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창작의 고통에 철학적인 메세지를 던져주는 와이즈발레단의 Baroque Goes to Present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7.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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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창작의 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와이즈발레단의 Baroque goes to Present를 작년에 이어 또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작년과 감상평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두 번째 관람이 주는 또 다른 고찰과 감동이 있었다. 따라서 초연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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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곡가 곁에 여자는 과연 누구며 무엇을 상징하나?


고요한 무대 위 작곡가는 창작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 ‘똑딱똑딱’ 메트로놈(피아노 박자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책상 밑에서 여자(김찬미 발레리나)가 튀어나온다. 여자는 작곡가에게 시간 여행을 안내하며 작곡가의 옆을 지킨다. 작곡가는 시간 여행을 하며 다양한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추지만, 여자는 절대로 남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춤을 추지 않으며 작곡가 이외 누구와 함께 춤을 추지 않았다.

저 여자는 과연 누구기에 작곡가를 바로크 시대로 인도하고 그 사람과만 춤을 출까? 공연 내내 여자의 정체성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정체성과 더불어 여자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시간여행을 막 시작한 직후 클래식 튜튜를 입고 백조처럼 가볍게 춤을 추는 무용수 밑에서 여자는 웅크려서 괴로운 듯한 처절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절도 있는 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다르게 여자는 서글픈 표정과 함께 무언가를 갈망하는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어쩌면 그 여자는 작곡가의 숨겨진 또 다른 자아이거나 숨겨진 천재성 혹은 작곡가의 꿈이나 소망을 상징하는대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곡가의 천재성 혹은 꿈이 미처 표현되지 못하고 실현되지 못해 그를 바로크 시대로 인도한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2.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에서 무엇을 얻고자 했나 과연 그가 바라던 음악적 영감은 얻었을까?


여자의 안내로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무대 뒤에 문이 열리고 피아노를 치고 있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가 나타나는데 작곡가는 바로크 작곡가를 마치 꿈처럼 혹은 닿지 못할 이상처럼 애절하게 바라본다. 피아노는 그저 바로크 작곡가를 소개하는 무대 장치일 수 있지만 무언가 특별한 의미 역시 담고 있는 듯 보였다. 후에 작곡가는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 피아노를 쳤고 극 후반에는 텅 빈 피아노만 허무하게 바라본다. 작곡가의 이상과 그 이상에 도달,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깨달음을 피아노로 나타냈다고 추측하면 피아노는 창작의 정점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을 보면서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얻고자 했으며 그가 바라던 음악적 영감을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시간여행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 안무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냥 남겨두기로 했다. 이 궁금증이 다음 공연으로 날 이끌 것이고 이번에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 혹은 대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 클래식과 모던발레


Baroque goes to Present. 제목에서부터 바로크(고전) 발레와 현대발레를 동시에 즐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고전과 현대의 차이가 의상부터 음악 그리고 움직임까지 차이가 뚜렷했다. 바로크 시대를 나타내는 무용수들은 원곡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토슈즈를 신고 클래식 튜튜를 입었으며 백조와 같은 우아한 움직임을 뽐냈다. 반면에 현대 시대를 대변하는 무용수들은 편곡된 클래식 음악 속에서 천 슈즈를 신고 발레 스커트를 입은 채 현대무용의 특징이 돋보이는 움직임을 선보인다.

바로크와 현대의 작곡가 분위기도 매우 다르다. 바로크 작곡가의 음악적 영감은 매끄럽고 절도 있으며 밝은 기운을 내뿜는 동작과 음악들로 표현되었다. 무대의 조명 역시 밝아지면서 마치 바로크 작곡가는 창작의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작품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현대 작곡가의 영감은 어두운 조명 안에서 무거운 분위기의 음악과 함께 소심하고 거친 양상을 들어내는데 창작의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작곡가의 음악적 영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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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는 기획 의도에서 창작의 고통이라는 주제 외에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정말 창작의 고통을 주제로만 삼았는지 아니면 그 뒤에 숨은 뜻을 관객들의 상상에 맡겨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도록 일부러 내버려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후자라면 안무가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인 만큼 여자(김찬미 발레리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바로크와 현대를 나누는 의상과 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크고 작곡가의 감정선을 살펴보면서 따라가는 것 역시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꼽고 싶다. 그저 가볍게 고전발레와 현대 무용의 차이를 감상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쫓아 수많은 생각과 성찰을 하길 원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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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은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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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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