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선 틈을 메우는 것, 연극 < 춘향 >

어떻게 집중을 일으키는가
글 입력 2018.04.0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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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연극 <춘향>

극본, 연출 이수인
제작 뗴아뜨르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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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작, 연출의 <춘향>은 분명 낯선 것이었다. 작품의 이미지는 극도로 간결하게 바뀌었다. 마치 이때까지 덧입혀지기만 했던 고전을 그 기본선상에서 내보이려는 듯이. 이 과정에서 관객은 당황하지만, 곧 지금의 눈높이로 인물을 바라보게 된다. 거추장스러운 관념을 벗어 던진 <춘향>은 어느 순간 익숙한 것이 되며, 관객은 극 특유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집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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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밝아지고 첫 장면이 진행된다. 춘향은 다른 여인들과 함께 그네를 타고 있다. 그들은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며 천천히 움직이길 한참을 반복한다. 표정은 없다. 눈빛은 공허하다. 눈도 깜박 않고 한없이 먼 곳만 바라보는 그들의 응시(gaze)는 작품의 인상을 주도한다.

이처럼 형식과 스토리의 틀을 탈피한 <춘향>은 더욱이 몸짓과 소리로 구현된다. 그리고 그 흐름을 통제하는 빠르기의 완급조절이 이루어진다. 작품 초반을 비롯해 대사 하나, 행동 하나가 느리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은데, 이는 사이사이 배우가 부르는 노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반복된 느림과 휴지가 조금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월매의 매몰찬 등장과 대사가 밀린 숨을 후욱 내뱉게 하는 등, 극의 템포가 똑똑하게 조절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 존재감을 잃지 않는 이 절제는 곧 극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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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형식에 의해 벌어졌던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빠르기의 조절 이외에도, 배우의 인물 소화 및 다수의 코미디 요소가 그 역할을 한다. 형태가 간소해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드러난 듬성듬성한 구멍을 메우는 것은 곧 배우의 역량이다.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 간극을 채우기도 어려울뿐더러 관객의 집중을 야기하기 정말 힘들어진다.

또한, 이수인 작가의 이전 작품인 <트로이의 여인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늘어난 코미디 요소 역시 작품을 한결 친숙하게 만든다. 한결 가벼운 느낌의 극 진행이 이를 가능하게 하며,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듯이 중간중간 웃음을 짓다가 자연스럽게 극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고전이라는 옷을 내려놓은 <춘향>은 의도적으로 틈을 만들었고, 그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메웠다. 처음에 형성된 틈이 차곡차곡 채워지는 과정을 통해 전달되는 신선함이 이번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춘향
-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 -

일자 : 2018.03.21(수) ~ 04.01(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화 공연없음

장소 : 예술공간 서울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떼아뜨르 봄날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문의
떼아뜨르 봄날
070-4412-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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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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