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전에도 얘기했듯이 나는 탈코르셋(이하 탈코)을 한 사람이다. 사실 100% 한 것은 아니고 80%정도 했다. 학교를 가거나 혼자서 어디 외출을 할 때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얼굴에 무엇 하나 찍어 바르지 않고 그냥 나가지만(사실 피부병 걸리기 싫어서 썬크림까지만 바른다), 친구나 지인을 만날 때에는 전혀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탈코를 하기 전에 그렇게 신명나게 해댔던 눈화장, 볼터치, 풀립 같은 진한 화장은 절대 하지 않고 렌즈+피부화장+립밤만 바르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것 마저 다 놓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조금 자존감이 부족한지 누군가를 만날 때 안경만큼은 버리기가 힘든 사람이다. 혼자 다닐때는 그냥 끼고다니지만.

솔직히 말해 친구도 없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일이 정말로 없다. 다이어리를 살펴본 결과 저번 7월달에 혼자 외출한 것을 제외하고 사람을 만난 날은 31일 중 4일. 4일 중에서도 하루는 학기 중에 했던 스터디원들을 만나는 날이라 평소처럼 쌩얼로 나갔다(학기 중 학교다닐때 안경 벗은 적이 없다). 즉 나는 7월 한달간 화장을 딱 3번했다. 렌즈를 3번 낀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눈에는 이제 화장을 한 사람이 오히려 낯설게 보이게 되었다. 특히 커플이 지나갈 때. 버스를 타고 외출을 하던 길이었다. 그날도 혼자 외출하는 날이라 당연히 안경에 썬크림까지만 바르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바깥을 보며 가고 있었는데 유독 커플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참 웃겼던 것은, 커플들 중 남자들은 그 흔한 비비 같은 피부화장 하나 찍어 바르지 않았는데, 여자들만 피부에 눈에 입술에 얼굴에 온갖 화장품을 얹고 나왔다는 것이다. 정말 솔직히 얘기해서, 화장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해야 될 것 같은 커플들이었는데. 얼굴평가 하는것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와 같은 여자들이 이이상 힘들게 화장을 안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이다. 남자들은 평범한 반팔 티셔츠에 평범한 5부 반바지에 얼굴에 무엇하나 찍어바르지 않고 편안하게 나왔는데, 왜 그들의 옆에 선 여자들은 다들 꽉 끼는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그리고 이 더운 날씨에 묶지 않은 긴 머리까지 하고 만나는 것일까. 상대에게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기분은 잘 알겠지만, 그것이 왜 여자에게만 국한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덧붙여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만 화장을 놓기 어려운 사람은, 한 번 머리를 짧게 잘라보았으면 좋겠다. 나도 화장품을 놓기 이전에 숏컷을 먼저 했던 사람인데, 중2때 한 번 짧게 자르고 그뒤로 계속 길러왔던 머리가 없어지니 어색해서 이것저것 얼굴에 발라보았다. 결과는 처참. 아무것도 안 바른 얼굴이 훨씬 자연스럽고 기괴하지 않았다. 연예인들 중에 숏컷을 하고 화장을 한 얼굴이 너무 예뻐! 할 땐 명심하자, 그들은 연예인이고 우린 일반인인것을. 그리고 그들 역시 한 명의 코르셋 피해자이라는 것을.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이 얘길 하다보면 저 얘기를 하게되고, 그러다보면 살에 살이 덧붙여져서 너무나도 부풀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필력의 한계일 것이다. 일단은 큼지막하게 이야기를 했으니 정말로 그들은 당신에게 잘생겨보이고 싶단 생각을 안하는데 왜 굳이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면, 커플들 사이에서 남자가 화장을 하지 않고 나온다면 여자도 할 필요 없다. 당신만 힘들게 그래야만 하는가? 나는 이것만큼은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다. 화장 안 한 남자 옆에 화장 열심히 한 여자가 서면 그 둘은 커플이 아닌, 예쁜 인형을, 키링을 달고다니는 남자로만 보인다. 화장하는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탈코를 하고 밖을 다녀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맨 얼굴로도 당당한 여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화장은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요소가 되어야만 하고, 더 이상 여자에게 화장을 강요하는 사회도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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