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TO THE LETTER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6.0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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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더레터_표1(축소).jpg
 

조그마한 방에 새로운 것들은 쌓여가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옛 것들을 정리해야 할 때가 있다. 예쁘다고 샀지만 이제는 안 입는 옷,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심지어 신경 써서 가져온 각종 여행 티켓과 팜플렛도 정리한다. 하지만 절대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편지’다.
 
편지만큼은 절대 못 버리겠다. 어렸을 때 받은 생일축하 편지, 우정편지, 안부편지 등. 따지고 보면 참 간단한 말 임에도, 편지에는 이상한 매력이 담겨있는 것 같다. 만약, 편지와 같은 내용을, 같은 사람이 SNS메시지로 보낸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가상세계, 온라인 속에서 상하지 않고 영원히 보관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편지가 어느 순간 보기 힘들어 졌다. 편지가 메일로, SNS메시지로 대체되면서 사실 ‘직접’주고 받는 것은 아니어도 우리는 매 순간 편지를 쓰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편지가 없거나,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세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편지를 전자우편으로 대체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_p.21

 
하지만 우리는 편지를 쓰며 고민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전달하면 좋을까,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편지는 한번에 써지지 않았다. 매번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나온 최후의 결과였다. 직접 손으로 쓰고, 편지를 전해주는 수고를 더했다. ‘편할 편’에 ‘종이 지’의 ‘편지(便紙)’. 하지만 이제는 ‘불편한’ 과정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SNS로 주고 받는 대화와, 편지를 직접 쓰며 주고 받는 대화의 깊이는 많은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사이먼 가필드의 ‘투 더 레터’는 이런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며 우리가 사랑했던 편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더 나아가 과거에 편지는 어떤 의미였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주목할 만한 편지를
쓴 옛사람들과 옛 편지들을
잠깐씩 들여다보면서
편지의 작은 역사를 섞어 넣는다.

우리가 편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보관하는지를 살펴보고,
한때는 편지 쓰는 법을 얼마나
엄격하게 배웠는지도 확인해본다.

_p.26




투 더 레터


책에 푹 빠졌다. 단순한 ‘편지’의 역사에 관한 내용 인 줄만 알았는데, 600쪽이 넘는 책 속에는 재미있고, 슬프고,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13세기 중세시대에는 편지 쓰기 안내서가 존재했다고 한다. 안내서가 있을 정도면, 그들에게 편지는 중요한 수단이자 교육이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편지는 두 가지 문체,
즉 품격 있고 우아한 문체와
솔직한 문체를 결합해야 한다.
이것이 편지에 대한 내 설명의 결론이다.”

_p.126

 

“가능한 한 편지는
논의, 장소, 시간, 수신인에
딱 어울려야 한다.

중대한 문제는 진지하게,
평범한 문제는 깔끔하게,
사소한 문제는 세련되고 재치 있게 다루되,
쓴소리는 간절하면서 기개 있게,
위로는 달래면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_p.131


그 시절, 안내서의 내용과 실제 편지를 봐도 절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의 모든 편지가 그렇다. 모든 게 다 변해도 사람의 진심은 변함없이 느낄 수 있기 때문 아닐까.

*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편지읽기’이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불리우는 사람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개인적 편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절실한 마음으로, 누군가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 누군가는 증오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그 마음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편지’이기 때문 일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의 동성 연인 앨프리드 더글러스에게 쓴 편지, 세비녜 부인, 제인 오스틴의 편지 등은 지금까지도 유명한 문학으로 남고 있다. ‘개인적인’글이 ‘대중적인’글로 변해온 과정도 신기했지만, 동시에 그만큼, 편지의 힘도 느낄 수 있었다.
 

“내 삶은 영원한 악몽이오.
나쁜 예감이 나를 내리누르오.
나는 더 이상 당신을 볼 수가 없소.
나는 생명보다 더한 것을,
행복보다 더한 것을,
나의 안식보다 더한 것을 잃었소…”

_p.230


위 내용은 나폴레옹이 그의 연인 조제핀에게 쓴 연애편지이다. “그의 사랑은 기쁜 사랑이 아니라 결핍되고 극단적인 사랑이다.” 익히 알고있는 나폴레옹의 모습과 달랐다. 열정적이면서도 분노도 느껴지는 나폴레옹의 사랑. 역사 속에서 바라본 그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다. 편지 속에서 나폴레옹이라는 ‘사람’을 알아갔다.


“진정한 편지는
아주 드물고, 정말 고맙다.
그런 편지를 보면 누군가가 우리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_p.530


글로스터 출신의 45세 남성이 쓴 내용이다. 우리는 편지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었다.

‘투 더 레터’를 읽으며 수많은 편지의 마음도 읽었다. 역사적인 편지로 남든, 아니든, 그 진심과 의미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버리지 못한 편지, 오늘 다시 한 번 꺼내 봐야겠다.
 

Tinkey tonk.(여보게 평안하길)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608쪽

25,000원

2018년 5월 1일 출간

글담(아날로그) 출판

인문/역사



나정선.jpg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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