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로악단 [음악]

글 입력 2018.06.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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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노래 속 예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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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위로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만은 아니다. 집을 나선 어느 날, 고개를 올려 바라본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에 위로를 받는다. 무겁게 나를 짓눌러 자꾸만 작게, 자꾸만 초라하게 나를 만들어버리는 일상 속 무거운 짐들을 안고 등교를 하는 중에 만나 놀이터를 울리는 티 없이 해맑은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에도 위로를 받기도 한다. 나의 고민이나 고통은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의 존재에 위로 받는다. 집에 돌아오면 같은 자리에서 항상 나를 반기는 반려견의 까맣고 동그란 그 눈동자와,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꼬리에 위로를 받곤 한다. 음악 소리로, 사람들의 말소리로, 위이잉-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로, 타닥타닥- 노트북을 치는 소리로, 저마다의 소리들이 한데 어울려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즐기는 씁쓸한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이 위로가 된다. 이렇게 내가 위로를 받고, 기대는 대상들을 떠올리면 나열해보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다.

가끔은 힘들 때 이런 생각을 한다. 한껏 움츠러들고 초라해져버린 내 몸을 가리고, 시끌벅적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폭풍우치는 두 눈과 두 귀를 가로막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왜그래? 무슨 일 있었어?"라는 물음 대신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아. 지나갈거야. 나 또한 그랬어."라며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누군가. 그 누군가가 단지 한 사람뿐이라도 내곁에 있었으면... 나에겐 노래가, 노래 속 가사가 그 한 사람이 된다. 담담한 위로와 함께 깊은 공감, 그리고 힘찬 응원을 보내주는 수많은 노래 가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갈 길은 아직 머니깐
물이라도 한 잔 마실까
우린 이미 오래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니깐

누구에게 물어도 모른채
다시 일어나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고 골짜기르 넘어서
생의 끝자락이 닿을 곳으로
오늘도

이적, <같이 걸을까> 中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비교하지 마 상관하지 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택한 이곳이 나의 길

부러운 친구의 여유에 질투하지는 마
순서가 조금 다른 것뿐
딱 한 잔만큼의 눈물만 뒤끝 없는 푸념들로 버텨줄래
그 날이 올 때까지 믿어준 대로 해왔던 대로

윤종신, 곽진언, 김필, <지친 하루> 中

나는 한때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지길 바랬어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을 울던 날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그래도 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 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포기할 수가 없어
하루도 맘 편히 잠들 수가 없던 내가
이렇게라도 일어서 보려고 하면
내가 날 찾아줄까봐

볼빨간사춘기, <나의 사춘기에게> 中


세상을 바꾸겠다며 집을 나섰던 아이는
내가 아니지만 그래도 힘을 내자
누구나 알고 있듯이 모두가 그렇게 살듯이
나에게도 아주 멋진 날개가 있다는 걸 압니다
당당하게 살거라
어머니의 말씀대로
그때처럼 억지처럼 축 쳐진 어깨를 펴봅니다

곽진언, <응원> 中

여태 뭐하다 준비도 안했어 다 떠나고 없는 아직 출발선
사람들은 저기 뛰어가는데
아직 혼자 시작도 못했어
죽을 만큼 힘들게 하고 있냐고 노력하고 있냐고
열심히 사는척하며 눈치만 보게 돼
시계는 나를 자꾸만 보채 서둘러야 해
누가 내 맘 좀 알아줘 이런 내 맘 좀 알아줘
기댈 곳이 필요해
누가 내 맘 좀 알아줘 
제발 내 맘 좀 알아줘

폴킴, <길> 中

화려한 불빛들
그리고 바쁜 일상들 뒤에 숨겨진
초라한 너의 뒷모습과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너의 무거운 어깨를 위해

어디 아픈 덴 없니 많이 힘들었지
넌 걱정 안 해도 돼 너만 괜찮으면 돼
가슴이 시릴 때 아무도 없을 땐
늘 여기로 오면 돼

로이킴,  中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中


*


각 노래에 대한 나의 감상평을 일부러 덧붙이지 않았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의 감정과 섬세함보다는 기계의 정확함과 신속함을 찾는다. 이렇게 척박해져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이 상처를 받고, 아파한다. 하지만 모두가 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님을, 나와 마주보고 혹은 나와 나란히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두 손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갈 이가 있음을. 나와 똑같이 이 세상에서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쌓여가는 그 과정의 길에서 힘들어했고, 지쳤을 누군가가 있었음을. 그리고 그는 항상 나에게 응원과 위로를 던지고 싶어함을. 3분 남짓의 이 노래를 듣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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