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주류 장르를 좋아하는 외로운 마니아의 고뇌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10.1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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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주변에 뭔가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이 한 명씩 있다. 그 대상에는 가수(특히 아이돌), 배우, 애니메이션 등이 있으며 이런 대중적인 분야는 팬층이 두껍다. 반면 필자가 좋아하는 공연은 비주류 분야이다. 가격이나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공연장으로 인해 마니아층이 적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다가도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끼리 같이 콘서트에 가는 광경을 보면 부러워진다.

 

 

”공연은 혼공(혼자 공연 보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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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라도 나를 바라봐주는 '윌슨'은 외로움을 덜어준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中



가수, 공연 애호가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명언이다. 혼자 있는 게 편해 공연은 주로 혼자서 보러 다닌다. 지금도 그것을 고수하지만 가끔 ‘이런 좋은 작품은 나만 볼 수 없어!’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슬프게도 주변 사람들은 공연에 큰 관심이 없다.

     

지난주에 보고 온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넘버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우연히 저렴한 가격에 예매해 큰 기대 없이 갔다가 작품의 어미 새가 되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리허설 영상을 돌려보면서 홀로 여운을 즐겼다. 친구들에게 보고 온 작품 얘기를 몇 번 해봤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 같은 친구라도 있었으면 이 정도로 공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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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동호회는 역효과를 냈다.

@rawpixel, Unsplash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아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공연 애호 동호회에 가입해 모임도 하고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얘기도 해봤다. 동호회 회장은 함께 작품을 보러 가고 공연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단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임은 곧 흐지부지되었다.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서로의 일정을 조율해가며 보러 가는 일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10명이 채 안 되는 구성원들의 취향이 극명히 갈렸다. 굳이 발로 직접 나서서 상대방의 취향을 알아보고 존중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카오톡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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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꼬여도 일방통행은 계속된다.


가끔은 공연을 주제로만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SNS를 한다면 이 바람은 금방 이루어지겠지만, 하지 않는 필자가 이런 친구를 만날 확률은 극히 낮다. 일상 얘기와 취미 얘기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힘들 때가 있다.

 

친한 친구 중의 한 명은 어떤 뮤지컬 배우를 좋아한다. 공연 자체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고 단순히 그 사람의 팬이다. 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몇 번 같이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주변 사람 중 공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직업 특성상 그 친구를 자주 만난다. 공연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은 날에는 친구의 카톡으로 후기를 왕창 날린다. 같이 카페에 있다가 공연 얘기만 주야장천 하는 경우로 있었다.


친구에게는 쓸모없는 정보일 수도 있다. 항상 대화 주제의 균형이 무너지고 난 걸 뒤늦게 깨닫고 일상으로 얘기를 돌린다. 친구는 그런 필자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본인은 그런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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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은 '내'가 좋아서 시작한
취미생활이며 나의 즐거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기 아이돌을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은 (온라인상을 제외하고) 혼자 팬 활동을 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팬이 된다는 건 내 행복이라면서 말이다. 홀로 가는 콘서트도 처음에만 낯설고 그 이후에는 연석 예매하기는 고사하고 자신이 앉을 수 있는 자리 하나만 구해도 기쁘다고 한다.

   

친구들의 말이 옳았다. 공연 분야가 비주류라 대화 나눌 수 없는 사람이 아쉬울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취향을 강요하는 건 애호가의 태도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앞으로 어떤 계기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혼자서도 여운을 즐기려고 요즘에는 글로 공연 감상평이나 스터디 형식으로 작품을 분해하고 있다. 건전한 마니아는 주류/비주류를 따지는 것이 아닌 소소한 행복을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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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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