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에 불어온 춘향의 봄 - 춘향 @나온씨어터

여름에 불어온 춘향의 봄
글 입력 2018.08.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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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불어온 춘향의 봄"


춘향
- 멜랑꼴리 버라이어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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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공연 「춘향」을 보러 오랜만에 나온씨어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떼아뜨르 봄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다른 시선과 해석으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놀이적 요소들을 아우르는 시대극을 선보이는 데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극단이다. 그렇기에 이번 공연에서는 또 어떤 새로움을 줄 것인지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사극 공연은 지난 2013년 「왕과 나」부터 2016년 이강백의 「심청」, 그리고 이번에는 2년 만에 발표하는 「춘향」으로 이어진다. 「심청」과 같은 비단 사극뿐만이 아니라 「그리스의 여인들」 그리고 「트로이의 여인들」을 보았던 여운은 아직도 남아있다.

더불어 이 공연은 '자유좌석제'로 이루어져 있기에 멋진 떼아뜨르 봄날의 공연 현장을 더욱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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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새로운지


「춘향」은 이수인 연출이 스토리를 새롭게 재구성해 연애와 욕망의 성취와 좌절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가감 없이 대담하고 자유롭게 무대 언어로 표현하였다. 춘향이라는 인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되 특정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등장인물들의 연애와 욕망의 성취와 좌절, 혼란, 불안, 슬픔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연극적 상상으로 무대에 펼쳐낸다. 고전 춘향의 스토리를 짚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서사보다는 말과 움직임, 라이브 연주와 배우들의 노래로 꿈처럼 자유롭게 감각적으로 극화하였다.


마음에 든다.
안해봐도 알아.
어떻게? 그놈이 그놈이야.


배우들의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정갈한 한복에 정장 마의를 입은 알 수 없는 복장을 입은 다섯 명의 여자들이 멀뚱멀뚱 바라보며 관객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온다. 춘향은 거기에 노랑 빵모자도 썼다. 전통적 내용의 춘향을 떠올린 관객들에게 그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트리며 시작부터 새로움으로 환기시켜준다.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와 사연 역시 확 뒤집어놓았다. 절세가인이었던 춘향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외모로 설정하였고 당당하고도 대범하다.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였던 지고지순했던 그녀가 이제는 본인의 감정에 더욱 솔직해졌다. 암행어사 마패를 들고 백마처럼 나타나는 이몽룡은 어디에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찌찔하다. 나쁜 사또 변학도는 지고지순하고도 진심어린 사랑을 춘향에게 외치고 있다. 이처럼 현대적인 감각과  뒤죽박죽 섞여버린 설정과 상상력으로 버무러진 이번 공연은 그렇기에 더 색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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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야 당나귀야, 묵직한 무게감이 숨겨진 유쾌한 대사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어쩜 저렇게 예쁠 수가.
아니 어쩜 저렇게 예쁘고
예쁘고 또 예쁠 수가.
끝났어. 내 인생은 이제 끝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배우들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 이상하다. 이게 대사인가? 무슨 말이지? 이건 그냥 단어들의 나열인가? 의식의 흐름대로, 감각이 이끄는 대로 대사를 뱉어낸다. 뚝 뚝 끊어지는 대사. 배우들의 시적·음악적 화법과 춤이 어우러지지 못한 채 극장을 부유하는 듯 이리저리 둥둥 공중을 헤매고 있다. 결과적으로 극은 소리와 이미지 위주로 흘러간다. 하지만 난해하지는 않다. 표면은 가벼울지언정 극에 담은 내용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감정에 뒤섞인 춘향에 공감하는 관객들의 마음이 모이고 모여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역할도, 줄거리도, 음악도, 춤도 모두 조각난 채 흘러간다. 이 덕분에 극적 전개에 몰입해서 보게 되는 TV 드라마와는 달리, 무대와 한 발짝 떨어져서 삶에 대해 관조하는 식의 감상이 가능하다. 경쾌하면서도 약간은 음란한 노래와 대사의 향연이 흘러간 자리에서 욕망은 그렇게 처절하게 몸부림치다가 결국 희미하게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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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떼아뜨르 봄날'


식상한 이야기도 연극 무대에 오르면 새롭게 달라진다. 텅 빈 무대에 소품 하나 없이 진행되지만 허전함이 느껴질 틈도 없다. 유쾌하게 극을 따라가다 보면 극단 떼아뜨르 봄날만의 확실한 색깔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성실한 관찰력은 중요하지 않다. 의식의 흐름 무대와 배우들의 자동기술 화법에 내 의식을 내맡기면 된다.

이제부터 떼아뜨르 봄날의 공연은 확실하게 믿고 보고자 한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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