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럽 여행에서는 서점을 들려보자

[시간을 파는 서점] 리뷰
글 입력 2018.07.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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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자꾸만 헷갈렸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고 말하곤 했다. 찾아보니 2012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의 제목이 '시간을 파는 상점'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는 주인공 온조가 시간을 사고 팔며 학교에서 문제 해결을 의뢰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가며 성장하게 된다.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 온조는 직접 시간 자체를 팔 수 있는 개념으로 여기고 시간을 팔았다면 [시간을 파는 서점]에서 시간을 대하는 자세는 이와 다르다. 이들은 시간이 붙잡을 수 없는 개념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더 소중히 대한다. 헌책방에서는 책 종이에 냄새로 배어든 시간의 흔적을 팔기도 하고, 일반 책방에서도 그 때 그 때의 시간을 담은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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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내가 갔었던 서점이 반갑기도 했고, 가지 못한 서점이 아쉽기도 했다. 제일 반가웠던 서점은 역시 암스테르담의 ABC 서점이다. 이 곳은 암스테르담의 최대 규모 영어서점으로, 예술부터 인문, 고전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있다. 1층에서는 카드와 함께 'SALE' 카트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의 책도 만날 수 있다. 주로 예술 책들이 많았다. 영어 교육이 워낙 잘 되어 있고, 국립도서관에서도 영어 책과 네덜란드 책이 혼재되어 꽂혀있을 만큼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특히나 네덜란드 내에서도 가장 다문화 도시로 꼽히는 암스테르담에서 영어 책에 대한 수요가 꽤 큰 편이었다.

ABC Bookstore, American Book Center는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고, 나선형 구조로 되어있어 많은 책들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는 서점이었다. 한글책을 구매할 길이 없으니 교환학생 내내 영어 책을 읽었고, 주로 이 곳에서 구매했다. 오만과 편견, 영화 '컨택트'의 원작 [Arrival],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 2,3권을 여기서 데려왔다. 읽을 엄두가 안났고 무엇보다도 한국까지 부칠 엄두가 안나서 사지 못한 많은 도록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특히 네덜란드의 상징 같은 고흐의 도록 하나쯤은 샀어도 괜찮았을텐데. 이 외에도 ABC에는 다양한 미술, 음악 서적이 있었다. 데이빗 보위 관련 서적도 하나 살걸, 후회가 남는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저자의 성실함이었다. 4개월간 암스테르담에 살기도 하고, 두 달은 유럽을 여행하기도 하면서 서점을 참 많이 갔었다. 이 책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정말 좋았던 서점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서점에 가서 본 것은 책의 배치, 사람들, 분위기 정도. 이 이상 나아가서 주인과의 소통을 시도하거나 취재를 시도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정말 많은 서점을 다녔음은 물론이고 서점과 책마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책에 실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종종 '한 번 들렸는데 그 인상을 잊지 못해서' 적은 듯한, 얕은 내용의 서점 기행을 찾을 수 있지만 많은 파트에서 서점의 역사부터 마을의 분위기까지, 그 곳의 사람들이 책을 대하는 태도를 서술하기 때문에 정말 그 곳을 방문한 듯한 느낌과 함께 실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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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유일하게 작가가 비판한 서점은 포르투의 렐루 서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크게 공감했다.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의 영감을 받은 곳으로 알려지고, 가운데에 데칼코마니처럼 대칭되는 나선형의 계단이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평가도 종종 받는 곳이다. 나는 2개월의 여행 내내 해리포터를 읽고 있었으므로, 딱 포르투 렐루 서점을 위해 진도를 맞춰 읽던 중이었다. 렐루 서점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입장료는 북 바우처로 사용되어 책을 살 때 그만큼 할인해주기 때문이었다. 해리포터의 영감이 된 곳에서 해리포터를 산다는 것은 아주 로맨틱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줄과 사람의 연속이었다. 전혀 서점 같지 않은 곳에서 티켓을 사면 다시 밖으로 나가 다른 입구에 가서 줄을 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조악한 해리포터 9와 3/4 승강장 카트에 휘말려 사진을 찍고 하나도 닮지 않은 해리포터 레고를 사게 된다. 나가서 줄을 서고자 하면, 인파에 먼저 기가 죽는다. 대체 서점 하나 들어가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얼마나 대단한지 두고 보자는 미운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내부는 체리 오크 같은 어두운 나무로 되어있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날 것 같다. 그러니까, 이건 추측이다. 사람들이 모두 빠지고 북적북적 어떻게든 인증샷 하나 남기려는 사람들을 지우고 정말 책을 고르는 사람들만 남긴다면 아마도 그런 분위기일 것이다. 계단은 더 이상 계단의 용도가 아니라 포토월의 느낌이고 소파 또한 앉아서 책을 보는 곳이 아니라 아무 큰 책을 무릎 위에 펴고 살짝 고개를 숙여 독서를 하는 척, 사진을 찍는 용도가 되었다. 그 북적이는 곳에서 나는 해리포터 한 권만 집어 들고 얼른 나왔다. 가본 서점 중 가장 별로였다. 서점의 고고함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정말 부족한 서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에게 포르투 렐루 서점을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나 살 책이 없다면 말이다.

책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서점 내의 책 배치나 도서 출판 산업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서점이 주는 인상, 서점에 있는 사람들이 주는 인상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소비하는 책이 정말 주로 헌책, 예술책 등일까? 그들은 베스트셀러를 사지 않을까? 정말 고고하게 각자의 기준으로 책을 사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분명 유럽의 서점에도 강한 출판사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고(특히 런던의 워터스톤스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포스터가 붙은 책이 있었고, 유독 많이 비치된 책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와 반대로 가치에 상응하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책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책방을 다녔다면 각 책방의 도서 배치는 어떠한지, 출판 업계에서 정말로 베스트셀러가 소비자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면 보다 내용적으로 풍부한 서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점 기행을 읽는 것은 즐거웠지만 딱 그 선에서만 그치고 그 안으로는 넘어가지 못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첫째, 다루는 서점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고 둘째, 네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의 따뜻함이 책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과정을 자유롭게 관찰하고, 아이에게 더 좋은 책과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과정이 멋졌다. 또 열두살이 될 때마다 부모 중 한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었다. 또한, 작가는 책 많이 읽는 사람들 혹은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으레 가지는 '독자로서의 우월의식'이 없다. 내가 말하는 독자로서의 우월의식이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책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자신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겨울서점의 유튜브를 좋아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태도 없이 그저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글을 이어간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던데!'같은, 몽둥이 든 계몽은 없다. (사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은 저 말을 읽을 일도 없을 테니 종종 책에서 이런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의아하다.) 함께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유럽 서점 기행이 반갑고 재미있다. 다시 유럽에서 직접 이 서점들을 방문할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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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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