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 하이젠버그 > : 예측할 수 없는 삶, 그 당연함에 대해

글 입력 2018.05.06 14: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HSB]POSTER-fin.jpg


불확정성의 원리.

정확히 무슨 이론인지는 몰라도, 무언가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쯤으로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이걸 물리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에 적용시킨 것이다. 일상은 늘 비슷한 듯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해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프리뷰에서 빨간 머리 앤의 대사를 인용했었다. < 하이젠버그 >를 보고 난 뒤, 이 연극을 설명하기에 적절했다고 생각돼서 다행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아닌, 오히려 확신과 설렘을 이야기하는 연극이었다.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이젠버그 _정동환&방진의 4.jpg
 

죠지와 알렉스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죠지는 대화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 같고, 알렉스는 누군가와 '평범한' 대화를 나눈지 오래된 사람 같다. 이 두 사람이 서로 소통을 하려니,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 둘의 질문과 대답은 뜬금없을 때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나 대답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느낌표'를 선사하기도 한다.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사건과 대사들이 잔잔하게 이어지면서 80분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두 인물들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소소하고 담백하지만, 묘하게 매력적이다. 가끔 내 뒤통수를 때려 멍해지게 만드는 장면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이 보기에 불편하다거나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죠지와 알렉스를 이해하는 것에 가까운 감정이 생겼다. 놀랄만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따스한 위로를 얻어 갈 수 있었다.

죠지와 알렉스가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 이전에, 두 사람이 함께 와인을 마실 때나 알렉스의 집에서 죠지가 함께 시간을 보낼 때에는 배경 음악이 잔잔히 깔렸었다. 분위기 있는 팝송 혹은 클래식. 그런데 둘이 춤을 추는 장면에는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음악이 나오리라 예상했던 나로서는 순간적으로 조금 당황한 장면이었다. 꼭 춤추는 장면에 음악이 나올 필요는 없지. 개인적으로 '예측 불가능함'을 느낀 장면 중 하나였다.


하이젠버그_정동환&방진의 3.jpg
 

극 중에서 알렉스는 이야기한다. 자신은 '성격'을 믿지 않는다고. 정확하진 않지만, 사람이 어떻게 항상 같은 성향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고. 그것은 사람들이 다 만들어낸 말이라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허를 찌르는 대사였다. '성격'이라는 틀 안에 우리의 행동을 규정하고 있거나, 강박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린 언제든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고, 그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흔히들, 장난스레 이야기하는 '의식의 흐름'처럼, 이상한듯해도 '그럴 수 있지'라고 납득할 수 있는 그런 것.

*

우리는 단 1초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1초 뒤에 밖에 비가 내릴지, 누군가에게 전화가 올지, 기쁜 소식이 생길지, 슬픈 소식이 생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퇴근해서 TV를 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잠에 드는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삶은 죠지와 알렉스의 이야기처럼,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결국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똑같다'라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이젠버그
-HEISENBERG-


일자 : 2018.04.24(화) ~ 05.20(일)

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3시, 6시
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5,000원

주최/제작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0분




문의
리앤홍 인터내셔날
070-8795-6767





웹전단.jpg
 

[박희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