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3D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을 봤다. 공연장이 너무 멋있었다. 오오오.. 각 자리마다 자막 볼 수 있는 작은 모니터도 있었고 큰 데에도 있었다. 오페라의 묘미 중 하나는 직접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음악이다. 역시 이번에도 있었다. 너무 멋있는 오케스트라, 인사와 박수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오페라의 특징은 프로잭션 맵핑 기법으로 배경을 나타내는 것이다.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아서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각 기법이다. 배경에 있는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다. 극 내용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적당한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이 좋았다. 일단 클래식한 오페라에 현대적인 기법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사랑의 묘약>에 합창과 오페라 뿐만 아니라, 발레도 나왔다. 무용수들을 보면 항상 발끝으로 서는게 너무나 아프고.. 정말 '미'를 위해서 몸을 혹사시키기에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하지만 또 직접보면 몸을 혹사시킬만큼, 그 이상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만다. 발레 너무 아름답다. 발레를 볼 때마다 발레 공연도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체가 만드는 선이 세상에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페라에서 깨알같이 나오는 소스처럼 발레가 나와서 좋았다.

클래식한 오페라 장르가 어떻게 로맨틱 코메디가 될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정말 가능했다. 보니까 이해가 됐다. 정말 로맨틱 코메디였다. 엄청 웃으면서 봤다. 정말로.

스토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농부 총각이 깍쟁이 아가씨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데, 아가씨는 군인과 밀당하는 상황이다. 이때 약쟁이 약장수가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을 홀린다. 그리고 총각이 사랑의 묘약 있냐고, 약쟁이는 술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이며 판매한다. 그런데 더 웃긴 점은 술(약)먹고 취해서는 어차피 아가씨 아디나는 다음날 나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안심하는 농부 총각 네모리노. 아디나는 얼떨결에 밀당을 당하게 되고 홧김에 군인 돌코레과 언약을 맺지만, 취소하고 결국은 네모리노와 맺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어이없고 뻔한 스토리지만 재미있게 해주는 깨알 요소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자막이다. 초월번역이다 정말. 번역을 누가 했는지 자막이 정말 찰떡이었다. 그래서 더 웃었다. 놀리는 장면에선 '아니지롱~' 이렇게 말하고, '질척대지 마'라고 하고.. 정말 자막에게 큰 박수를 주고 싶다.

약쟁이도 정말 매력적이었다. 돌카마라였던가? 진정한 재미는 약쟁이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정말 생날라리인데, 사람들을 아주 손쉽게 낚는다. 낚이는 사람들 반응도 재미있고, 특히 네모리노 취한 상태는 개그 자체였다. 진지한 분위기와 진지한 노래를 하는 오페라에서, 농부 청년은 취해서 껄렁대며 춤추고, 군인 돌코레를 놀래고, 본의아닌 밀당에 아디나는 멘붕에 빠진다. 너무 어이없는 상황이 또 능청스러워서 웃음이 나온다. 역시 사랑을 쟁취하는 건 여유로움과 자신감인가? 사랑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도 여유로움과 자신감을 지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적인 오페라보다는 활동적이고 활기찼다. 발레도 있고, 특히 네모라노 정신줄 놓은 장면 무대 귀퉁이에서 저글링하는 애들은 대체 뭐야. 정말 연출 최고였다. 그래서 더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웃겼다. 연출이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눈에 너무나 잘보였다. 오페라와 함께 발레 공연 + 연극 느낌도 났다. 너무 즐겁다.

또 엄청나게 웃은 장면이, 농부 총각 네모리노가 어쩌다보니 백만장자 벼락부자가 되었다. 본인은 모른채로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네모리노가 등장하는데 배경에선 돈다발이 엄청 떨어졌다. 황금 반짝거리는 금화가 사방에 뿌려지는 배경이었다. 폭소했다 정말. 술취한 네모리노는 자기가 마신 약효 떄문인 걸로만 알고 있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돌아가는 원형 무대도 흥미롭고, 특히 군인 돌코레의 목소리가, 성량 갑이었다. 역시 오페라는 능력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이었어. 모든 장면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오케스트라까지. 게다가 약이 필요 없다던 주인공 상여자 아디나였다. 너무나 매력이 넘쳤다. 나정도는 약이 필요없다고, 충분히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너무 멋졍.

고전 내용이어서 뻔한 부분은 있지만, 현대적으로 잘 바꿔서 재미있게 잘 만든 공연이었다. 정석 스토리지만 흡입력이 있었다. 정말 큰 선물같은 공연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더 많이 흥해라.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이런 좋은 공연은 모두가 보아야 해. 더 크게 많이 발전하고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