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는

글 입력 2018.05.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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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는 유난히 바쁜 학기였다. 학보사도 수습 딱지를 떼고 정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학년이 올라가며 들어야 하는 전공 수도 많아졌다. 할 일이 쌓이고 매일 매일을 무언가 해치우는 듯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유독 여유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며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이동하는 도중에 언뜻 하늘을 본 적이 있다. 하늘이 유독 파래서 기억에 남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날씨와 선선히 불었던 바람이 그날따라 왜 그렇게 시리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할 수만 있다면 수업을 팽개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날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둘째로 치고, 이 수업을 빠지면서 얻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었다. '오늘 수업 빠지면 점수가 깎일 텐데', '오늘 수업 빠지면 진도 못 따라갈 텐데', '뒤쳐질 텐데'와 같은 마음들이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그러던 중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문화를 온전히 즐길 자신이 없어 신청할 생각이 없었다. 김광석 씨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광적인 팬은 아니라 모든 노래를 알지 못했고,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소극장 무대라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겠다고 신청한 이유는 탈출구가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정말로 이 공연에서는 관객 모두가 한숨 돌리며 바람을 쐴 수 있었다. 좋은 노래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고 소극장이다 보니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수도 있었다. 또한 뮤지컬 '맘마미아'처럼 유명 가수의 노래를 바탕으로 제작된 공연이다 보니 공연의 스토리와 노래를 맞춰보며 어느새 이야기에 녹아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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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내용도 우리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꿈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행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대사와 연출들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의외로 내 기억에 남은 것은 명대사도, 주옥같은 가사도 아닌 한 배우가 관객에게 전했던 말이었다. "이 공연이 여러분께 하나의 휴식 같은, 여유를 줄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 민망하게도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의 문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말이 공연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공연이 정말로 내게 하나의 쉼표였기 때문이다. 같이 문화를 향유한 아버지와도 정말 오랜만에 시간을 보냈고, 신나고 좋은 작품을 통해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었다.

 최근 친구들과 한 번 사는 인생이라 현재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분명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달리고 있는데 정작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 역시 현재의 행복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제대로 된 정답을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람을 즐겨보는 시간이 갖는 것은 해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이렇게 말해도 당장 나 자신부터 현재의 행복을 위해 할 일을 내려놓지 못할 것을 안다. 모두가 정신없이 달려가는 가운데 나 혼자 멈춰있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잠시 뒤처진들 뭐 어때. 숨 고르는 시간도 필요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우리가 뒤처질 용기를 내어 이곳에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그곳에 멈춰서 현재라는 이 순간을 잠시라도 즐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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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 어쿠스틱 뮤지컬 -


일자 : 2018.05.04(금) ~ 06.01(금)

시간
화, 수, 금 저녁 7시 30분
토, 일, 공휴일 오후 4시

*
5월 7일(월), 5월 22일(화) 오후 4시
5월 8일(화) 공연없음

장소 : 성수아트홀

티켓가격
R석 45,000원
S석 35,000원

주최
성동문화재단

주관
성수아트홀,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성수아트홀
02-2204-7563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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