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읽기를 통한 삶 읽기, 도서 '시간을 파는 서점'

글 입력 2018.07.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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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서점' 서점이란 자고로 '책'을 파는 곳인데, '시간'을 파는 서점이라니.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단순하게 서점을 돌아다니며 그것에 대한 정보를 기록한 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인 네딸란드(신경미) 작가는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의 서점을 둘러보면서 어떠한 것을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하셨던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유럽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그 속에서 그곳의 역사, 문화와 정신을 느끼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에게 서점이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그 마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곳이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을 파는 곳인 서점을 넘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서점'을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평소에 책과 낯가림을 했던 나도 보다 더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흥미를 넘어 이 책에 푹 빠져 네딸란드와 함께 유럽의 서점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럼 네딸란드와 함께 한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을 나도 한 번 기록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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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제대로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오직 수집가의 손에 의해 발견되어질 때,
책을 구입해서 서점에서 들고나갈 때,
그 책은 잠에서 깨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_45p


이는 공연예술인을 꿈꾸는 나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나는 공연예술도 책과 같은 꿈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예술도 관객과 만나기 전에는 잠에 빠져 있는 상태다. 그리고 관객이 공연을 보러 와줄 때, 그리고 이를 보고 나서 서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때, 공연은 그제서야 완전히 살아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공연예술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거는 대화의 방법 중 하나이다. 이 대화의 주제는 어떠한 메세지가 될 수도 있고, 또 추상적인 느낌과 감상일 수도 있다.

공연은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관객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이다. '대화'라는 것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의미가 생기듯, 공연예술도 이를 보러 와주는 사람이 있을 때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책과 공연을 포함한 '예술'이라는 것이 지닌 꿈일지도 모르겠다. 예술이라는 것은 창작자에 의해 일차적인 생명을 얻지만, 이를 알아주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생길 때 보다 더 활기찬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부러운 점'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여행을 하는 동안 나의 현실과는 다른 듯한 것들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여행'이 여행자들에게 부리는 마법 중 하나인 듯 하다. 이번 서점 여행에서도 네딸란드와 나 모두에게 이러한 부러움의 순간들이 문득문득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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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민감하여
우후죽순처럼 무엇인가가 생겨나고
좀 시들해지면 흔적을 감추어버리는 그런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전통을 중시하고 보존하는 것에
주여한 가치를 두는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_114p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뭔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랜 예전에 지어진 건물들,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보면 우리 나라의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에 따라 우르르 생겼다가 유행이 시들어짐과 함께 사라지는 수많은 것들을 자주 보다보면, 이러한 '사라짐'에 어느 샌가 무뎌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게 생겨나도 또 금방 사라지겠지라는 전제가 내 마음 속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모습은 이렇게 사라짐에 무뎌져 가는 나의 마음에게 경고를 주며 '보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마을에 축제가 열리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한다...
마을의 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 안에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는 것이다.

_171p


최근에 다녀온 스위스 여행에서도 이런 '부러움'을 나 또한 느낀 적이 있다. 바로 스위스의 한 도시인 '루체른'에서이다. 내가 여행하던 어느 주말, 루체른에서는 '마라톤 축제'가 열렸다. 보통 마라톤에는 대회나 경기가 뒤에 붙기 마련이지만, 이 날 내가 본 장면은 분명한 '축제'였다. 평일에는 매우 조용했던 마을이, 이 날 만큼은 그 어느 마을보다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정말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각자 나름대로 이 축제에 참여했다.

아이와 함께 손 잡고 마라톤에 참가한 엄마와 아빠, 정겨운 연주를 하며 흥겨움을 더하는 음악대, 맥주와 소세지를 먹으며 각자의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땀과 함께 열심히 뛰어오는 마라톤 참가자들을 응원해주는 이웃들 모두 마을 축제에 참여해 그들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심지어 마음 어딘가가 뭉클해지는 그런 장면이었다. 이렇게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층이 함께하는, 말 그대로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하는 주말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운 순간이었다.


이 꿈을 지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주변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본인의 가치관과
새로운 시대를 펼칠 수 있도록
기능적 역할을 하는 가치관이
진심으로 부러울 뿐이다.

_194p


극 연출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나의 꿈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상당히 많이 들려온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모두 이것이 지닌 '불안정함'이라는 것으로 인해 한 번쯤은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예술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것에 끌렸을 것이다. 안정적임에서는 나올 수 없는 어떠한 힘과 매력이 예술에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불안정함만을 지니고는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 때문에 이렇게 불안정한 꿈과 예술을 지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이 있어야 예술가들이 그들의 꿈을 보다 더 찬란하게 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을 꿈꾸는 나로서는, 이렇게 예술에 대해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는 사회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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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소중한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좋았다.

가슴을 후벼 파는
격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뭉근하게 저며 오는
소박한 시골냄새 가득한 이야기가
어쩌면 인생을 살아오면서 힘들 때마다
몰래몰래 찍어 먹고픈 꿀단지 같은
힘을 건네주곤 했다.


'시간을 파는 서점'을 읽다보면, 책의 삶이 우리들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책들이 있는 곳, 서점을 여행하며 적은 네딸란드의 문구들은 나의 인생관에 매우 큰 울림을 주었다. 서점에 대한 글이기에 평소에 책과 친하지 않은 내가 읽기에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이 책을 조금만 읽다 보면 '책을 통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시간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네딸란드가 소개해 준 수많은 서점과 같이 소중한 것들을 알고 이를 지키며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사는 내가 되고싶다:)


P.S. 소소하지만 소중한 나의 인생 이야기를 위하여:)


[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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