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여우와 두루미 [사람]

각자의 방식
글 입력 2018.08.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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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두루미
각자의 방식

Opinion 민현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이 동화가 문득 생각나 다시 찾아보았다. 사실 어릴 때는 ‘그래, 친구끼리는 저런 사소한 일로 싸우지말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물넷이라는 나이를 먹고 본 이 동화가 나에게 안겨주는 교훈은 조금 더 복잡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람] 카테고리에 넣은 이유도 ‘다름’과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교훈을 주는 동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우와 두루미




옛날 옛날, 여우와 두루미는 서로 친구사이였습니다. 두루미는 여우에게 집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어보았고 여우는 흔쾌히 허락했죠. 여우는 자신의 집에 놀러 온 두루미를 위해 스프를 끓여 주었고 납작한 접시에 대접했습니다. 두루미는 뾰족한 부리때문에 스프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먹어, 두루미!"
"고마워 여우야, 그런데 이 납작한 그릇으로는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데 너희 집에 길다란 그릇은 없니?"
"어쩌지, 우리집엔 이 그릇뿐인걸..? 어쩔 수 없지만 네 스프는 내가 다 먹어줄게."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친 두루미는 여우를 초대해서 똑같이 대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여우야, 이번에 너가 날 초대했으니 다음엔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꼭 복수할 거야!)"

여우는 두루미 집에 놀러갔고 역시 음식을 대접받았습니다. 하지만 두루미가 먹기 편한 긴 호리병에 담겨 있어서 여우는 잘 먹을 수가 없었죠.

"자 널 위해 정말 맛있는 스프를 준비했어!"
"두루미, 혹시 다른 그릇은 없니? 긴 병에 담긴 음식은 내가 먹기에 너무 불편한걸.."
"이걸 어쩐담. 우리 집에는 긴 호리병 말고는 없는걸? 나는 이게 참 편한데 말이야! 네 스프는 내가 다 먹을게."

여우는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두루미에게 사과했습니다. 두루미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여우에게 사과했습니다. 

“미안해! 두루미야. 저번엔 내가 너한테 멋대로 굴었어.”
“나도 미안해!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여우와 두루미는 다시 서로 사이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다름

어린 아이들은 생각을 통해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다름’이라는 개념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외면적 차이일 것이다. 여우와 두루미 우화는 이렇게 ‘다름’을 직접 눈으로 익혀가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다름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교훈을 전달해주고 있다. 그 두가지 내용에는 어른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이 동화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외면적 차이에서 비롯된 ‘다름’이 아니라 ‘다름을 대하는 방식’이다. 사실 왜 그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화에서 잘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결말이 어쩐지 불편하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여우의 방식과 두루미의 방식이 날 불편하게 만든 이유를 계속 생각해보았다.


여우의 방식

자신에게 편한 납작한 그릇에 두루미를 대접하는 여우의 방식이 무조건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면 여우의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각자의 방식이 존중받는 선은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까지기 때문이다. 여우처럼 끝까지 자기 방식만 고집하고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행동한다면 두루미처럼 무시받는 기분이 들어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두루미의 방식

여우의 방식으로 대접받았을 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두루미의 방식으로 여우를 대해주어야 할까? 동화에서는 두루미도 여우를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서로 사과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방식에 나는 의문이 든다. 두루미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나와 같은 대접을 받기 전까지는 넌 네 잘못을 모를거야.'

저렇게 생각하는 대신 두루미가 여우의 방식에 대해 기분이 나빴다고,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잘 대접해달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은 어떨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여우가 두루미를, 두루미가 여우를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갈등.jpg
 

불쑥 이 동화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서로 각각 여우 아니면 두루미로 살아간다. 게다가 그 많은 사람들도 ‘여우와 두루미’를 봤을테니, 여우와 두루미처럼 유치하게 싸울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싸우지 않더라도 이 동화처럼 쉽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서로 사과한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만, 실제 세상에 사는 여우와 두루미들은 동화 속 여우와 두루미보다는 사과에 인색하다. 게다가 동화 속 여우와 두루미보다 더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기도 하다.

'너는 두루미기 때문에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먹어야만 해.'
'두루미가 받은 그릇에 음식이 더 많은 것 같아.'
'여우가 먼저 그랬으니까 나는 그래도 괜찮아.'
'저쪽 동네에 사는 늑대는 안그러던데, 여우는 정말 별로야.'





부탁해

그래 부탁해 진솔한 여덟마디만
우리 문제에 대해
머리가 탁해 진흙탕 속에 있는 듯
뭐 누군들 안그래

짧은 동화 속 좋은 사이처럼
우리 대화 한번만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냥 다 피곤해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난 너와 왜 그렇게 다른 걸까
한번만이라도 내가 너의 맘이
되어본다면 난 너를 알 수 있을까

그래 부탁해 진짜 네 마음을 
우리 사이에 대해
그냥 귀찮아 그렇게 날 대하는
너의 방식이
 
나만을 위해 그런 게 아냐
넌 진짜 날 몰라
너만을 위해 그런 게 맞아
어떻게 그걸 몰라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난 너와 왜 그렇게 다른 걸까
한번만이라도 내가 너의 맘이
되어본다면 난 너를 알 수 있을까

작사 민현




손민현.jpg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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