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떤 방에서 살아왔나요.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이방연애' [공연]

글 입력 2018.08.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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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혹은 언젠가, 당신이 살았던 방을 그려주세요. 그리고 이 방에 살 때 당신이 했던 연애를 한 단어로 적어주세요. 혹은 이 방이 가진 색깔과 소리, 냄새와 감촉 같은 것을 적어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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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연애란 도깨비 나라 같은 것이다. 같은 제목으로 된 동요 가사처럼,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일같다. 스스로가 말도 안 된다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사람의 인연과 알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의 처음을 겪게 되는 굉장히 고난이도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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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연애를 보러가던 날은 참 정신없고 지쳐있는 상태였다. 내 생활 전반이나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앞으로의 인생이 잘 예측되지 않아서 불안했다. 공연장으로 들어서니 왠지 편안한 느낌의 무대가 맞이하고 있었다. 인물만 아직 나타나지 않은 티테이블만 덩그러니 있는 모양이 마냥 편안했다. 시작되기 전부터 그 편안함에 물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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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나타난 세 명의 인물은 정말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끼리 대화를 하기도 하고 관객을 향해 독백하듯이 말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연극을 만드는 연극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각자 사는 곳과 생계, 하고있는 일들에 대해 자유롭게,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때로는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정말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색다른 공연이었다.

공연의 세세한 요소들은 이 공연 자체가 참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돌아가며 자신이 살았던 방에 대해 3분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스스로의 ‘각성’에 대해 키워드가 되는 판넬을 하나씩 준비해서 이야기 한다거나 각 인물에게 배달된 택배 상자 속에서 편지를 꺼내 낭독하는 등 많은 행위들이 모여 구성마다 다양한 메세지를 전해왔다.
 
연애 중심적인 이야기가 아닌, 퀴어 여성들의 노동과 주거,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다큐멘터리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기획을 직접 눈 앞에서 겪은 것도 좋았고 모든 배우분들이 다 매력있고 따뜻하셔서 전혀 안면이 없는 관객이지만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위로받았다. 누군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자신이 어떤 것에 영감을 받았고 어떤 큰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듣는 것은 나에게도 또 다른 영감이자 에너지가 되는듯 하다.

맨 앞줄에 앉아 연신 고개를 끄덕여가며 공연을 관람하시던 분이 극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난 후부터 계속해서 눈물을 훔치셨다. 뭔가 그 분이 왜 우는지 막연하게 알 것 같아 속으로 다독여 드렸다. 우리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연애를 하고 있거나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연애, 다양한 주거환경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올해 서울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Qeerround’였는데 퀴어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함께 있다는 뜻이다. 극의 제목이 ‘이방연애’ 영어로는 ‘Alien romance’인 점이 극을 보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남는다. 누군가의 연애 혹은 삶이 어떤 방이라고 표현되는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문과 문 사이의 문지방에 걸쳐있지 않는, 이방인, 외계인처럼 다뤄지지 않는 날을 위해 항상 함께할 것이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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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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