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분노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한 위험한 수업 - 전화벨이 울린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감정노동자의 현실
글 입력 2018.04.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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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린다
- 감정노동자의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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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지난 연극 '심청'에 이어 다시 한 번 오게된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개인적으로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인문극장'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 장소이다. 올해는 4개월간 공연, 강연, 전시로 구성된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를 진행한다.

연극은 총 3편으로, 10일 개막하는 이란 연극 '낫심(연출 오마르 엘레리안)'이 개막작. 권해효, 문소리 등 매회 다른 배우 21명이 무대에서 즉석 대본을 받아 공연한다. 부녀간 장기 이식을 다룬 '피와 씨앗(연출 전인철)'이 5월 8일부터, 일본 소설 원작의 '애도하는 사람(연출 김재엽)'이 6월 12일부터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각각 약 한 달간 이어진다. 강연은 9일 최정규 경북대 교수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이진우 포항공대 석좌교수, 홍성욱 서울대 교수 등이 철학·과학·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으로 이타주의를 살펴본다. 두산갤러리는 5월 2일부터 기획전시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도 연다. 만약 당신이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이 알찬 프로그램을 꼭 향유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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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


잠깐 동안 일을 한 적이 있다. 기획과 운영 등 다양한 일을 하였지만, 돌이켜보면 고객대응이 가장 어렵고 무서웠다. 전화벨이 울릴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등골이 오싹했다. 내가 받기 전에 전화벨이 먼저 끊기길 바란 적도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응대하는 감정노동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직접 체험해본 경험이었다.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웃음은 모든 사람을 기분 좋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강요된 ‘가짜 웃음’에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감정노동자’라고 부른다.  이번 공연 <전화벨이 울린다>도 친절한 서비스의 허상, 가면 속 민낯과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괴물성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는 다 함께 구호를 외치며 시작한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줍니다! 신속, 정확, 친절!"을 외치는 직원들에게 회사는 고객을 향한 미소와 이해, 따스함을 요구한다. 아니,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호의 내용은 직원들의 상처받은 마음과는 상반된다. 출근하자마자 보는 쪽지시험, 시험 점수를 통해 좌우되는 실적, 실적이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인사평가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아침부터 정신 없이 쏟아지는 전화를 겨우겨우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도, 촉박한 시간에 끼니조차 제대로 떼우지 못한다. 체할 듯 먹은 점심식사가 채 소화 되기도 전에 직원들은 다시 전화를 받으러, 전쟁을 치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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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소리잖아요? 그냥 밝게만 들리면 되는 거죠?



그런 거 말고
그냥 제 감정하고 다르게 보이는 거,
그게 필요하다구요!


내면의 감정과 전혀 상관없이 다른 감정을 꾸며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주인공 수진은 밤마다 연기 연습을 하는 옆방 남자 민규에게 '연기'를 가르쳐 달라며 도움을 청한다. 오디션 준비를 하는 민규에게 연기는 내가 맡은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이고, 그런 척 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수진에게 그런 말을 이해도 안가고,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실제 자신의 감정이 어떻든 무조건 상대방에게 밝게 보이고 화가 치밀어도 그냥 잘 웃을 수 있는지만 알고 싶을 뿐.

가난하지만 연기를 위한 열정이 가득한 민규와, 진짜 감정을 감추고 가면을 쓰기위한 수진의 '연기'를 위한 서로의 이유와 목적은 아주 다르다. 하지만 민규가 연기하는 오이디푸스 대사와 수진의 상황이 묘하게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지금 눈을 뜨고 살고 있나,
눈을 감고 살고 있나,
뜨면서도 진실을 볼 수 있나


결국 그냥 밝게만 들릴 수 있도록 입꼬리만 올리고 기계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통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게 된 수진을 통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감정노동자에게 '진짜' 웃음을 찾아야 할 때이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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