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다시 캔퍼스를 바라보며, 불안에서의 자유

글 입력 2018.10.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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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때 낙서 일기장 -



[Preview]

다시 캔퍼스를 바라보며

불안에서의 자유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나는 지상에 던져진 물고기다. 물고기는 다른 사람과 다른 호흡기관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가미를 통해 숨쉬는 폐를 가졌다. 여기는 바닷물 대신 맑은 공기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없다. 살아갈 수 없다.



일기장을 다시 열어봤을 때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때 다시 만난 '물고기의 비유'는 당시 나에게는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사생아처럼, 나는 주섬주섬 친숙한 물고기의 가죽을 뒤집어 썼다. 나는 물고기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내가 괴로운 이유는,  밤마다 개같은 경멸이 찾아와 이불대신 나를 덮었던 것은 이 곳이 나의 바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와 외부에서 가하는 폭력에 몸부림치던 13살의 삶은 그때도 별달리 다른게 없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시절까지 나 스스로를 물고기라고 정의했다.


이십대 초중반까지 나는 물고기를 정말 많이 그렸다. 큰 물고기도 그리고, 작은 물고기도 그렸다. 물고기가 나를 잡아먹기도 했고, 내가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했다. 나에게 물고기는 꽤 복잡한 상징이다. 그것은 내 안에 존재하는 가장 큰 활력인 동시에, 고독과 불안을 의미했다. 물고기는 때로는, 그냥 그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현실적인 것'을 하길 바랬던 내가 통합예술 치료에 관심이 생긴 것도 이즈음부터 였던 것 같다.


나는 종종 캔퍼스와 거울을 나눠서 생각했다. 현실은 주로 뿌연 김이 낀 샤워실 거울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나는 거울에 낀 김을 지우지 않았다. 거기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기 두려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은 나한테 두려운 일이었다. 단순히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건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그 순간에 숨쉬고 움직이는 육체와 그걸 바라보는 정신을 확인한다는 것이 나한테는 버거운 일이었다.


캔퍼스 앞에 선 ‘나’는 달랐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수많은 색채와 형태를 만드는 어떤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강한 존재가 되었다. 현실의 나는 나약했지만, 캔퍼스 속 나는 완전하고 불멸했다. 빈 캔퍼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감정은 용서받을 수 있고, 이 작은 공간에서는 못난 것들조차도 사랑스럽게 존재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나의 많은 부분을 안정시켰다.당시 내가 그렸던 것들이 단순히 내 안의 소외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도피적인 성격을 띄었다고 말하면 할말 없지만, 분명 캔퍼스의 자유와 관용은 제 마음에 무언가를 불어넣었다.


예술의 관용은 한 인간의 세계를 무한한 자유로 뻗어나게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은 성장하지만, 예술은 좀 더 따뜻한 방식으로 그 세계를 방출시킨다. <불안에서의 자유>의 저자가 말하는 변태과정(애벌레-나비)은 내가 겪은 과정을 통합예술 전문가의 경험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나는 그 힘을 알고 있다. 구구절절 경험을 풀어낸 것도 내가 그 상냥한 힘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불안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20대 중반에 들어선 내가 경험하기엔 그렇다. 하지만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세계를 깨고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기대를 품고 책을 펼친다. 나는 이제 막, 고치를 만들기 위해 나뭇잎에 매달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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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서의 자유
- 불안에 대한 통합예술치료 -


지은이 : 홍지영

출판사 : 따스한 이야기

분야
인문, 심리

규격
신국판 변형(152×225)

쪽 수 : 212쪽

발행일
2018년 9월 27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5973-40-1(03120)




문의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070-8699-8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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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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