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이즈, 구도, 색감: 그가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법 [전시]

알렉스 카츠: 모델과 댄서 展
글 입력 2018.05.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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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언니와 나는 롯데월드 애비뉴엘 건물 앞에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는 알렉스 카츠 전시회 포스터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와, 정말 크게도 붙여놨네.” 사실, 그건 카츠의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정말 모든 그림을 큼지막하게 그렸다. 그래서 사람의 시선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그의 작품은 복잡한 층위로 겹겹이 쌓여있는 어려운 미술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마음을 묘하게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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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b.1927~)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완벽한 ‘뉴요커’다. 풍경화 수업에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독특한 초상 작업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카츠는 자신의 아내 아다를 비롯해, 뉴욕의 수많은 모델과 댄서를 화폭에 담았다. 롯데뮤지엄에서 7월 23일까지 열리는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 전시회는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살아있는 ‘현대 초상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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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사실 현대 초상 회화라는 개념 자체가 좀 낯설어. 요즘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잖아? 회화의 자리를 사진이 거의 대체해버렸지. 아직도 내 머릿속의 초상화는 19세기의 고흐 그림에 멈춰있는 것 같아.

P: 나도 그래. 그래서 그런지 카츠 초상화가 엄청 신선하게 다가오네. 인물을 그리는데, 디테일은 거의 다 삭제해 버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리는 게 현대적으로 느껴져. 특히 이 댄서들을 묘사하는 방식이 그래. 카츠가 ‘목 부분의 잔근육을 포착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진짜 목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얼굴의 작은 표정 변화를 몇 개의 선으로만 이렇게 포착해냈다는 게 신기하네.

나: 그러고 보니까 소재는 ‘댄서들’인데 다리나 팔의 움직임을 묘사한 게 아니라 오직 얼굴 부분만 화면에 배치한 것도 특이하다. 멈춰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기도 하고.

P: 아까 전시 초반에 봤던 카츠의 초상화 제작 방식이 생각난다. 먼저 인물을 빠르게 드로잉하고, 큰 화면에 다시 옮겨 그리면서 뺄 수 있는 부분은 다 빼고, 최소한의 디테일만 남겨놓는 카툰 작업을 했대.

나: 인물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었나 보네. 그걸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어. 이 그림에서 주름이 하나라도 지워지거나, 코가 조금이라도 짧거나 하는 변화를 주면 이건 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잖아. ‘내’가 ‘나’처럼 보이거나 혹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그 미묘한 지점은 어디일까. 나는 무표정할 때에 더 나 같을까, 활짝 웃고 있을 때에 더 나 같을까. 나를 나처럼 보이게 하는 얼굴의 곡선, 표정, 눈빛, 제스처는 어떤 걸까, 유능한 초상화가는 그런 지점을 포착해내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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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여기 코카콜라랑 캘빈 클라인이랑 협업한 작품들이 되게 마음에 든다. 예측하지 못한 구도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네. 같은 사람을 다각도에서 본 모습들을 한 화면에 넣은 것도 특이하고. 한 사람을 그린 건데도 포즈도 다 다르고, 심지어 크기도 달라서 역동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나: 맞아, 캔버스 하나가 마치 분할된 것처럼 표현한 게 요즘 SNS에 사진 콜라주 해서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 초상화에서 이런 기법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진짜 신선하다. 또 여기 이 그림을 보면, 머리 위에 여백이 엄청 많은데, 이 그림을 보면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해놨어. 여백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도 새삼 와닿네.

P: 그리고 카츠의 작품은 사이즈가 정말 대담한 것 같아. 인물들이 실물크기 이상으로 눈앞에 서 있는 걸 보면 기분이 묘해. 작품의 사이즈가 주는 아우라를 잘 아는 작가인 것 같아.

나: 또 색감이 주는 분위기를 정말 잘 컨트롤하는 듯해. 비비드한 단색 컬러를 배경 가득 과감하게 채우다니... 사실 그림을 보면서 정말 90대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이 맞나 싶었어.

 
“나의 관심은 구상미술로 향했다.
나는 ‘추상표현주의의 스케일을 가진
구상회화를 만들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나는 큰 규모의 효과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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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나 이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 인물이 빛을 받아서 얼굴에 그림자가 지고, 머리 부분이 밝게 빛나는 걸 표현한 게 좋아.

나: 나도 캘빈 클라인 시리즈가 참 좋아. 브랜드 이미지와 카츠의 그림 스타일이 정말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캘빈 클라인 속옷은 군더더기가 없고 심플하잖아. 그런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카츠가 표현하는 방식이랑 비슷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도, 카츠가 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마케팅 담당자가 바로 캘빈 클라인 속옷을 몇 벌 작업실로 보내주었다는 거야. 서로를 알아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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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나는 ‘컷 아웃’이라는 게 뭔가 했더니, 이렇게 알루미늄 판에다가 그림을 그려서 형태대로 잘라놓은 거네. 이걸 회화라고 하기도 그렇고, 조각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애매하다.

나: 그래서 ‘평면 조각’이라고 부르나봐. 컷 아웃 작품까지 보니 카츠는 ‘평면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한 작가인 것 같아. 배경 묘사도 거의 없고, 원근법도 없고, 심지어 붓자국도 거의 안 남게 깔끔하게 그렸어. 그러면서도 사이즈는 크게. 카츠의 작품 앞에 서면 압도적인 사이즈와 분위기 때문에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실감이 나다가도 이렇게 극대화된 평면성 때문에 금방 이것이 ‘그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2차원과 3차원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P: 맞아, 카츠가 남긴 이 거대한 숲 그림도 그래. 풍경화에서도 드러나는 카츠 특유의 비비드한 색감과, 위아래 구분이 없는 듯한 심플하고 대담한 구도가 “나는 그림이오”하고 말해주고 있는데도, 막상 그림 앞에 서면 마치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버려.

나: 응, 진짜 힐링되네, 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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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실제로 함께 전시를 보러간 P언니와의 대화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토대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언제나 재밌는 대화로 영감을 주는 P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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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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