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백색의 웨딩드레스가 비추는 그림자를 들여다보다 [전시]

글 입력 2018.05.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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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부터 여자들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정 가운데 화려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위치해 주인공이 된 듯한 모습을 풍긴다. 과연 웨딩드레스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를 지금부터 알아보자. 먼저 이 전시는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약 700평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로, 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기획 전시이다. 또한, 환상과 꿈의 상징인 '웨딩드레스'를 통해 서울미술관 2018 전시 기조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며 단순히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전시하는 것이 아닌 웨딩드레스 하나하나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웨딩드레스라고 하면 그저 아름답고 화려한 색채로 행복함, 아름다움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전시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요즘, 결혼을 두고 엇갈린 의견이 분분하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기성세대부터 비혼주의자가 늘어나고 있는 2030세대까지 결혼은 뜨거운 감자이다. 옛날에는 결혼이라 하면 당연한 여자와 남자 인생 중 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결혼으로 인한 한 쪽의 피해와 불평등을 자각하고 나서는 결혼이 꼭 인생에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는 않다. 조선 시대부터 가부장적인 구조가 형성되었고,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집 안에서 가사 일을 하는 불합리한 상황들이 계속됐다. 이 안에서 여성이 차별로 겪는 수많은 상처와 억압된 삶, 더 나아가 현대인들이 잊고 지냈던 '꿈'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전시가 바로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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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설, 영화, 대중가요 등 각종 문화 매체에서 차용된 12명 여성 캐릭터를 바탕으로 미술에 대한 신선한 접근을 시도하여 비록 매체 속 여성 캐릭터이지만, 많은 관람객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종 출판사에서 페미니즘과 관련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때, 함께 공감하며 마음을 함께 했던 여성 캐릭터가 가시화되어 전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대만, 러시아, 스페인, 터키,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예술적 재능을 가진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하며 대규모로 펼쳐지는 만큼 퀄리티 높은 전시를 기대해도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였던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추모 전시를 통해 그가 생전 아꼈던 웨딩드레스 컬렉션과 미공개 자료 대거를 소개한다. 웨딩드레스 하면 떠오르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된 앙드레 김은 웨딩드레스를 대표하는 색상인 흰색을 늘 사랑하고 즐겨 입었다. 따라서 그를 좋아하고 그가 제작한 옷들을 즐겨 보던 이들도 방문하면 좋은 자료들을 좋은 공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판매'가 아닌 '패션쇼'를 위해 의상을 제작했던 한 거장의 '꿈'을 주제로 앙드레 김의 패션쇼장을 완벽 재현해 그가 왕성한 활동을 보였을 적의 시간을 다시금 회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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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2018년 5월 1일부터 2018년 9월 16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전시로 회화와 조각 등 순수미술 분야를 포함하여 일러스트, 사진, 영상, 패션에 이르기까지 약 100여 점의 현대미술 전 분야를 소개하며 관람객들의 문화적 감성을 깨운다.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전시이기 때문에, 더욱 전시의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이고 깊이 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예쁜 드레스를 전시하는 전시회는 많다. 이와 비슷하게 보그 코리아 창간 20주년 특별전으로 '한국 패션 100년 mode&moments'라는 이름으로 문화역 284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다. 한 섹션에서 자신의 옷을 기증한 사람들의 옷을 높은 마네킹에 걸어두고 그들이 쓴 메시지를 함께 전시하였다.

각자 추억이 담긴 소중한 옷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옷이라는 것이 단순히 입는 것을 넘어 나의 인생에서 소중한 기억이 담긴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메시지를 전부 읽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단순히 옷들만 열거하였다면 "예쁘네"라며 사진만 몇 장 찍고 지나쳤을 테지만, 옷에 가격 태그처럼 달린 메시지는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나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겪은 사람들의 메시지를 보니, 나의 인생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와중에 옷은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이번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또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옷을 함께 보며 시각적으로도 즐겁고, 심적으로도 공감과 서로에 대한 위로를 얻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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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진

 

1) 이사림
-이사림의 [Happily ever after]는 '어쩌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을 그린 작품으로 결혼하는 커플의 행복한 모습을 작가 특유의 담백한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고전적인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결혼하는 이들의 찰나의 기쁨을 낭만적으로 보여준다.

2) 김기수
-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거울'을 소재로 세상을 조명한다. 현재의 상태를 가장 리얼하게 비추는 거울은 감상자에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3) 조이경
-영상(설치)-회화-사진의 세 매체가 형성하는 삼각관계 안에서 작업한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 기억의 작용과 반작용의 이미지를 사진, 회화, 영상, 설치의 형태로 진행하며 감각이 반응하며 지각하는 대상을, 과거를 상기하여 기억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4) 어지인
-어지인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자연에 투영하여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2018년 신작 [Pure heart moon]이 함께 소개된다.

 5) 윤영혜
-결혼 이후 줄곧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살던 윤영혜는 본연의 자신을 찾고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그려왔던 화려한 그림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이후 새롭게 완성된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Eating Flower] 연작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계기로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되찾았고, 예전 자신을 과시하고 잘 팔리기 위한 그림이 아닌 '자신이 아닌 모든 존재'들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는 삶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웨딩드레스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짚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던 웨딩드레스의 짙은 그림자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감상하고, 나의 인생에 빗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하기만 할 줄 알았던 웨딩드레스는 사실, 현실의 때 묻기 더 쉬운 하얀 색이라는 사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므로 젊은 세대들이 관람한다면 자신들이 몰랐던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것이고, 나이가 있는 관람객들이라면 더욱이 작가와 함께 공감하며 서로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모든 여성을 넘어 남성들도 함께 전시를 즐기며 차별이 아닌 평등한 눈길로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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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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