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니 [기타]

글 입력 2018.10.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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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쿠키와 6년 넘게 함께 지내며 느낀 것들*

철저히 인간의 관점에서 쓰여 별로 믿을만한 글은 못 되지만 쿠키도 어느 정도는 내 생각에 동의해 줄 것 같고 그러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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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시 태어난 지 2개월 밖에 안 된 쿠키를 집으로 데리고 온 건 중학교 2학년 때, 나의 사춘기가 우울 쪽으로 나아가기로 방향을 정했을 때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항상 결사반대를 하던 부모님이 내 사춘기를 해결하기 위한 묘책으로 내놓은 게 바로 쿠키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처음 키워보는 강아지에 정신이 팔려 중2병을 퇴치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처음이라 서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너무 예쁘고 귀여운 이 아이가 몇 년 뒤에 지금처럼 예쁘고 귀엽게 느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들었다. 마치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향해 타올랐던 불꽃이 처음만큼 타지 않으면 어떡하지란 걱정과 비슷했다.


그러나 6년 동안 쿠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점점 커졌고 앞으로는 더 커질 거라 확신한다. 불타올랐다가 서서히 꺼지는 류의 사랑과 달리 쿠키와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쿠키는 지금 6살이고 사람 나이로 44살, 중년이다. 요즘 예전과 다른 점들을 느낄 수 있는데 표정에서 가장 확실히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쿠키의 표정에선 여유로운 중년이 지닌 온화함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쿠키를 보고 있으면 그의 인생의 반쯤을 함께 했다는 뿌듯함과 벌써 반이 지났다는 서글픔이 동시에 든다. 또 이런 생각들과 함께 이쯤 쿠키에 대한 생각을 써보는 게 유의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강아지와 인간의 언어가 다른 이상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언어가 같은 인간들끼리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말이 아예 통하지 않는 동물과의 이해는 더 어렵다. 더 어려울 줄 알았다.


>말이 통했다면

가끔 강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한 문장만이라도, 아니면 예/아니요 만이라도 소통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답답한 건 더 심하면 심했지, 강아지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영화 “업(Up)”처럼 강아지의 생각이 인간의 언어로 나오는 장치가 발명된다면 과연 어떨까. 하지만 “업”에서는 강아지와 인간의 대화 수준이 동등하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있다. 실제로 이런 기계가 발명되어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가장 똑똑한 견종으로 꼽히는 보더콜리의 지능이 3살짜리 어린아이 정도이므로 사람들이 꿈꾸고 있는 그런 소통은 불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아지와 정확한 의사전달을 주고받는 것이 굳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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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는 사이

인간 대 인간처럼 대화가 안 된다고 소통이 안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의 언어가 아닌 추상적인 언어로 이루어져서 좋다. 경험으로밖에 배울 수 없는, 음성이나 눈빛 혹은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는 언어 말이다. 반려견, 반려동물의 매력 중엔 공유하는 언어가 늘어나는 행복이 있다. 우리만의 언어를 통해 [예/아니오]는 물론 더 많은 것까지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감이 잡히는 말이 필요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지금 쿠키와 대화할 수 있는 기계를 준다고 한다면 난 거절하겠다. 우리는 지금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고, 인간의 언어가 야기하는 모든 부작용이 없는 소통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평화를 선사해주는 존재, 소확행의 정석>


반려동물과 인간은 서로 깊이 의지하게 된다. 서로가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힘들고 서로가 일상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쿠키가 내가 집에 돌아오면 보이는 반응이나 쿠키를 산책시킬 때 보이는 반응을 생각하면 쿠키도 내 생각에 동의할 것 같다. 우리는 서로에게 안정감, 평화를 준다. 난 쿠키가 나를 깨우러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행복한 아침 후에 쿠키와 놀 때, 특히 산책할 때의 쿠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모든 피로가 다 풀린다. 매일 쉽게 얻을 수 있는 사소한 행복이지만 그 효과는 너무나 크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에선 인간이 서로 줄 수 있는 감정과 다른 차원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 나중에 쿠키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 아마도 하늘나라에서(?) 나와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해주는 것, 정말 이거 하나만 바랄 뿐이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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