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Paper, Present. 종이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기적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4.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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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어렸을 때 색종이를 접어서 하트, 종이비행기 등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툴기는 해도 종이로 내가 보는 세상의 일부를 특유의 질감과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공유된 경험에서 시작된 듯한 이번 대림미술관의 'Paper, Present' 전시회는 종이에게 새 생명과 가치를 부여해 재료 자체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품들을 관람자가 선물 상자를 하나씩 뜯듯이 감상할 수 있도록 7개의 공간에 전시했다.



1. 고요한 새벽의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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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공간의 테마는 '고요한 새벽의 별빛'이다. 영국의 아티스트 리차드 스위니가 만든 해당 작품들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어서 만든 것들로, 자연과 건축물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깜깜한 공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종이 작품들은 특유의 미세하게 울퉁불퉁한 표면이 섬세하게 접힌 부분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낸다. 새벽의 별빛처럼 조용하나 파도처럼 율동성이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



2.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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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간의 테마는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이다. 핸드 커팅의 귀재 타히티 퍼슨이 흰 종이에 반복적으로 기하학적인 무늬를 내고 오려 이를 빛에 투과한 두 작품은 커팅된 종이 자체만으로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투과한 빛과 그 빛이 만든 그림자 역시 작품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의 뚜렷한 대비와 그것의 매개물인 섬세하게 커팅된 종이는 마치 눈부신 아침 햇살에 잠이 깨서 바라본 풍경을 제한된 공간에 아름답게 담아낸 것 같다.



3.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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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공간의 테마는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이다. 해당 설치작품은 '아틀리에 오이'라는 디자이너 트리오가 일본 기후현의 풍경과 자연에 영감을 받아 기후현 전통지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섬 같은 이 공간은 종이로 만들어진 모빌이 조금씩 움직여 고요한 숲에서 잔잔한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적인 것을 거부한 은밀한 움직임과 빛이 투과된 얇은 전통지의 옛 질감의 조화는 인간의 손으로 자연에 더 가까워 지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4. 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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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공간의 테마는 '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튼, 장롱, 스탠드, 접시 등의 생활용품을 전부 종이로 탈바꿈하여 공간에 새로움을 부여한 이 테마는 익숙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오브제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끔 한다. 사실 종이라는 소재 자체도 '익숙'의 범주에 들어가는 흔한 소재인데 이러한 익숙함과 오브제의 익숙함이 만나 특별함을 창출한 아이러니가 이 테마의 가장 재밌는 점이다.



5. 거리에서 만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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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공간의 테마는 ' 거리에서 만난 동화'이다. 아티스트 듀오 '짐앤주'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폴라로이드 사진기, 플로피 디스켓 등 21세기 이전에 활발하게 사용되었던 아날로그 제품들을 아날로그적 소재인 종이와 결합시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종이로 만들어진 여러 동물들은 색 조합이 굉장히 다양해서 동화의 판타지적 요소가 부각돼 현실보다 더 매력적인, 마치 동화책 삽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6. 꽃잎에 스며든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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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공간의 테마는 '꽃잎에 스며든 설렘'이다. 이 공간은 필자가 7개의 공간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으로 '완다 바르셀로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 꽃에서 영감을 받아 한 공간 전체를 4000개의 종이 꽃송이들과 크리스탈로 꾸며 종이 정원을 구현했다고 한다. 하얀색에서 점차 다양한 색깔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이 신비로움을 더했고 규모 자체가 커서 언뜻 꽃의 폭포 같기도 했다. 등나무 꽃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낸 이 환상적인 공간은 각 꽃잎에 담긴 설렘이 조화로워 감동적이다.



7. 그곳에 물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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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간의 테마는 '그곳에 물든 기억'이다. 이 공간은 유일하게 잔잔하고 몽환적인 음악이 틀어져 있어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것이 주요 관람 포인트이다. '마음 스튜디오'가 갈대숲을 재현한 이곳은 연분홍빛 갈대들이 무성하게 피어있고 사방이 거울로 되어있어 실제 공간보다 더 광활한 갈대숲에 서 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차분한 음악과 함께 갈대숲 사이에 서 있으니 내 마음 역시 차분해지면서 아름다웠던 지난 기억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듯해 전시 관람을 마무리하기 좋았다.

*

우리 주변에서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종이라는 소재의 가능성을 보여준 'Paper, Present' 전시회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5월 말까지 계속되는 전시회니 기회가 된다면 관람을 추천한다. 종이가 만드는 기적이 얼마나 즐거운 선물인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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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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