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트렌드의 중심에 선 나를 바라보며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8를 읽고
글 입력 2018.03.2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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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란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소비자가 따르고, 만들어가는 거대한 흐름이다. 이는 5~10년 정도 오래 지속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기업 및 그 외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가장 큰 과제이며 경제의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을 펼치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다. “과연 책 한 권으로 앞으로의 1년간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은 완벽하게 트렌드를 설명해주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트렌드라는 거대한 흐름을 완벽히 파악하고 설명해주는 책을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김난도 외 7인의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냈다. 뉴스의 1면을 장식했던 큰 사건들부터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다양한 글들, 소비 패턴 등을 전부 종합해 트렌드를 설명했고,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그냥 무의식적으로 지나친 것 들 모두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나 또한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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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10주년을 맞아 대략적으로 10년간 대한민국의 메가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후 본격적으로 2017년의 트렌드를 회고하며, 2018년의 트렌드를 예측한다. 특히 초반 10년간의 메가트렌드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서 중고등학생 때 잘 몰랐지만 나도 모르게 트렌드를 따라 유행품을 사고 트렌드에 편승한 예능 프로그램, 음악을 즐겼던 모습을 생각하며 읽으니 새삼 나 또한 트렌드를 구성하고 보여주는 일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보다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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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언급한 트렌드 중, 많은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 또한 그렇겠지만,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생각해 볼 내용은 바로 2017년의 '욜로'와 2018년의 '소확행'이었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고등학생 때, 대입이라는 경쟁 속에서 상처받고 좌절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달려왔고, 대학입학은 새로운 시작의 느낌이 아닌 '끝'으로 다가왔다. 취업이라는 더 크고 험난한 산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1학년 때의 나는 그 산이 너무나도 멀었고 좀 더 솔직해지자면 그 산을 바라보고 싶지도 않았다. 고등학생 때의 경쟁으로 번 아웃(burn-out)된 나에게 대학의 시험, 학점은 진절머리 나는 일이었고 나는 그렇게 공부에 손을 뗀 채,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방황했다. 방황을 하며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닫았을 때, YOLO (You Only Live Once)는 내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저 방황하고 노는데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 지금 이 시대에, 안개에 가린 듯 잘 보이지 않는 미래의 행복이 아닌 오늘, 이번 주의 행복을 찾고 싶었다. 특히 욜로의 모토처럼 정말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만류하기도 했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그러나 나는 늘 그런 사람들에게 “한 번 사는 인생, 제가 원하는 대로 후회 없이 살 거예요!”라며 내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오고 난 이후 여행에 대한 추억과 여행길에서 얻은 나름의 진리들과 함께 허탈함이 극심했고 한국에 돌아오자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쟁의 그림자는 나를 더더욱 힘들게 했다. 한국에서의 남은 휴학 기간 동안, 비어버린 통장잔고가 불안해 알바를 되는대로 지원해보기도 했고, 수많은 대외활동과 연합동아리 임원진으로 활동해보는 등 보다 치열하게 살아보려 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더더욱 여유롭고 자유로웠던 여행이 생각나며 괴로웠고 불행함을 크게 느꼈다. 그 때 내가 선택한 돌파구가 바로 '소확행'이었다. 소확행이라는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한 신조어이다. 풀이하자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의미로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퐁퐁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등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행복감이다. 집 앞 북 카페에 들려 조용한 분위기 속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기도 했고, 잔잔한 ASMR영상을 틀어놓고 하루를 마무리 하며 오늘 하루 느꼈던 작은 행복들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디즈니 인형들로 가득 찬 책상 앞에서 편한 자세로 취향에 맞는 웹 소설을 결제해 하루 종일 읽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찾아보고, 나 홀로 달달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저 SNS에 올라오는 일상의 행복을 논하는 글들이나 책들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보며 알게 된 방법이지만, 이렇게 이 또한 우리나라를 뒤흔든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라고 생각하니 새삼 기분이 묘했다.

이 외에도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트렌드는 나와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제는 단순히 시류를 따라가는 학생이 아닌, 어느 정도 정형화된 중장년층이 아닌, 진정으로 트렌드를 생산하고 이끄는 2030의 일원으로서 내가 SNS에 올렸던 글이, 에디터 활동을 하며 썼던 문화 리뷰가, 집회에 나갔던 나날이, 하다못해 내가 산 물건 하나하나가 트렌드를 반영하고, 또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시작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책을 읽으며 좀 더 진지하게 트렌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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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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