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랑] 01 : 향기

향이 모이는 법
글 입력 2018.08.2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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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랑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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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에 데면데면하던 네 명이, 졸업 후에는 사총사마냥 무리지어 다니기 시작했다. 하필 넷 모두 다른 대학으로 흩어져 매일같이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고작 시험기간 이후에 한 번씩 가지던 오프라인 만남이었음에도, 어릴 적엔 인연이 아니라 생각했던 아이들과의 모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리 존재가 특별하다는 느낌. 우리 사이는 각별하다는 느낌.

사소한 오해와 사건이 모여 1년이라는 공백을 만들었다. 그간 연락을 이어나갔던 건 운명이 아니라 노력의 부산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1년의 와중에 누군가 몇 번 용기를 냈다. 결국 우리는 쭈뼛거리며 재회했다.
  
입꼬리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할까 수없이 연습하고 침묵의 순간이 멀어진 사이를 증명하는 것일까 두려워 대화 소재를 여러 가지 생각해두었다. 염려 반 설렘 반으로 묶인 모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향수를 선물받았다. 넷 중 하나가 셋에게 향수를 쥐어준 것이다. 각기 다른 향, 다른 색, 다른 모양이었다. 하나가 셋을 생각함과 동시에 하나, 하나, 하나를 생각해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목에 향을 덧대고 코에 가져가는 시간이 예뻤다. 각기 다른 향을 맡으면서 우리는 똑같이 '넷'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신발을 사주면 상대가 도망간다는 낭설이 있다. 따지고 보면 향은 뿌리자마자 공중에 흩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향으로 묶인 인연은 도망갈 새도 없이 사라져야하는가?

아니.
우리는 향으로 다시 모였다.
그리고 모여있을 것이다.
향도 충분히 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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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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