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하이젠버그

우주가 돌고, 지구가 도는데 우리가 변하지 않을 리가 없다.
글 입력 2018.05.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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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젠버그


연극 하이젠버그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을 방문했다. 하이젠버그는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의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용, 존재와 변덕 등 예측할 수 없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두 남녀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기발한 2인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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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객석의 중앙에 위치해있고 관객은 3면에서 무대를 바라보게 되어있다. 배우들은 정면(관객)을 보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이때 관객은 연극을 본다기보다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별다른 무대장치도 존재하지 않으며 무대전환도 배우에 의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오로지 두 사람과 그들의 상호작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 알렉스와 조지는 우연히 런던의 한 기차역에서 마주친다. 그대로 지나칠 수도 있었던 그들의 인연은 조지의 우연한 충동에 의해 성사된다. 조지는 40대의 자유분방한 여성이다. 풀어헤친 머리,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옷과 머플러는 그녀의 성격을 보여준다. 반면 알렉스는 딱딱하고 지루한 노년 남성이다. 평생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해왔던 그는 조지와의 갑작스러운 만남과 대화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둘의 상반된 성격은 그들의 화법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조지는 현재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며 떠오르는 생각은 곧바로 입 밖으로 내보낸다. 그래서 대화의 맥락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반면 한 번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을 알렉스는 그 대화를 따라가는 것이 혼란스럽다.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 경직되어있으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알렉스와 조지는 이렇게 다르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점차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우주가 돌고, 지구가 도는데 우리가 변하지 않을 리가 없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는 알렉스의 삶에 대한 태도 변화이다. 알렉스는 매일 같은 길을 걸어 출근한다. 정육점에서 일을 마치고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걸어 퇴근했다. 그렇게 알렉스는 평생을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그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있는데, 매주 은행에서 일주치 생활비 60파운드를 인출하는 것이다. 그 60파운드는 알렉스가 생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60파운드에 꼭 맞춘 삶을 살도록 그를 옭아매는 족쇄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지를 위해 은행에서 큰돈을 인출했을 때, 그는 홀가분함을 느낀다. 그전까지 아무도 알렉스에게 그렇게 살라고 정해주지 않았었지만, 스스로 만들어둔 반복된 일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알렉스는 행복하다.

얼마 전 성격 검사를 한 적이 있다. 그래프의 모양에 따라 본인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였는데, 그래프 1번은 나의 원래 성격, 그래프 2번은 타인 속에서의 나의 성격을 뜻하는 것이었다. 내 그래프들은 완전히 반대의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완전히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앞뒤가 모두 같은 사람이 어디 있나싶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 어렵고 낯선 것들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실은 나 자신조차 어떻게 달라질 지 알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는데, 이를 두려워한다면? 변화가 기대되는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일이 조금 더 즐거워지는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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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기간 2018년 4월 24일(화) - 5월 20일(일)
티켓 가격 R석 50,000원, S석 35,000원
공연 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3시, 6시/ 일요일 오후 4시
공연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관람 등급 중학생 이상 관람가
주최/ 제작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김새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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