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문화의 시작 < 블랙팬서 > [영화]

글 입력 2018.02.27 13: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ajestueux.jpg
 

 재밌다고 주변에서 노래를 부르던 영화, <블랙팬서>를 드디어 보고 왔다. 사실 마블 영화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계속 보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우연히 한 사진을 발견하고는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바로 밑의 사진이다.
 

movie_image.jpg
 

 여태껏 이렇게 흑인들이 주연으로 나와서 많은 플래시세례를 받은 적이 있던가? 흑인이 모두 주연으로 환대를 받은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흑인이 히어로였던 영화들은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윌 스미스 주연의 <핸콕>도 그랬다. 하지만 히로인은 백인 배우였는데, <블랙팬서>는 그렇게 무늬만 흑인이 히어로인 영화는 아니었다. 주연들이 대부분 흑인이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조금 어색함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물론 마블이라는 거대한 브랜드가 메가브랜드인 까닭도 있겠지만, <핸콕>이 등장했을 시기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도 흑인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고, 그들 특유의 센스와 기량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라는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걸음 내딛었다는 것이 기쁘다.
 

movie_image (3).jpg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기 전, 작은 걱정들이 생겼다. 마블은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긴 했지만, 전작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오리엔탈리즘적인 영화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었다. <블랙팬서>는 흑인들의 문화, 아프리카의 문화를 적극 반영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서양권에서 느끼는 동양의 신비로움을 한층 심화시켜 담아낸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아프리카의 문화도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담아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movie_image (2).jpg
 

 아니나 다를까, 영화에서 와칸다의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전형에 가까웠다. 흙으로 둘러싸인 곳, 아직까지 전통을 중시하는 곳, 독특한(때로는 잔인해 보이는) 전통 장신구가 있는 곳, 개발되지 않은 분위기 등. 첨단기술이 발전한 곳이라는 설정이지만, 중심부만 그럴 뿐, 시장 거리는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아프리카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영화를 내내 감상하며 ‘아프리카의 문화를 잘 반영한 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프리카에 대한 서양인의 환상을 녹여낸 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자면, 그들 전사가 들고 있는 비브라늄 창은 비록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지만,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창’이다. 또한 그들이 새로운 블랙팬서를 추대하기 위한 대관식이나, 심장 모양의 허브를 먹이는 관례 또한,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보인다. 다시말해, 구시대적이고 발달이 덜 된 느낌을 주는 경향이 강했다. 때문에 나는 영화의 중반부를 지나며 ‘이 영화는 결국 아프리카에 대한 서양인의 환상을 녹여낸 영화구나’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movie_image (1).jpg
 

 그러나, 그 결론은 오래 지나지 않아 곧 깨져버렸다. “총이라니, 미개하군.” 이라는 오코예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창’이라니, 좀 구시대적인 무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나를 비판하기나 하듯이 오코예는 비웃었다. 그제야, 나야말로 아프리카의 문화를 낮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문화권의 문화라는 것이 꼭 서양의 현대화 된 문화에 가까워야 할 필요성은 없는 것이니 말이다. 어느새 서양우월주의의 시각이 팽배해진 탓에, 나 또한 그런 시각을 갖고 이 영화를 바라본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 최대 빈민국인 와칸다가 과연 무얼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코웃음치던 장면도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곳곳에 흑인들의 짓밟힌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블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어떤 관점을 갖고 있었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된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
   
 영화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만화든 무어든, 문화콘텐츠는 언제나 인종이 걸리면 민감해지곤 한다. 그럼에도 이와같은 마블의 새로운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며, 이렇게 서양인의 중심이 아닌 새로운 문화 콘텐츠들이 더 많이 생산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나 같은 시선의 사람들이 어느 하나에 치우지지 않고 동일한 시선으로 문화를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더불어 언젠가는 동양인의 히어로가 서양, 흑인의 히어로들과 함께 세상을 평정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미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