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킬롤로지: 지나치기 쉬운 사회 속 어두운 면에 관하여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7.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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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롤로지_티저 포스터.jpg
 
 
2018년 5월 15일
알란: 김수현/ 폴: 이율/ 데이비: 장율
 
 
2017년 영국에서 제작된 연극 <킬롤로지(Killology)>가 올해 한국에서 초연되었다. ‘살해학(Kill+ology)’이라는 뜻의 제목과 같이 살인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리적·생리적으로 다루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
한 소년이 이 게임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게임의 한 장면처럼
처참한 희생자가 되어버린 소년, ‘데이비’
더는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싶은 ‘알란’
게임은 게임일 뿐,
게임과 현실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주장하는 ‘폴’
 
이 세 남자의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킬롤로지>의 줄거리 자체는 매우 단순하지만, 관객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받기 어려운 불친절한 극이다. 아들의 죽음을 인식하는 아버지의 자세, 사건 이후의 폴의 심리 등은 직접적인 묘사가 없기 때문에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혼선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많아 필자는 관람하면서 인물들의 행동을 계속 해석해야 했다. 단순히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이 아니라 사건을 본 목격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 연극을 단순히 관람하러 온 관객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폭력을 막는 것은 사랑뿐이다.’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은 이미 수많은 공연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나 <킬롤로지>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차별을 두었다. 데이비, 알란과 폴이 무대에 서 있지만, 그들은 무대 위에 층별로 자신만의 공간이 있으며 인물끼리 서로 거의 마주하지 않는다. 세 명의 독자적인 이야기는 그들이 그릇된 선택을 해야 했던 과거부터 시작되어 후반부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그 과정에서 불우한 가정환경, 게임중독, 폭력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킬롤로지>를 보는 관객은 관객으로서 공연을 ‘보는 것’이 아 작품과 ‘두뇌 싸움’을 해야 한다. 이렇게 작품이 어려운 이유는 <킬롤로지> 속 사건들이 관객 모두 한 번쯤 다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서 다루는 현상들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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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인물은 모두 어긋나있다. 무엇보다 세 명의 관계는 매우 미약하다. 헤어진 지 오래된 아버지와 아들, 부자(父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게임회사 CEO. 심지어 아들에게 일어난 일에 CEO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아버지는 CEO에게 복수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과연 누가 사건의 책임자인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모두가 피해자다. 그들은 온전한 환경 속에서 살지 못하고 잔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어쩌면 등장인물은 한 명의 사람이 아닌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현실 속 불특정 다수일지도 모른다.
 
작품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당신은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나?’ 당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연이 상처받은 사람들로 가득한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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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극열전


[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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