어 하지. 갑갑하고 획일적일 것 같은데.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친 그 말이 어느새 나도 취업 고민을 하는 때가 오고 책임지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하며 공감이 갔다. 그래서 그 직장인들을 보며 안쓰러움과 동시에 부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서울을 돌아 걷고 싶었던 지난날과 서울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내가 가장 이질적인 존재 같아 외로워진 날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많은 사람 속에서 외로워질 때가 있지 않나.


그 여러 갈래로 나뉜 횡단보도에, 아직도 불 켜진 곳이 많던 빌딩에, 빨간 등을 끄고 유령처럼 어딘가로 일제히 사라지는 차들에, 찬 공기에 휩쓸려 어딘가로 흩어지는 사람들에 괜히 쓸쓸해졌다.


그리고 그것에 취해가는 내 모습을 본다. 그건 좋은 걸까 좋지 않은 걸까. 모르겠다.


*




서울살이는 조금 힘들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

쳐다보다가도 저 사람의 오늘의 땀

내 것보다도 짠맛일지 몰라



그런 풍경들이 어지러이 섞일 때, 나는 어디에 서 있나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서 있고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뭐 나는 달리 살겠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답도 없다는 걸 안다.


그저 그런 기분에 휩싸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 혼자 같고 외롭고 쓸쓸한 순간들이 있다고. 그럼에도 나는 그저 살아갈 것이라고. 열심히 살아갈 뿐이라고. 그러다 지금처럼 문득 서서 지금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여긴 어디인지 생각해보며 그래도 내 존재를 잊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의 서울은 어떤 곳이냐고.


만약 당신이 서울에 사는 외로운 떠돌이라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런 생각들이 ‘나’와 ‘너’를 살아 있게 할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 너무 외롭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14기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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