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태학자의 사족이 반가운, 다르면 다를수록 [도서]

글 입력 2018.01.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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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실 과학적인 이론이란 어떤 현상의 원인, 상태 등 지극히 사실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게 대부분이다. 기승전결의 파도에 길들여져있는, 모든 걸 인간사와 관련지어 교훈을 만들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문학도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지식의 부류다.

  가만히 있어도 질색하게 되는 수치의 나열들과(그래서 개인적으로 경제학 또한 기피한다), 인내를 갖고 들여다봐도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싶은 단순 명료한 분석들이 나에겐 점하나만 찍힌 추상화만큼이나 난해했다.

 이를테면 어떤 '주관'. '객관'의 반대편에서 나머지 반쪽을 담당하는 주관이 과학에서는 뒷방 늙은이 취급 당하는 게 언짢았던 듯싶다. 그래서 이 책에 들어간 생태라는 글자만 보고는 관심을 갖지 않으려 했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게 있었으니, 바로 저자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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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생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교수계의 올라운드 멀티플레이어.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최재천 교수의 이미지였다. 실제로 어문학을 전공한 지인이 과학과 철학이 융합된 최재천 교수의 대학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던 차여서 더욱 익숙한 이름이었다.

 이전에도 최재천 교수의 저서를 몇 권 본 적이 있었는데, 아주아주 친절하게도 오랫동안 논문만 써온 박사, 교수들 특유의 논문체와 거리가 멀어서 퍽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면서도 수치의 향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다행히 이 책에서도 그 장점은 그대로 이어졌다.

 저자는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생태학적인 사례를 소개해준다. 그게 전부였다면 별로 특별할 게 없었겠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생태학적인 사례를 통해 인간들의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싶은 방향까지 제시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첫째 아이에게 골수를 이식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데 실패하자 현대 유전학의 힘을 빌려 계획적으로 건강한 둘째 아이를 밴 어느 부부의 행위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중략) ... 누가 과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 내가 만일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두 번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230~231p


 저자의 이런 사족, 혹은 사견이 참 좋았다. '복제인간에 관해 윤리적인 이슈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가 전부인 대부분의 과학 저서만 보다가 속 시원한 주관을 보니 눈이 맑게 갠 기분이었다. 전문가로서의 견해는 어떠한지 늘 궁금했지만 도통 안 알려주지 않았던가. 또한 이렇게 가끔 튀어나오는 저자의 견해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었는데 그런 내적인 반박도 쏠쏠한 재미였다. 저자와 나의 결론이 왜 다른지 주어진 이슈를 깊게 고민하다 보니, 나열된 수치로만 봤다면 금방 까먹었을 오랑우탄 이야기들이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역시는 역시였고, 명불은 허전이었다. 최재천 교수는 생태 '에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인의 전공을 가득 살려 생태학적인 중요하고 알찬 이슈들만 쏙쏙 모아 제공했고, 거기에 인본주의적인 사적인 견해까지 덧붙여 진득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던져주었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친절한 에세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생태학계의 재밌는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반가웠던 <다르면 다를수록>이었다.


[윤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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