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미와 감동있는 환자들의 사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글 입력 2018.09.2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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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톨릭재단의 병원에서 일하는 봉사자인 정연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환자의 이야기가 점점 전개된다. 천국 같은 병원과 천사 같은 환자가 있을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환자들은 팔팔하다. 환자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정연이와 동정을 받기 싫은 환자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웃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릴 적 부터 병원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던 나는 환자들의 입장이 너무 와닿았다. 눈을 뜨면 마주하는 하얀 벽과 하얀 침실. 그리고 테이핑된 손엔 하얀 링거가 달랑달랑거리며 누워있던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이 떠올랐다. '금식'이라는 무서운 두 글자가 어린 나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나도 한 입만, 나는 왜 한 입만 먹으면 안 돼?" 엄마는 아직도 이 말이 귓가에 어른거린다고 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병원을 놀이터 마냥 누비곤 했던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금식의 후유증(?)으로 사소한 아픔도 꼭 병원에 들러 빨리 낫도록 했다.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못 먹었던 탓에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꼭 먹었다.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꼭 가도록 노력했다. 그저 내일의 내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내가 되었다. 병실에 있는 모든 환자분들이 하루 빨리 완쾌해서 세상 밖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연이의 사랑 이야기도 너무 공감됐다. 하루를 사랑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마무리하던 나날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을 때 그 공허함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와 함께 그려나간 미래들이 이별로 모든 게 거품처럼 사라져버렸을 때, 미래가 아닌 추억만이 남았을 때, 그가 남긴 흔적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어렵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다. 나 혼자 노력한다고 사랑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며, 나 혼자서 열렬히 좋아한다고 오래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의 온도가 맞아야 된다. 갑자기 찾아온 사랑이기에 설렘이 생기고, 갑자기 떠나는 사랑이기에 견디기 힘들다. 어쩌면 내가 사랑이 서투른 이유는 문득 찾아올 이별이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그 친구와의 추억을 은연중에 드러낼 때,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함을 느낀다.

마지막 부분인 최병호와 딸인 민회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모든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다시피 했다. 단란했던 가정이 하루 아침에 부도를 맞고 뿔뿔이 흩어진 모습이 안타까웠다. 몇 달만 지나면 돌아온다던, 금방 돈 벌어온다던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유일한 엄마 마저 딸 혼자 차가운 세상에 버려두고 떠난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던 딸이 방송에 나온 반신불수인 아버지를 보자마자 원망가득한 목소리를 내뱉는데 눈물이 안 날수가 없었다.

공연 도중에 집배원이 나와 편지를 전달해주는 이벤트나 장미를 건네는 이벤트들이 신선하고 좋았다. 무대, 조명, 소품, 의상, 애드리브, 퍼포먼스 등 완벽했다. 특히, 맛깔난 사투리하던 신나리 배우와 길례 할머니를 맡은 최엄지 배우 분께서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몰입이 너무 잘 됐다. 파도가 치는 장면에서는 조명과 소품 활용을 너무 잘해서 엄청 감탄하면서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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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공연장 로비에 있던 네온사인이

너무 예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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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



- 닥터리 : 정연씨, 상처라는 것은 깊이만 있지, 크기가 없어서 누구 것이 더 큰 지 비교할 수가 없대요. 아픈 것도 제대로 아프다 말 못 하면 답답해서 어떻게 살아요? 그냥 말하고 잊어버려요. 그리고 묻어버려요.

- 김정연 : 이건 제 얘기 절대 아니에요. 제 친구 얘기예요. 제 친구가요, 어떤 사람을 만났대요. 늘 새벽 미사 때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남자를 봤대요. 어느 날인가 새벽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느닷없이 비가 오더래요. 근데 그 사람, 어디서 났는지 우산을 쥐어주고는 자기는 터벅터벅 걸어가더래요. 그러더니 갑자기 돌아서선 “오늘 비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내 우산을 주고 싶었어요.비 맞지 말아요.”

(노래 : 정연의 사랑)
아직도 내 안에 있지만
더 이상 내 것은 아니죠.
텅 빈 자리마저 아름다워
거절도 상처도 낭만이라 여겼죠.
바람이 지나간다. 아쉬워할까.
물이 흘러간다. 눈물 떨굴까.
별이 사라지듯이 빛을 버리고
놓으라면 놓으려 했는데.
그 이름 한자 내 이름 한자
아이를 낳으면 그렇게 짓자고.
그 말이 남아 추억을 흐려요.
이 마음 닫히지 않아.

- 김정연 : 근데요. 그 남자는 왜 저를,

아니 제 친구를 버렸을까요?


- 닥터 리 : 정연씨는 사람이 사람을 버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김정연 : 네? 네..


- 닥터 리 : 그럼 사람이 사람을 가질 수는 있어요?


- 김정연 : 글쎄요...


- 닥터 리 : 가진 적도 없는데 어떻게 사람을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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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캐스트


최병호 : 조훈, 베드로 : 추연성, 닥터리 : 박강람

이길례 : 최엄지, 정숙자 : 신나리

김정연 : 임예진, 최민희 : 김예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커튼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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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개요>


□ 공연명  :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공연장소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 공연기간 : 2018년 8월 31일(금) - 2019년 2월 24일(일)

□ 공연시간 : 110분 (인터미션 없음)

□ 공연시간 : 화, 목 8시/ 수, 금 4시, 8시 / 토 1시30분, 4시30분, 7시30분 / 일, 공휴일 2시, 5시30분 (월요일 공연없음) 
* 단, 9/5(수), 9/7(금) 8시  /  9/24(월), 9/26(수) 2시, 5시30분  /  9/22(토), 9/23(일), 9/25(화) 1시30분, 4시30분, 7시30분

□ 티켓가격 : 전석 45,000원

□ 관람연령 : 만 9세 이상 관람가 

□ 제작 / 기획 : 연우무대

□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지승컨설턴트, ㈜효성, ㈜차미소

□ 프로듀서 : 유인수

□ 작 / 가사 / 오리지널 연출 : 장유정

□ 연출 : 이지연

□ 작곡 / 음악감독 : 김혜성

□ 안무 : 신선호

□ 출연
  -  최병호 : 조훈, 권성민, 손형준
  -  베드로 : 신재열, 김진철, 추연성
  -  닥터리 : 우지원, 주민진, 임두환, 박강람
  -  이길례 : 강하나, 이예지, 최엄지
  -  정숙자 : 이소희, 최소영, 신나리
  -  김정연 : 김세라, 조가비, 임예진
  -  최민희 : 금보미, 박찬양, 김예린

□ 공연문의 : 연우무대 (02-744-7090)

□ 예매 : 인터파크, 예스24, 하나티켓, 옥션, 11번가,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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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재단의 무료 병원,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병원 바깥에는 차도 다니기 어려울 만큼 눈이 쌓여 고립된 상황!

연말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부금을 받는데 일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띈 그의 실종에 새로운 병원장 베드로는 당혹해 한다. 베드로는 최병호가 병원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점에 주목해 같은 병실 환자 정숙자, 이길례 그리고 그들의 담당의 닥터리, 병실 키퍼인 김정연을 차례로 만나 최병호의 행적을 추적하며 그들의 숨겨진 사연과 비밀에 다가서기 시작하는데...

과연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최병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두가 잠든 사이에...




작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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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지난 13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연우무대의 스테디셀러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총 22명의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오는 8월 31일 막을 올린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날들>, <형제는 용감했다> 등 다수의 히트 작품을 만들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을 연출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장유정 연출가의 데뷔작 으로 2005년 초연 이래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작사/극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 뮤지컬임을 입증했다. 이후 13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3,300회 이상 공연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전국 40여 개 도시를 방문하는 등 스테디셀러 뮤지컬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대학로 필수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마스 이브, 가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을 배경으로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되는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병원장 베드로가 병원 내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 각각의 숨겨진 사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전하는 힐링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남녀노소 모든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이번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공연에서는 2017년 시즌에 참여했던 우지원, 강하나, 이소희, 최소영 배우를 비롯해 조훈, 권성민, 손형준, 신재열, 김진철, 추연성, 주민진, 임두환, 박강람, 이예지, 최엄지, 신나리, 김세라, 조가비, 임예진, 금보미, 박찬양, 김예린 배우가 새롭게 합류해 더욱 완성도 높은 호흡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특히 최근 <배니싱>,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컨설턴트>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주민진 배우는 2012년 본 공연의 닥터리 역할로 참여한 이후 6년 만에 같은 역할로 다시 참여해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프로듀서인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는 “하나의 공연이 13년을 이어올 수 있게 만들어 준 관객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보며 힐링할 수 있는 뮤지컬로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며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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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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