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뻔하지 않아 성공한 독립출판물, '출판저널 506호'

글 입력 2018.09.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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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출판저널> 잡지를 접하게 된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출판환경에 다룬 잡지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구독을 시작했지만 이젠 책문화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더 익숙해지기 위해 격달마다 필수로 읽고 있는 잡지이다.


<출판저널>을 접하기 전엔 막연하게 '출판사에 취업할거야'하고 안일한 생각들로 갇혔다면, 지금은 출판환경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능력과 출판사와 도서관, 책방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심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 듯하다. 지방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할 지역출판사들, 부족한 자리와 비정규직에 남몰래 눈물 흘리는 사서들의 고충, 그리고 인기 있는 분야가 있으면 유행처럼 찍어내듯 출간하는 현실에 놓인 우리나라 출판환경. 이 모든 상황들을 이 잡지 하나로 실시간 알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출판사가 얼마나 트렌드에 민감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출판현장에 대한 심도있는 고충들은 전혀 모른 채 환상에만 빠져 있었을 것이다. 나의 소소한 리뷰가 숨어있는 독자들의 손길을 거쳐 출판환경 개선에 힘써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순간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몇 달전, 어느 기업의 면접에서 면접관이 이런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었다. "정하씨는 편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을 받은 순간 멈칫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내 즉흥적으로 대답했다.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편집은 오타를 걸러내는 작업을 거치고, 대중들이 원하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책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그 동안 편집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해왔지, 편집이란 무엇인지,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 제대로 고심해보지 못했던 나를 돌아봤다. 편집이란 무엇일까, 또 출판을 할 수 있는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이란 어떤 것일까. 면접을 마치고 나서야 여러가지 궁금증들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제가 출판사를 차리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다섯 군데에 광고를 맡겼는데요. 광고를 맡긴 곳 중에 3~4군데는 거의 반응이 미비했어요. 반응이 좋았던 곳은 오히려 제가 의뢰한 웹툰 작가님의 개인 SNS 광고였죠. 웹툰작가들이나 팬덤이 있는 곳의 광고가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그냥 팔로워 수가 많다고 해서 광고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p85)


출판도 결국 홍보가 있어야 찾는 사람이 생기고, 그 홍보에도 무조건 SNS 팔로우 수가 많다고 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져오진 않는 다는 것임을 이 문장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내 일상 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책 홍보가 많은 비용을 통해 나에게 도달했음을 느꼈다.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다 독립출판물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 김상흔 대표님은 서점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니까 그것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언급했다. 나 또한 우연찮게 대구에 방문한 독립서점을 계기로 어딘가로 떠나게 되면, 근처에 독립서점이 있는지부터 검색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서점을 둘러 보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게 되었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재주가 있는 사람들만이 책을 낼 수 있다는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보통의 우리를 대변하고 있는 독립출판물. 그래서일까, 더욱 공감되고 치유되는 문장들이 많다. "맞아, 맞아. 나만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니었네. 나만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었어."하고 말이다. 평범하기에 신뢰가 생기고, 이로 인해 용기를 얻는 때가 많았다. 아마 독립출판물이 사랑받는 이유에 이런 이유도 한몫하지 않을까한다.

출판사라면 받아주지 않았을 자신의 이야기를, 독립출판이라는 매개는 세상 밖으로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니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독립출판물을 보다 보면,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이게 책이 돼?"라고 생각드는 소재 마저 책이 된다. 그래서 흥미롭고, 재미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버티는 삶을 살아왔고, 누군가는 지인을 기리기 위해 책을 내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습작해온 작품들을 기념삼아 책을 내기도 했다. 모두가 버거운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내일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책을 내도 될 대단한 존재가 아닐까한다. 이처럼 뻔한 성공스토리가 아닌 다채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에 점점 독립출판물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책 소개 및 인상 깊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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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저널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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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마무리하는 즈음에 스스로 답해야 할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내 삶을 살았느냐'가 아닐까? 인생은 내 삶을 찾는 여정일 것이다. 스스로 내 삶을 살았다면 어떤 모습일지라도 그 삶은 자체로 성공적인 것이다. 삶의 끝자리에서 내 삶이 아니었다고 느낀다면, 타인의 삶을 살았다고 깨닫는다면, 얼마나 허망할 것인가? 타인의 욕망을 대신하며 살고 세상을 향한 분노에 나를 맡기며 뭉개어지고 나를 찾지 못하고 살았다면 내 삶이 아니다. 세상이 내 삶의 주인일 것이다. 그것은 나만이 알고 혼자만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며, 재산이나 명예나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을 것이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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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가장 닮기 원하는 인물로 벤자민 프랭클린을 꼽는다. 책 읽기를 좋아한 벤자민 프랭클린은 1731년 24살에 미국 최초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도서관을 설립해 도서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며 '도서관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미국 화폐 중 가장 고액인 100불짜리에 자리하고 누구나 그를 보면 반가워하는 이유에 대하여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욱 확실히 알아야 할 것 같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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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무라 테루오 사장은 현재 1인 출판사를 16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1961년 10월 2일 '오무사'에서 입사한 이래 2002년 정년퇴임을 하기까지 41년간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시모무라 테루오 사장이 젊음을 바쳐 일한 오무사는 창립한 지 104년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많게는 150명이 일했고 지금은 80명 정도가 일하는 중견출판사이다. <신전기> 등 IT 및 기술관련 잡지와 단행본을 내는 출판사로 잘 알려져 있다. 시모무라 테루오 사장은 오무사에서 41년, 정년퇴직을 한 후 1인 출판사 운영 16년, 햇수로 총 57년 동안 출판 편집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정년퇴직 한 후 인생의 후반부에는 일본의 출판계를 위해 살겠다는 의미로 미디어 펄(친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을 세웠다. 출판 관련된 책으로 일본의 출판역사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이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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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유통은 기본이다. 좋은 책을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유통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생산의 의미가 없다. 출판도매상 송인서적이 2번이나 부도가 나는 과정을 보면서 허약한 출판유통 인프라 구축의 시급함을 느낀다. 특히 국내 출판사들이 대부분 5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출판유통시스템이 투명하지 않고 허술하다 보니 출판산업이 불안하다. 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출판공공유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도매상이 독점에 가깝고 공정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급률, 어음문제 등.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출판사들의 책이 전 지역에서 유통될 수 있는 공공유통인프라가 필요하다. 고속도로도 민자가 있고 국영이 있는 것처럼. 작은 출판사들은 문방구어음까지 받을 정도로 도매상의 유통시스템이 공정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문제들은 출판유통선진화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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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케이션을 말할 때 퍼블릭이라는 말, 즉 퍼블릭하게 만드는 게 퍼블리케이션이다. 출판은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나 지혜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최근에 SNS 등 미디어를 통해서도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퍼블리케이션이라고 본다. 요새 나타나는 저자들의 경향을 생각해 본다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고 나중에 모으고 다듬어서 책을 내기도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책과 출판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퍼블릭하게 공유하는 행위가 출판인데 여러 가지 공유하는 행위의 제일 핵심인 그 중심엔 책이라는 매체가 있다. 나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가 수렴되는 지점, 여기에 책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책은 싱거운 말이겠지만 너무 중요한 매체이다. (p61)



예전에는 학자나 소설가 등 책을 쓰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읽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면, 이제는 쓰는 일과 소비하는 경계가 없어져서, 모두가 쓰고 모두가 읽는 시대이다. 이제는 출판의 전체적인 무게감도 일반 독자를 대할 때 읽고 소비하는 사람으로만 대할 게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여러 도서 지원에 대한 접근도 반드시 학술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보통사람들이 쓰는 보통의 이야기들도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아버지도 지난해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자서전을 쓰셨다. 우리 형제들이 몇 부 복사를 해서 보관하고 있다. 너무 귀하다. 출판진흥원이 조금씩 정책의 방향이랄까. 지금보다는 다채로워져야 한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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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에서 나온《빨강머리 N 난 이래, 넌 어때?》라는 그림에세이가 있어요.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이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를 오마주하여 쓴 글과 그림인데 저자는 유명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요. 자신이 쓰는 글을 그림으로 캐릭터화해 표현할 줄 아는 장점을 가졌지요. 예전에 신문을 보면 시사만평이 인기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신문도 안보고 시사만평도 안보지요. 젊은 사람들에게 통쾌한 사이다 같은 콘텐츠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SNS에서 표출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림에세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거예요. 목젖을 보이며 빨강머리N이 "야 니들만 잘 사냐, 나도 잘 살자" 이런 말 한 마디들이 젊은이들에게 상당히 통쾌한 공감을 형성했고, 이 책도 5만 부가 시작됐어요. (p97-p98)



잘 된다 하면 너도나도 따라가는 게 출판사들의 기획력 부재라고 생각하고요. 오직 잘 팔리는 책, 이익이 나는 책 중심으로 매출만 올린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물론 매출 무척 중요하죠. 그런데 오직 매출만 올려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여기 계시는 출판사들처럼 이런 류의 책들을 시대가 요구하고 젊은 사람들이 요구하니까 좀 더 깊고 넓은 사유들을 넣어 독자들을 유도할 수 있고, 올바르게 갈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재미도 있는 기획을 서로 고민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p98)



지금 세상이 너무 어지러워요. 정보도 너무 많고요. 먹고 살기 힘든데 알아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아야 하는 시대인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사회적 이슈들이 하루하루 너무 다양하게 많기 때문에 사실 그것을 알아야한다는 부채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냥 사는 것도 너무 힘든데 이제 와서 그것을 알려고 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드니까. 또 그런 것들을 모르는 내가 불안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 불안함을 해소해줄 것만 같은 책들이 나를 지키는 책, 너는 아무 문제 없다, 너는 너대로 살아라. 이런 류의 책들이 주로 많이 팔리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그냥 그런 책들이 계속 팔리다 보면 그 반대되는 욕망들이 올라올 거라고 봅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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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방송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조건 중에서 중학교 2학년생이 보아도 재미있는 그런 콘텐츠들이 굉장히 인기가 많거든요. 출판도 지금 그런 경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보여요. 한편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뛰어난 기획력을 발휘해야 해요. 그 기획력은 어떻게 보면 인문학적인 것에서 오는데 시청자들(독자들)의 심리가 무엇이냐면 쉽고 편안하면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것을 원한다는 거죠. 출판도 지금 그런 상황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p105)



에세이가 더 많이 팔리는 이유도 일단 쉽게 읽히고 다가가기 쉽고, 접근성이 쉬우니까 잘 팔리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것과 별개로 저는 어떤 독자의 마음을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아야 하는 부분을 출판사들이 생각해야할 것 같아요. 무엇을 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출판사가 중심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독자들 입장에서 기획을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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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뒷장에는 2018년 5월 16일부터 2018년 7월 15일까지 <출판저널>로 도착한 신간들을 중심으로 선정하여,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편집자 기획노트'를 통해 책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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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의 추천도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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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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