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모험
문학 잡지 <릿터> 13호에서는 ‘여성-서사’에 대한 담론을 전개했다. ‘빨간 모자 소녀가 온다’라는 김지은 평론가의 글을 접하면서 아동 문학에서 ‘여성’ 주인공이 모험하는 서사는 매우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에 따르면, 빨간 모자 이야기는 드물게 볼 수 있는 ‘여성’ 어린이의 모험 이야기이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고 성장하는 보통의 모험 이야기와는 달리 빨간 모자 속에는 ‘대결’이 보이지 않는다. 빨간 모자는 계속 ‘실수만 ’한다. 그녀의 실수로 결국 할머니와 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잡아 먹혀버리고 만다. 이름도 없이 ‘빨간 모자’라고 불리는 소녀의 이야기. 그녀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어리석은 피해자로 느껴진다.

이런 서사들에 익숙해진 내가 <뮬란>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뮬란은 왕자님의 키스를 기다리지도 않았고, 마법에 걸려 신발을 둔 채 도망치지도 않았다. 뮬란은 ‘여성’이지만 ‘모험’을 떠난다. 그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나라를 지키는 데 성공한다. 이 뻔한 서사가 이토록 반가운 이유는 디즈니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아시아의 ‘여자’ 영웅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뮬란은 ‘뮬란’이고 싶었다.
영화는 뮬란이 유력한 집안으로 시집가기 위해 간택을 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중매인의 눈에 들기 위해 목욕을 하고, 고운 옷을 입고, 화장하는 뮬란의 모습과 함께 노래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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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가문을 빛내는 길은 좋은 신랑 만나는 것 |

영웅, 뮬란
이 영화에서 뮬란을 그려내는 방식이 좋다. 뮬란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낸다. 뮬란이 가문의 수치로 남는 것을 우려해 조상들이 보낸 ‘뮤슈’는 조력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뮬란이 ‘여자’임을 속인 것처럼 ‘뮤슈’ 또한 자신이 수호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고백한다. 행운의 ‘귀똘이’도 사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들의 도움 없이, 뮬란은 모든 것을 해냈다.
오히려 ‘뮤슈’를 수호신으로 만들고 ‘귀똘이’에게 행운을 선물한 것은 뮬란이였다.

여자 영웅, 뮬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위험에 빠진 ‘남자’ 장군 샹을 ‘여자’인 뮬란이 구해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만나기까지 우리는 왕자의 ‘키스’로 저주에서 풀려난 얼마나 많은 공주를 지나왔단 말인가.
‘뮬란’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은 '남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다. 뮬란은 다른 남자 동료들에 비교해 왜소하고 약해서 처음에는 동료들의 조롱을 받는다. 하지만 뮬란은 이를 노력으로 극복했다. 훈련을 열심히 받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결국에는 높은 나무도 오를 수 있었다. 동료들도 점차 그녀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또한, 힘보다는 ‘지혜’로 돌파구를 만들어낸다. 대포를 산에 쏴서 샨노의 수천만 대군을 물리치고, 후궁으로 변장하여 궁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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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뮬란>에는 미국의 오리엔탈리즘 적 시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나 또한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영화의 배경과 인물들은 중국,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들의 모습이 섞여 있으며 이것은 분명 제작사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