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장군의 발톱>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공연]

베세토 페스티벌 <오장군의 발톱>
글 입력 2018.10.1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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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5회째인 베세토 페스티벌이 광주에서 개최되었다. 베세토 페스티벌은 한중일 3국이 만나 아시아 공연예술이 가진 가치를 선보이고 공유하는데 굉장한 의의가 있다. 이번엔 아시아 문화예술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자리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곳의 설립취지는 베세토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한다. 그리하여 이 장소와 페스티벌 각각이 지닌 의미가 더욱 증폭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시아 예술이 품고 있는 위력을 몸소 느끼기 위해 이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공연은 <오장군의 발톱>이다. 1994년 제1회 베세토 페스티벌에 참여한 의미 있는 작품이자, 최근엔 영화로 제작된 유명한 작품이다. 전쟁이라는 소재를 통해 참혹성, 파괴, 분열 등에 대해 되짚어 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중심에 있는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인간성, 내재된 본성 등을 고찰하게 한다. 이에 대해 관심을 품고 이 공연을 선택하게 되었다.




1. lib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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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장군의 발톱>은 일본의 ‘libido’라는 극단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극단은 작품마다 출연진과 스태프가 바뀌는 프로젝트 단체이다. 다른 극단들과 다르게 변화가 잦은 그룹인 듯 하다. 이 잦은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리비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예술을 표현한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스토리, 감정, 무대 등 모든 것을 진심으로 쏟아낸다. 그리하여 프로젝트 단체라는 구성에 대해, 선을 긋지 않고 계속해서 뻗어나가 한계가 없는 그룹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사전에 이번 공연에 관한 조사를 했을 때, 일본의 배우들이 극을 진행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일본의 배우들이 풀어나간다니 궁금하기도 했고 기대되기도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인사의 글을 받아보았다. 연출가 아와사와 테츠야의 말에 따르면, <오장군의 발톱>을 창작하며 ‘모르는 것’과 ‘이해 못하는 것’을 풀어나가는 나날들이었다고 한다. 이 날들이 모여, 한국에 대해 그리고 전쟁에 대해 고민하고 풀어간 흔적과 노력들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조금 거리가 있는 전쟁이라는 소재를, 리비도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고자 하였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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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장군은 어머니 그리고 암소 먹쇠와 함께 시골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부이다. 같은 동네에는 애인인 꽃분이가 살고 있다. 먹쇠와 노래를 부르고, 어머니 품에서 낮잠을 자고, 꽃분이와 사랑을 키우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징집영장이 날아온다. 나라의 뜻을 거역하면 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경고에 오장군은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오장군은 순하고 어리버리한 성격에 군대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총을 무서워하고,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을 어려워하던 그는 결국 군대 내 선임들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히게 된다. 군 생활 중,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오장군을 포함한 병사들은 손톱과 머리카락을 잘라두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오장군은 발톱까지 깎아 고향으로 보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오장군은 입대 날짜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동네의 오장군이라는 또 다른 동명이인의 징집영장을 착각하여, 자신의 입대 날짜 보다 일찍 입소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군대 내 병사들에게 의심을 사게 된다. 아군이 아니라 몰래 보내진 간첩, 적군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게 되었다. 여러 번의 의미 없는 심문 끝에 오장군은 결국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하고 만다. 어머니와 꽃분이, 먹쇠는 돌아오지 않는 오장군을 깊이 그리워하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3. 눈과 귀로 즐긴 <오장군의 발톱>



<오장군의 발톱>은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인 요소가 굉장히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먼저, 무대는 큰 철조망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무대의 바닥과 철조망엔 다양한 색과 조금 바랜 듯 한 옷들이 널려 있었고, 배우들도 이와 같은 분위기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극의 배경이 전쟁의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하였다. 평온하고 넉넉한 시대가 아닌 불안하고 가난한 시대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각적인 부분들이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이게 하였다.


또한 청각적인 요소들은 공연 내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핸드 벨,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카혼 등 다양한 악기를 이용하여 각 장면마다 어울리는 효과음들을 만들어 냈다. 배우들의 대사에 따라, 극의 분위기에 따라 각양각색의 음이 흘러나왔다. 놀라웠던 점은 이 다양하고 섬세한 효과음들이 스피커가 아닌 배우들의 연주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집중하여 합을 맞추어, 그 어떤 웅장한 악기보다 멋진 음 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덕분에 긴장, 슬픔, 웃음, 고민 등 모든 순간적인 감정들에 집중하여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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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음으로 느낀 <오장군의 발톱>



먼저, 전쟁이 가져오는 ‘파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전쟁으로 인해 평화롭던 오장군의 둘레는 깨지게 되었다. 그의 둘레에 품고 있던 어머니와의 애정, 먹쇠와의 일상, 꽃분이의 사랑은 한순간에 흐트러졌다. 전쟁은 이들의 관계를 더 이상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게끔 파괴시켰다. 전쟁이라는 비극은 한 나라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을 망가트린 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구조적인 삶뿐만 아니라 전쟁은 인간의 내면을 파괴시킨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징집, 무조건적인 복종만이 가득한 군대 내의 규율, 전쟁을 대비한 총기 사용 등은 순박한 오장군의 내면을 할퀸다. 이해할 수 없지만 행해야만 하고, 잘하지 못하면 욕을 먹는 이곳에서 오장군은 혼란을 겪고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기다리며 자신을 갉아먹고 피폐해지게 된다. 오장군 한명으로 대표되어 내용이 전개되었지만, 당시 많은 오장군들이 있었을 것이다. 전쟁이 불러온 삶과 내면의 파괴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을 낳았을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전쟁의 중심에 있는 ‘인간’에 대해 고민해 본다. 동쪽나라와 서쪽나라의 인간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각자의 이기심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추구하는 바를 좇기 위해 희생과 싸움을 당연시 여긴다.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개개인의 행복을 앗아가고,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며, 약자는 철저히 소외된다. 인간의 본성 중 원하는 것을 갖고자 하는 탐욕이라는 성질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성공적인 전쟁의 필수 요소는 원활하게 흘러가는 군대 생활이다. 이 군대 생활에 차질을 일으키는 사람은 걸림돌로 여겨진다. 이 극에서 걸림돌의 역할은 오장군이다. 그가 같은 동네의 오장군의 징집영장을 잘못 받고 입대한 사실을 군대는 덮으려 한다. 군 측에서 영장을 잘못 발송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오장군이 잘못을 짊어지게 되고 이는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된다. 성공적인 전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질서 잡힌 군대를 만들기 위해 약자는 피해를 입고 소외된다.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한 집단이, 구성원이 그리고 개인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인간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존재인 것을 깨닫게 한다.


*


<오장군의 발톱>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 공연이다. 전쟁은 나라를 파괴시키고 개인의 삶을 파괴시키고 행복과 평화를 파괴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갖게 했다. 또한 이 과정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파헤침으로써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본성에 대해 고찰하게 만들었다.


극에서는 전쟁이라는 상황을 제시하였지만, 현재에서는 전쟁과 같은 극악의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총과 칼이 오가는 전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순간과 비극적인 순간이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철저히 맞서 싸우며 집단적 사고와 탐욕스러운 본성을 무조건적으로 좇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오장군의 발톱>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극에 담긴 메시지가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길잡이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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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베세토 페스티벌
- BeSeTo Festival 2018 -


일자
2018.10.13(토) ~ 10.28(일)

장소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단체
[한국]서울괴담
[일본]libido:
[일본]BIRD Theatre Company TOTTORI
[중국] 안후이성 휘극·경극원
[한국]그린피그
[말레이시아]Toccata Studio
[대만]Riverbed Theatre

주최
베세토 페스티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베세토 페스티벌 사무국
070-7918-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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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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