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자 걷지만, 혼자가 아닌 길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리뷰
글 입력 2018.10.17 13: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P20181008_144021697_A08E56CA-5E37-415B-BDE4-84F74A013656.JPG 



[Preview]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혼자 걷지만 혼자가 아닌 길>



산티아고 순례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은 유럽 각지에서 시작하여 스페인의 북서부 소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을 말한다. 출발지에 따라 여러 코스가 있지만, 오늘날 가장 많은 순례자가 걷는 길은 프랑스 국경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약 800km. 하루에 20km씩만 걸어도 40일이 걸리는 코스이다. 이 길고 긴 길을 걷기로 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한 가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넓디넓은 평원 또는 숲 가운데, 지평선까지 놓여있는 외길의 풍경. 생각만 해도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과 함께 걷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책에선 분명 혼자 출발했다고 적혀있지만, 책의 주인공이 혼자 걷는 모습은 드물게 나오는 장면이다. 자연스레 주위의 순례자들과 함께 걷고, 헤어지고, 먼저 가고, 늦게 가고.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다시 그들을 만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서로 속도가 다름에도 신기하게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난다고 한다.


분명 혼자 걷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



“까미노에서는 몇 가지 마법이 일어난다. 첫 번째는 만날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마법은 필요한 것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 처음엔 일부러 어떻게든 혼자 걸으려 애썼는데, 이제는 되는대로 하는 편이야. 모두 자기 속도대로 걷다 보면 함께 걷다가 저절로 혼자가 되더라. 혼자 걷다가도 만나야 할 사람은 다시 만나기도 하면서 말이야. 산티아고 순례길은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러나 혼자 걸어야만 하는 길이야. 거긴 지낼만 하니? 여기 오니 네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부디 안녕하길. 부엔 까미노.”


- 부르고스에서 재희



순례길을 걸으며 주인공과 만난 순례자 대부분은 첫 만남에도 이상하리만치 따스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동행하고 숙소에 머물며 서로 베푸는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같은 언어와 공기를 마시는 한국에서도 서로 그렇게 친절하진 않는데,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저 같은 길을 걷는다는 이유 때문일까? 다 같은 목적지가 있기 때문일까? 하여튼 그렇게 만난 순례자들은 신기하게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순례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수많은 생각을 얻게 된다. 배울 점을 찾아가기도 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아가기도 한다. 남을 통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알아간다. 혼자 걷기로 했던 여행에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 지금의 삶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고, 다시 만날 사람은 만나며 그들과 이뤄지는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사실은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인생임에도 말이다.



3667019904_qxs9DRwK_131.jpg
 


주인공이 순례길을 걸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초반에 자주 보이던 얼굴은 줄어들게 된다. 많은 순례자는 일정 때문이나 건강문제, 또는 일상에서 생긴 갑작스러운 문제로 순례길을 완주하지 못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몇 번이고 와서 다시 그 길을 이어가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모두 다른 각자의 속도, 각자의 길을 통해 스스로 완주한다.


책을 읽다 보니 학창시절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1, 2, 3학년을 거듭하며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었던 나였지만, 지금은 SNS로 근황만을 겨우 보고 있을 뿐이다. 대학을 진학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나의 길을 찾아 걷고 있으며, 그 길을 오래 걸을수록 소수의 친구와 동행하고 있다. 서로 다른 길과 속도로 걷고 있는 친구들은 인터넷을 통해 겨우 마주할 뿐이지만, 그들 모두 그들의 완주를 향해 가고 있다.



P20181008_143924604_3BDDB486-9660-45D8-8EDE-A32CD9FF4C71.JPG
 


일상에서의 나의 40일은, 그저 학교에서 내준 과제물을 해결하기에 바쁘다. 나만의 시간을 갖길 바라며 종강만을 기다리고 있다. 똑같은 40일이지만, 작가님이 겪었던 순례길의 경험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는다.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떨까. 위의 리뷰에선 주로 길을 걸으며 만나는 순례자들에 관하여 글을 썼지만, 길의 이름의 주인공인 야고보(산티아고)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책을 통해 작가님만의 순례길 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자연히 나의 순례길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언제가 기회가 오게 될진 모르겠다. 책 하나만 읽었을 뿐인데 어떤 속도로 걸으며, 어떤 풍경을 볼 것이고 어떤 친구를 만날지 막연히 상상을 한다. 언젠가가 될진 모르겠지만, 예비 순례자가 되기 위하여 지금부터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


지은이 : 박재희

출판사 : 디스커버리미디어

분야
여행 에세이

규격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쪽 수 : 320쪽

발행일
2018년 9월 5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88829-05-7 (03980)




문의
디스커버리미디어
02-587-5558





63d3f3fef98de7da168c74b9be9053b7_aFGkEjVpuP8.jpg



[정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