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숨'은 '물에서 쉬는 숨', 즉 죽음을 가르키는 말이다. 해녀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숨'이 정해진다고 한다. 물 속에서 참을 수 있는 숨의 양이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주어진 숨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 숨을 넘어서는 순간, 물숨을 먹게 된다.

해녀는 얼마나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계급이 엄격히 나뉘어진다고 한다. 상군만이 먼 바다로 나갈 수 있고,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 그리고 물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숨이 다하기 전에 재빨리 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저 눈 앞의 전복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에 자신의 숨을 넘어서게 된다.
정해진 숨을 받아들이고, 눈 앞의 욕심을 끊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해녀들은 모두 이 엄격한 규칙 하에서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고 서로 끈끈한 공동체를 이룬다. <물숨>은 7년간의 촬영을 통해 이러한 해녀의 노동, 문화, 생활방식을 누구보다 가까이, 진중한 태도로 담아낸다.

바다는 섬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그녀들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물질을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켜냈던 해녀들에게 바다는 밥 또는 집 그 자체다. 그러나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앞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때로는 소중한 이를 앗아가는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름답게만 보였던 물질이 이토록 치열한 생사의 다툼이며, 이토록 엄격한 사회에서 행해지는 노동이라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여성'쯤의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진취적이고 강인한 제주 해녀의 모습이 이런 영화를 통해 더욱 잘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