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네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사람]

고양이를 다루었지만, 사람이 주제인 이야기
글 입력 2018.08.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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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고양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다. 우리 학교에서만 해도 길고양이 중성화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교내에 살고있는 고양이에게 중성화를 해주기도 하고, 사료를 주기도 한다. 내가 2주에 한번 하고 있는 봉사활동에서도 길고양이 집짓기 프로젝트를 하는데, 길고양이가 좋아할만한 캣타워를 목재로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목재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분 중에서 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분이 계셔서 그분의 목공방에서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3개의 캣타워를 만들고 있다. 확실히 sns에서도 그렇고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그렇고 길고양이들에게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내 남자친구는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지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위해 고양이 사료를 한 통 사다가 집 주변에 오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고양이, 하면 대부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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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집에서는 6마리의 고양이를 기른다. 4마리는 현재 중성화를 했고, 나머지 두마리는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들로, 아직 새끼고양이다. 이 아이들을 기르기 전에는 6년간 '도리'라는 노란 고양이를 길렀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도리는 내가 대학교 2학년, 한창 학업에 집중할 무렵 교통사고를 당해서 세상을 떠나버렸다. 많이 늙고 지쳐서 더이상 차를 피할 힘이 없었던 것일까, 가족들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도리를 발견했기 때문에 아무도 구체적인 일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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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르고 있는 첫째 고양이 소리다. 2년 전, 소리의 어미가 소리를 버리고 며칠동안 방치해두었길래 길에서 주워와서 기르고 있다. 약한 새끼는 도태시키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서 버린 거였겠지만 너무 불쌍해서 젖병을 물려가며 길렀다. 바깥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데, 옥상보다 더 멀리가지 않고 몇시간 지나면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바깥산책이 허락되는 아이다. 다른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면 다른 집까지 가버리고 그러는데, 소리는 겁이 많아서 집 바깥의 영역으로는 이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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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집에서 밥을 주는 길고양이들과 만나기도 한다.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아이들은 3마리가 넘는데, 저 사진 속 노란 고양이는 소리와 어미는 같고, 아빠가 다른 형제고양이다. 둘은 색깔도 닮았지만 서로가 형제라는 것은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저 길고양이 역시 우리집에서 어릴 때부터 밥을 줬는데, 몇 주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먼 여행을 떠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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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젖소다. 젖소 무늬라서 젖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가족들은 서로 이름짓는 욕심이 너무 강해서 이 아이는 '토끼', '오리', '쮸'라는 이름이 더 있다. 신기한 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여러가지로 불러서 그런가 다르게 불러도 다 자기 이름인 줄 안다. 젖소는 소리와 나이가 비슷하다. 소리를 데리고 길을 산책하고 있는데 젖소가 갑자기 우리 가족을 따라와서 집까지 들어와버렸다. 후퇴없이 돌진하는 젖소를, 처음에는 키울 수 없어서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새벽까지도 울고 있는 젖소가 너무 불쌍해서 다음날 아침에 찾아와서 기르게 되었다. 소리와 많이 싸워서 이마에 땜빵이 생기기도 했다. 중성화를 하면서부터 성질이 사나워져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요즘은 많이 누그러워져서 사람에게 쓰다듬는 것을 허락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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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샴고양이 치카다. 언니가 분양을 받아온 고양인데, 가장 순하고 가장 애교가 많다. 자기보다 어린 고양이들을 직접 길러주고 놀아줬다. 5.5kg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지만 여전히 재롱도 많이 부리고 귀여운 목소리로 울곤 한다. 분명 어릴때는 새하얗던 치카는 커갈수록 새까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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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포도다. 포도는 약 1살이 되어가는 고양이인데, 할머니집에서 밥을 주는 고양이 복순이가 낳은 고양이다. 포도 역시 어미에게 버림받아서 자꾸 대문 밖에다가 버려놓길래 몇번을 어미에게 붙여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집에서 기르게 되었다. 소리도 그렇고 포도도 그렇고 어미가 기르기 벅찬 아이들은 버림을 받는 모양이다.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해서 가족들이 다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싱크대에 올라가서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요즘은 중성화 충격과 더해져서, 새 아기고양이들이 몇마리 생겨서 관심을 받으려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소리와 치카를 좋아해서 옆에 가면 골골거리는데, 사람이 만지면 정색을 하고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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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할머니집에 살던 고양이 '바다'다. 포도와 형제 고양이로, 할머니집 복순이가 낳았다. 몸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 옆에서 약 1년 가까이 살았다. 이모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할머니를 돌봐드리지만 밤에는 각자의 집안 살림을 해야해서 밤에는 같이 있지 못하는데, 그 빈자리를 바다가 많이 채워줬다. 꼭 할머니의 침대 위에 올라가서 같이 낮잠을 자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갑자기 침을 질질 흘리고, 헬쑥해지더니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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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어미고양이가 바로 '포도'와 '바다'의 어미인 '복순이'다. 5월 5일에 5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한마리가 몸이 유난히 약해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죽어버렸다. 나머지 네마리는 모두 치즈태비인데, 저 중 두마리가 우리집에 와서 살게 된다. 그 과정은 복잡하면서도 또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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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분명 할머니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싸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발톱이 자라고 서로를 물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 '피망'이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동물 병원에서 몇바늘 꿰매며 치료를 하는 동안은 우리 집에 데려와 격리를 시켜놓고 다시 할머니집에서 형제와 같이 보내게 했지만, 아이들이 다친 곳을 더 아프게 하는 바람에 일주일에 몇번만 데려가는 식으로 바꿨다. 그러다가 점점 우리집에 정이 들어서 피망이를 우리집 다섯번째 고양이로 기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복순이가 자기의 남은 새끼 세마리를 데리고 가출을 해버렸다. 가출을 하는 집의 위치는 알아서 우리는 밥을 주러 그 집에 식사 시간마다 가서 데려와서 밥을 주거나, 아니면 그 집에다가 밥을 놓고 오곤 했다. 남은 아이들은 잘 뛰어놀았었는데, 갑자기 '카레'가 꼼짝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쥐똥을 싸는 모습을 보고 동물 병원에 데려갔더니 허피스 바이러스라고 했다. 요며칠 비가 왔는데 밖에서 살아서 그런가 감기에 걸린 것이다. 열이 41도까지 올라가 거의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3일 연속으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으니 완치되었다. 그러나, 그 바이러스가 우리집 다섯번째 고양이 피망이에게 옮아서 열흘간의 잠복기를 지나 피망이도 열이 40.3도가 되었고, 오늘로 3일째 병원에 다니는 중이다.

남은 두 마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건강했다. 사료도 잘 먹고 무척 활발했다. 그런데 내가 잠시 서울에 올라가서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한 아이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한 마리도 비틀거리면서 켁켁거리고 아무것도 먹지 않더니 할머니집에 같이 살고있는 삼촌이 보지 못하는 장소로 가려다가 힘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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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강했던 아이들이 왜 다 병에 걸리고 두 마리는 죽어버렸을까. 그리고 잘 살아있던 바다는 왜 이 시기에 똑같이 사라져버리고, 소리의 형제 고양이 후도 갑자기 사라졌을까.

고양이는 사람 앞에서 죽지 않는다. 아주 어릴 때 키우던 고양이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었고, 많은 고양이들이 살다가 죽지만 그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사람이 보는 눈 앞에서는 죽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은 우리의 주변을 벗어날 힘이 없어서 우리 주변에서 죽은 것이지만 성인 고양이는 절대 죽음을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죽을 때조차 자존심이 강한 생물이다.

복순이가 우리집에서 가출을 했던 곳에 우리 가족이 놓아둔 사료를 누군가가 하수구에 버린 흔적을 발견했다. 우리 가족은 통이 커서 한번 밥을 줄 때 엄청 많이 주는데 그 많은 사료들이 다 하수구에 바람에 날려 떨어질리는 없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간 행동이다. 엄마는 동네 할머니들을 의심하고 있다. 그 할머니들이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며 고함을 지르는 것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이 봤다고 했다. 아기고양이가 피를 토하며 죽는 순간에 엄마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고양이가 죽는 광경에 너무 충격을 받아 나와 전화한 기억도 사라질 정도였다. 거의 4개월 가까이 사랑해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 당연히 그럴 만하다.

다른 증거 중에 하나는 우리집과 비슷하게 고양이를 기르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신데, 그 할머니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을때마다 어떤 할아버지가 쥐약을 놓아서 새끼고양이들을 모조리 죽인다는 거였다. 할머니네 고양이는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현재 자기 새끼는 단 한마리만 살아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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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와서 잘 놀고 있는
피망이와 카레(위 피망 아래 카레)


피망이의 허피스를 낫게 하기 위해 데려간 동물 병원에 물어보니 고양이가 피를 토하다가 갑자기 죽는 것은 쥐약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망이와 카레는, 어쩌면 동네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들이 쥐약을 놓기 전보다 조금 빨리 아팠기 때문에 죽을 위기를 버텨냈지만 살 수는 있었다. 그 생각을 하면 타이밍이 너무나 무섭고 소름끼친다. 우리 집에 이 둘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복순이는 모든 새끼를 다 잃었겠지. 다시 혼자가 되어 밥을 혼자 먹게 된 복순이가 너무나 쓸쓸하고 외로워보였다.

두렵다.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우리에게 어디 갔다오냐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그 할머니들이, 사실은 우리가 고양이에게 언제 밥을 주는지, 어디에 밥을 주는지 다 지켜보고 거기에 쥐약을 놓고 우리의 고양이를 천천히 하나씩 죽여버린다는 사실을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심해본적 없는 사람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체를 잔인하게 죽일 계획을 하고, 우리의 마음을 이용해서 실제로 죽이는 행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이 너무 못되고 천벌받을 만한 짓이다. 그 할머니들이 그것을 이용할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애들이 굶으면 안되니까 밥을 놓아줬던 우리의 행동이 사실은 그 방아쇠가 되어버렸다는 데서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았다.

산책을 하다보면 수많은 길고양이를 만난다. 다음 번에 갈 때는 새끼고양이들과 함께 있을 때도 있다. 요즘 가족들과 가는 산책길에 미수동의 어느 한 음식점 앞에는 남는 음식물을 고양이들에게 주는 모양이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그 앞에서 밥을 먹고 있고 며칠 전에는 새끼고양이 다섯 마리를 보기도 했다. 너무 작고 조그만 그들이 성인 고양이같은 행동을 따라하고 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우면서도 마음 속 한켠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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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이의 두번째 새끼인 바다와,
세번째 새끼들인 피망이, 감자, 카레, 양파


고양이는 평균 15년까지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평균 고양이의 수명은 1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이 누군가의 악행에 수없이 죽어나가는 이유다. 1년 이상 산 고양이들은 요령을 깨달아 더 오래 살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너무 어려서 많은 덫을 피해나가기 힘든 것 같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집 안에 두고 돌보며 케어할 수 있지만, 자유롭게 사는 길고양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주어야 그들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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