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날 사랑하는 이들이 내가 죽은 이유를 모를까봐 무서워" [영화]

글 입력 2018.02.0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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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왓챠' 어플을 애용한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들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힘들게 검색하지 않아도 내 취향의 영화를 추천받을 수 있기에 심심할 때면 종종 '왓챠'를 들여다본다. 민망하지만 나는 '왓챠'에서 영화 평점을 좀 짜게 주는 편에 속하고, 그래서인지 예상 별점이 3점 후반대로 나오는 영화들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고 싶어요'를 눌러놓는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예상 별점이 4.5점에 달하는 영화를 발견했다. 바로 '바람의 소리(風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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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군서' 감독과 대만의 '진국부' 감독의 협연을 통해 탄생한 '바람의 소리(風聲)'는 중국, 홍콩 등 중화권 국가에서 2009년 개봉 당시 중국과 대만 톱스타들의 출연으로 큰 화제가 됐고, 배우 리빙빙은 이 영화로 제46회 금마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당시 호평을 받았음에도 한국에서는 4년 뒤인 2013년에 정식으로 개봉했다.




주선율 영화
중국 공산당의 정책 선전을 기본 취지로 하여
사회주의 윤리 의식을 강조하고
집단주의를 고취하는 중국 영화의 일종




중국 맥가(麥家)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바람의 소리(風聲)' 역시 주선율 영화에 속하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이 영화를 멀리하지 않아도 된다. 1990년대 이후 중국 영화가 관객의 외면을 받자 중국에서 상업 영화들이 제작됐고, 주선율 영화 역시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기보다 장르적 요소를 도입해 소재를 다양화하고 재미를 추구하거나,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인지도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람의 소리(風聲)'는 일제강점기 중국을 배경으로 항일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어, 비슷한 역사를 가진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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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중국. 일본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중국 지도부들이 암살되기 시작하고, 일본군부 중장 '카게오'는 가문의 모욕을 씻기 위해 배후인 항일조직의 리더 '권총'과 정보 전달자인 '유령'을 잡으려 한다. 카게오는 정보부에 스파이로 잠입한 '유령'을 찾아내기 위해 거짓 정보를 뿌리고, 그 결과 '유령'의 범위가 다섯 명으로 좁혀진다. 암호해독부장 '리닝위', 암호전달원 '구샤오멍', 반공산당 대대장 '우쯔궈', 군기처 처장 '진썽훠', 그리고 사령대 총관 '바이샤오넨', 카게오는 이 다섯 명을 외딴 별장에 가두고 '유령' 색출 작업을 펼치고, '유령'을 찾아내려는 카게오와 '작전 취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유령'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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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각각의 캐릭터였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했고 이것이 영화의 매력을 살리는 요소였는데, 다른 인물들에 비해 '바이샤오넨'과 '진썽훠'의 스토리가 빈약한 것은 아쉬웠다. 또한 두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두 캐릭터 간의 감정선이나 관계성을 더 보여줬다면 감정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 전반부에 스토리가 조금 루즈하게 흘러갔는데, 이 부분을 축약하고 '바이샤오넨'과 '진썽훠'의 스토리를 좀 더 구축하고, 두 여성 캐릭터의 스토리를 채워 넣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마지막의 반전이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이 반전이 밝혀지면서 영화가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해 감동을 절감시켜 버렸다.

이렇게 여러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만든 첩보물이었다. 큰 액션신 없이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심리묘사만으로 영화에 흐르는 긴장감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몰입하게 됐다. 또한, 애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았던 것이 몰입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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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축은 바로 '메시지'이다. '유령'이 전했던 '메시지', '유령'이 전하려 하는 메시지, '유령'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유령'은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 '메시지'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영화 밖에 위치한 관객들에게 가장 큰 '메시지'는 "왜 '유령'은 저렇게까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가"가 아닐까. 애국주의적 요소와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일영화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 것은 바로 이 '메시지'가 전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밀정','암살' 등의 영화도 좋았지만, 언젠가는 한국 역시 전면적으로 '애국심'을 강조하기보다 이처럼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관객이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항일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참고 : 김태만 외 3명, < 쉽게 이해하는 중국 문화 >, 다락원, 2011
박희성, < 중국·홍콩·타이완 영화 >,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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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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