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쾌한 비유로 스며드는 사랑, 「관계의 물리학」 [도서]

글 입력 2018.07.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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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에게 추천)
사람에게 치이고 관계에 지친 사람
그럼에도 사람을 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사람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은 사람

(추천하는 독서 시간대)
밤~새벽 사이, 조용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에세이는 소설과는 다르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소설이 장막 뒤의 작가와 이야기 나눈다면, 에세이는 차 한 잔 마시며 좀 더 가깝고 친밀하게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작가 림태주는 어렵지 않은 비유로, 그러나 핵심을 꿰뚫는 언어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등 지친 사람들을 위한 대화 가이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이 다를까?

아래의 비유를 천천히, 속독하지 말고 단어의 행간을 느끼며 읽어보자.


“거리를 둔다는 건 마음을 단속하는 일이다. 당신은 더 이상 다가가지 않을 것이고,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관계는 무의미해질 것이고 사랑으로 진화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무례하게 대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에겐 사이가 없다. 그는 우주가 아니다. 숨을 쉴 수 있는 거리가 없으므로.“


거리를 두다.jpg
 
 
위의 책들이 실질적인 대처법을 말한다면 이 책은 ‘나’의 마음을 말한다.

살다보면 계속 만나게 되는 무례한 사람들에게까지 당신의 마음을 내어줄 필요는 없다. 관계는 서로의 우주가 만나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과정이지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미는 과정이 아니다. 이럴 때 ‘나’는 단호하게 거리를 둘 수 있고, 두어야 한다.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낯설지만 쉬운 언어이다.

제목에 들어있는 물리학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책을 외면한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기압골, 인력, 공전 등의 비유가 술술 읽힌다. 일반적인 에세이에서 잘 쓰이지도 않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지도 않는 단어들이지만 지식을 자랑하는 냄새는 전혀 없다.

다만 이것은 독자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의외성의 마법을 부릴 뿐이다.


“중력은 그 별에 있는 모든 것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지표면에 똑바로 서 있게 한다. 가벼운 별은 약한 중력을, 무거운 별은 강한 중력을 가진다. 중력의 크기는 별의 질량에 비례한다.”


중력.jpg


자기중심이 있는 사람은 쉽게 바깥바람에 휘둘리지 않는다. 타인의 말, 사회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람에게 끌린다. 내가 흔들릴 때 강한 중력으로 나를 잡아주는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꼭 소장하고 싶은 책만 사는 편이다. 서점에 갈 때마다 여러 권 고르고 과연 여러 번 읽을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은 뒤, 거의 전부 내려놓는다. 특히 「관계의 물리학」 같은 에세이 계열에서 사고 싶은 책을 만난 것은 오랜만이다.

지독한 사람 몸살을 겪은 뒤에도, 관계를 놓고 싶어 하지 않았던 나에게 알맞은 책.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울림이 깊었던 문구를 소개하며 마친다.


“닿음은 서로 간의 틈새가 일순간 사라진 접촉이다. 그렇게 닿아서 접촉면을 넓혀갈수록 우리는 따뜻해지고 안온해진다. 놓음은 서로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분리다. 그렇게 놓아서 여백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홀가분해지고 안온해진다. 그러므로 닿음과 놓음에는 집착이나 절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닿음.jpg


[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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