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필리어는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글 입력 2018.03.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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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필리어
-기간: 2018.02.21~ 2018.03.04
-주최: 소극장 산울림
-주관: 아트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의 자격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연극, 5필리어.

오필리아에 대한 관심이 있던 나이기에
기대가 컸고, 마지막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조명하며
이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극을 보고나서,
왜 그런 시도를 하고자 했는지,
뭘 보여주려 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자극적인 내용과 묘사가 고통스러웠고,
여성이 겪는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공연사진 (1).JPG
 

제목의 5를 통해 추측할 수 있듯, 이 극에는 5명의 여성이 오필리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겪는 문제를 1인극으로 보여주는데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자세를 바꿔가며 길게도 보여주더라.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한다면서  가해자는 등장하지도 않는 1인극의 형태로 피해자의 고통에 줌을 당기다니. 참담했다.



#프레임 속에 갇힌 여성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5명의 오필리아는 젊고 어린 여성들이다. 청춘이고 순수하며 꿈많은 인물들이다. 도대체 왜 성폭력 피해자를 5명이나 설정해두었으면서 이들을 모두 일률적인 캐릭터로 그려낸 것인가.  다섯 명의 여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다섯 명의 상처 입은 연약한 여성들의 고통을 널어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밤늦게 돌아다녀서... 조심했어야지."
"짧은 치마를 입고다니니까 그런일을 당하지."
"먼저 유혹한거 아냐?"
"충분히 저항한거 맞아?"
...


 성폭력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은 폭력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도 있지만, 피해자를 둘러싼 사회의 잣대가 주는 2차 가해 역시 상당한 고통을 준다. 피해자를 하나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상당한 2차 가해로 이어진다.  2012년, 한 할머니(당시 62세)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남성 간호조무사는 그 할머니를 꽃뱀으로 몰았다.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이를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가 젊고, 피해자가 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찰과 사회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말을 믿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가해를 받았고, 이는 무고한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성폭행 피해자는 순진하고 젊은 여성일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이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근본적인 원인이지 않을까.

 피해자의 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녀를 비난하는 듯 말하는 사람들, 상처를 짖이기는 듯한 말들. 이는 피해자 스스로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외받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연극에서 프레임으로 여성을 소외시키는 모순이 답답했다.



#여성의 고통을 '신체'적인 부분으로만 국한해야만 했을까


가정폭력 피해자
데이트폭력 피해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단 내 성폭력
연예계 성상납 문화 피해자


5명의 오필리어가 겪는 문제의 성질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것들이다. 가정 폭력과 데이트 폭력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특성인 '힘'에 의한 격차로 인해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물론 개인적으로 모든 폭력이 신체적인 힘에 의해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특히 성폭력은 권력에 의한 폭력인 경우가 더 많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단순히 신체적인 힘이 부족해서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신체와 정신을 모두 겁박한다.

연극 '5필리어' 가 보여준 문제들은 여성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들일 지 모른다. 가장 극단의 모습을 통해 여성의 고통을 극대화 하여 보여주려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이로 인해 여성이 겪는 문제가 단순한 신체적인 문제들로만 그려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의 숫자만큼 여성이 겪는 문제 역시 다양하다.폭력뿐만 아니라 여성혐오, 불평등한 가사노동 분담과 육아, 직장 내 성차별, 성적대상화 등 수많은 부분들에서 여성은 소외되어왔고, 그로인해 고통받아왔다. 그런 다양한 부분들을 5명의 오필리어가 각각 대변할 수는 없었을까.


공연사진 (25).JPG
 

극이 끝나고 상당히 불편했던 마음에 대해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기대를 했던 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이 연극을 통해 바랬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원작 햄릿에서 철저히 소외된 오필리어를
제목에 위치시킨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존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극의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그리고 스토리를 위해
비참하게 희생당한 고전의 오필리어를 뛰어넘어
수많은 불평등과 고통에 대해
소리내온 여성들의 모습.


그 어떠한 장면에서도 내가 바랬던
이 두가지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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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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