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JTBC 드라마 ‘라이프’ 10화까지의 리뷰 [문화 전반]

의료계의 현실이 궁금하다면
글 입력 2018.08.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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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작가의 두 번째 드라마 ‘라이프’가 10회째 방영 중이다. 극찬을 받았던 드라마 ‘비밀의 숲’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과 조승우, 이동욱 배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라이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비밀의 숲’을 통해 이수연 작가의 극본을 신뢰하게 되었고, 조승우 배우의 팬이기도 하여 이번 드라마를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래서 드라마가 채 끝나지도 않은 애매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라이프’를 보며 느낀 점에 대해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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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업’을 다룬 드라마


‘라이프’는 보통의 의학 드라마와는 다르다. 주로 특정한 수술을 핵심 사건들로 가지고 가는 의학 드라마와는 다르게 ‘라이프’에선 수술 장면이나 어려운 의학 용어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게 핵심이 아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상국대학병원에 화정그룹의 구승효(조승우) 총괄사장이 새로 부임한 후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완벽한 경영인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구승효와, 의료는 공공재라고 믿는 예진우(이동욱)로 대표되는 의사들의 첨예한 대립이 이 드라마의 큰 틀이다.

그렇다면 사장이 악이고 의사들이 선인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면 구승효 사장을 ‘항원’, 예진우 의사를 ‘항체’라고 표현한다. 이 비유는 드라마의 큰 그림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위험한 요소이긴 하지만 항체가 이에 맞서 싸우며 몸의 면역력을 높인다. 질병균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몸은 낮은 면역력으로 인해 오히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상국대학병원엔 수많은 의료진이 조금씩 다른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그들 중 일부는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36시간을 연속 근무를 하는 의사도 있고, 자신의 승진과 스펙을 위해 돈 없는 환자들은 절대 받지 않는 의사들도 있다. 이 외에도 작가는 구승효라는 항원을 통해 폐쇄적인 병원조직 안에 존재하는 적폐와 세력다툼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로 인해 시청자로 하여금 병원 영리화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승효가 던지는 돌에 차분히 자신들의 언어를 찾아 대항하는 예진우, 이노을(원진아), 주경문(유재명)과 같은 항체들이 있다. 그들의 언어에는 의료업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이는 ‘효율성’을 의료에 적용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그들의 말로써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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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집중


‘라이프’의 큰 틀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학병원을 상품화시키려는 재벌 그룹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의사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는 사건 위주로 급하게 전개되기보단 사람들 간의 관계와 그 속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한다. 그래서 이전 드라마 ‘비밀의 숲’과는 확실히 결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조승우 배우가 맡은 역할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 역을 맡아 냉철한 추리를 펼쳤다. 드라마적인 감정은 증발시킨 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파헤쳐나가는 과정만을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라이프’에서 조승우가 맡은 구승효는 좀 더 복잡한 인물이다. 부임하자마자 적자3과를 퇴출할 궁리를 하는 철저히 계산적인 경영인의 모습과, 봉사를 갔던 유기견센터에서 아픈 강아지를 외면하지 못해 집으로 데려오는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또한 그는 병원이 돌아가는 방식과 의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파’ 사장이다. 과연 구승효의 이런 노력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 걸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아직 좀 더 봐야 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장 놀랐던 건 이 드라마에 러브라인 비스름한 게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러브라인이라고 확신하기엔 아직 애매하긴 하지만 이노을 의사에 대한 예선우와 구승효의 애정이 드러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왜 이런 설정을 넣은 것인지 앞으로의 이야기를 지켜봐야겠다. 어찌 됐든 ‘비밀의 숲’과 같은 분위기와 흡입력을 기대한 시청자는 실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동시에 오히려 현실성은 ‘라이프’가 훨씬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주사기 재사용, 투약사고, 무면허 수술, 그리고 병원 영리화를 노리는 기업의 자회사 독점공급(제약회사, 보험회사), 성과급제 도입, 간호사 봉급 후려치기 등. ‘비밀의 숲’이 윗 세상에 있는 사람들의 진흙탕 싸움을 그렸다면 ‘라이프’는 좀 더 우리 삶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드라마 ‘라이프’는 의료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 자본주의에 모든 걸 빼앗기고 있는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동시에 병원의 적폐를 폭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까지 전개된 스토리에 의하면 병원은 야금야금 자본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원장이 된 오세화(문소리)가 구승효 사장과 거래를 하며 하나하나 카드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예진우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직 원장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안 밝혀졌으니 궁금한 것투성이다. 과연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구승효는 완전한 악역으로 끝을 맺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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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작가의 극본의 매력은 등장인물들보다 그들이 처한 현실, 상황이 더 잘 보인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대한민국의 진짜 얼굴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드라마에서 잠깐이었지만 서산개척단을 언급하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그만큼 사회 이슈를 잘 파악하고 있고, 이것들을 극본에서 충분히 가능한 상상력으로 갖고 노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는 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렇기에 맘 편히 볼 수 없기도 하다. 끊임없이 시청자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이런 방송 콘텐츠가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혹시 ‘비밀의 숲’과 ‘라이프’를 안 보셨다면 꼭 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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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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