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서 큐레이터 기획 03 < 무엇이든 쓰게 된다 > [도서]

서술형 시험, 그것은 창작 행위의 또다른 이름이다.
글 입력 2018.04.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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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중간고사가 한창이다. 이 시기에는 많은 대학생은 눈치가 보여서 문화생활도, 제대로 된 꽃놀이도 즐기지 못한다. 마음은 꽃밭에 가 있지만, 몸은 도서관에서 썩어간다. 아름다운 그대여,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그런 그대를 위해 준비한 책이 여기 있다. 물론…. 지금은 제목만 보고 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지 않았기에 이미 들어와서 이 글을 한 단락이나 읽은 것이겠지만.. 그건 둘 중 하나로 보인다. 내가 제목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게 매력 있게 지었거나, 혹은 당신이 중간고사를 완전히 내려놨거나. 사실 내가 이 글을 쓴 의도는 중간고사 기간에 이 글을 본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잘 왔다. 지금도 열공하고 있는 ‘그들’은 무엇이든 쓰는 것이 아니라 요구하는 답만 쓸 테니 말이다. 우리는 일단 무엇이든 쓰는 것에 집중해보자.
 


창작행위의 하나인 중간고사 서술형

이 책은 쓰기에 대하여 딱딱하게 방법론적인 접근을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쓰기를 위한 담담한 마음가짐에 관한 책이다. 단순히 글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며 모든 창작 행위의 범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창작 행위의 하나인 중간고사에서 많이들 어려워하는 서술형 시험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중혁이 책 속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무엇이든 쓰는 팁을 가져와 봤다.


1 첫 문장 쉽게 시작하기
 
김중혁은 시인 비스와봐 심보르스카의 수상 연설을 빌려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연설에서는 늘 첫마디가 제일 어렵다고들 합니다. 자, 이미 첫마디는 이렇게 지나갔군요.”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서술형에서 첫 시작을 어려워한다면 일단 첫 문장이 제일 어렵다고 쓰고 다음을 시작해보자. 그렇게 써내려간 다음 어렵다고 쓴 첫 문장을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 다음 문장도 어렵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첫 문장을 시작하는 일보다는 쉬울 것이다.


2 글 안에서 나은 사람 되기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글쓰기 속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김중혁은 글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가 글쓰기를 통해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글쓰기 속에서만 나은 사람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단 그 글쓰기 속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이 시험이 끝난 이후로 미루자. 우리는 그 글 안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접근한다면 김중혁이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우리가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명심해라. 우리는 이 글 안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어질러 놓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3 무엇이든 쓰지만, 더 잘 쓰기 위해서는

'글쓰기의 리듬을 찾기 위해서는 대상과의 지속적인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때론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듣고, 때론 멀리 떨어진 채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대화만 지속하는 글은 너무 직접적이고 가까워서 어지럽고, 묘사로만 이뤄진 글은 너무 멀어서 쉽게 심심해진다.'

글쓰기의 리듬을 문제의 리듬으로 바꿔보자.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잡아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거시적인 문제인데 미시적인 접근으로 쓰면 안 되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서술해야 하는 것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는 문제와 거리 조절을 하며 때론 미시적으로, 때론 거시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쓰라고 하긴 했지만, 최소한 그 무엇의 방향성을 맞춘다면 우리는 조금 더 높은 포인트를 획득하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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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써보자



하나의 창작행위를 끝낸 당신에게

당신이 이 글을 보고 시험을 치고 나왔다면 하나의 창작행위를 끝냈다. 나는 그런 그대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김중혁의 마지막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로 에필로그를 마치고 싶다. G.K. 체스 터튼의 말이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서투르게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우리는 서로서로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아마 우리가 만든 창작물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조차 놀라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지금 무엇인가를 만들기로 작정한, 창작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존중한다. 하찮다고 느껴지는 걸 만들었더라도 나는 그 결과물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건투를 빈다.'
 
당신은 스스로 천재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며 당신의 답이 교수님을 깜짝 놀라게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깜짝 놀라셨을 수도….) 그러면 어떤가. 당신은 중간고사보다 더 의미 있는 창작이라는 행위를 방금 하고 나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고작 암기한 것들을 풀어놓기 바빴던 시간에 당신은 작가가 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비록 하찮은 점수를 받더라도 나는 김중혁과 같이 그대의 그 결과물들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
 
김중혁의 이야기에 따라 나도 무엇이든 되는대로 쓴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책임지지 못할 말들을 쓴 것 같이도 느껴진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하나의 시험을 끝낸 것을 축하한다. 5월의 축제를 신나게 즐기고 다시 다가오는 기말고사에는 무엇이든 쓰지 말고 답만 쓰기를.

나는 당신의 건투를 빈다.


[신승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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