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편안한 미술관, 편안한 전시 '불후의 명작 : The Masterpiece 展' [전시]

글 입력 2018.01.2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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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후의 명작; The Masterpiece 展>​은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사실 이 장소에 대해 큰 매력을 느껴서 이 이야기부터 하고 싶은 것이, 상경한지는 몇 년 되었어도 부암동이라는 동네에 가 본 것은 처음이라서 그렇다. 그 곳은 뭔가 소규모의 갤러리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동네 같았는데 산을 끼고 있어 상당히 고즈넉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조용하고 소담한 분위기 속의 미술관이라니, 사실 종로구라고 해도 꽤 동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위치였지만 그것이 차라리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미술관에 대해 처음 가지게 된 첫 인상만큼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는 꽤나 그 인상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불후의 명작'이라는 제목은 아카데미 미술의 벽을 깬다는 현대미술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상'해야 하는' 전시일 것이라는 인식을 주었으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7인의 작가'라는 전시 설명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나아가기도 어려운 전시는 아닐까 하는 염려를 주었다. 하지만 실상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 처음 읽은 문구 덕분에 형식적이고 일방적이며 복잡한 전시일 것이라는 인식은 부서지게 되었다.


현대미술은 보는 즉시 
그림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차분하게 그림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천천히, 조금만 차분히.
그림이 걸어주는 말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 하나만으로 나는 전시를 준비한 누군가가 정성된 마음을 가졌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것이 서울미술관이 어떠한 전시를 준비하면서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나는 서울미술관의 왕 팬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모든 작품들이 나에게 시각적으로 준 느낌은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전부 좋았다.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정확히 꼭 집어 말 할 수는 없어도, 어떠한 생각이 아닌 시각적인 감각 이후의 추상적인 느낌 뿐이라도, 관람객의 '마음'이기에 어쩔 수 없는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관람객은 작품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작품에 대해 10% 알았을 때, 50% 알았을 때, 90% 알았을 때 (나는 작가 자신도 작품을 100%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관람객의 생각과 느낌은 조금이라도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작품 자체가 주는 느낌만큼이나 그에 대한 설명('~한 느낌을 준다'는 느낌에 대한 설명 말고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이 협소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작가별 섹션이 너무 적었고 때문에 작가의 개성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작품과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아쉬운 점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야말로 시각과 그에 따른 느낌에 충실한 전시였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그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저 내 마음대로, 나에게 느낌이 좋은 대로 작품을 즐기다 왔던 것 같다.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주력을 쏟은 작품에 집중하지 않는 나같은 관객이 조금 안타까울 수도 있겠으나.. 나는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나 내가 프리뷰를 작성하던 때에 기대했던 박수근의 작품보다, 그 어느 작품보다 김환기의 <섬 스케치>라는 작품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 느꼈던 부담감과는 달리 석파정서울미술관에서 이루어졌던 불후의 명작 전시는 마음이 가볍고 편안한 전시였다. 때문에 글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정말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관람했던 것 같다. 이와 동시에 그러나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그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생각 하나 +) 이중섭의 대표작인 <흰 소> 앞에는 의자가 있었다. 요즘 이렇게 작품 하나 턱. 있는 공간에 의자를 설치하는 미술관이 늘어났다. 나는 이런 미술관 차원의 배려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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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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