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르기에 아름다운 삶, '다르면 다를수록' 리뷰 [문학]

글 입력 2018.01.22 15: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동글동글한 일러스트와 부드럽게 손에 감기는 표지의 촉감을 느끼며 너무나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과학 과목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특히 고등학생 때, 그저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며 생물책을 펼쳤다가 큰 코 다친 적이 많았고, 부끄럽지만 졸업 이후로는 과학 관련 책이나 교양 수업은 열심히 피해왔었다.

  그러나 이 책 '다르면 다를수록' 속 생태학은 어렵지 않다. 최재천 교수의 생각이 많이 담긴 에세이 형식의 글이라서 전문 지식이나 용어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 자체가 생태학을 이야기한다는 것 보다는 생태학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사회를 더 많이 얘기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연은 순수를 혐오하고 다름을 추구한다." 라는 서문부터 시작된 아름답고, 특별하고, 재미있는 생태계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느새 일관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각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가고, 환경에 적응하는 생태계에 비해 얼마나 우리가 어리석게 행동하는지, 바뀌어야 하는지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해주듯, 우리의 눈높이에서 잘 설명해준다.


KakaoTalk_20180122_153513382.jpg


우리 인류는 지난 수 천년 동안 열심히 가축과 농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줄여왔다. 좋은 유전자만 남기기 위해서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은 병원균의 공격을 받아도 몇몇 약한 개체들만 희생될 뿐이다.

(중략) 유전자 과학이 발달하여 곧 인간의 유전자도 마음대로 치환하고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우리의 유전적 다양성도 비슷한 비극의 길을 걸을 것이다.

(중략) 모두가 똑같은 구두를 신어야 하고, 모두가 똑같은 춤을 춰야 하는 우리나라는 특별히 큰 재앙을 맞이할 것 같아 걱정이다.

-52~53쪽


  해당 부분은 '아름답다' 목차 중 '다름의 아름다움'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비록 요즘은 21세기 개성의 시대라고 말하는 데에 비해 여전히 사람들은 유행을 따라가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자 한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을 해서 성공을 했다면 자신 또한 새로운 발상을 통해 성공을 하려는 사람보다는 선발 주자를 따라 그저 쫓기만 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이 사회 속에서, 다름의 미학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어리석고, 한편으로는 참 불안하게 느껴졌다.


다르면다를수록_평면_띠지X.jpg
 

맞아 죽을 얘기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죽었다 깨어나도 세계 초강대국이 될 수 없다. 물론 전국민이 악착같이 덤벼들면 강대국 대열 저 뒷자리쯤에는 낄 수 있을지 모른다. 국민 대부분이 평생 10년 이상 병치레를 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뭘 그렇게 가진 게 많다고 미국이나 중국과 어깨를 겨루려 하는가.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작지만 삶의 질이 높은 나라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194쪽


유전자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우리 사회의 국회의원들이 겪는 고민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국회의원이란 모름지기 표에 살고 표에 죽는 존재이다 보니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일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 고장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의원을 다음에 또 뽑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의원들이 항상 회기 마지막 날 지역구에 다리나 건물을 짓는 안을 슬며시 끼워 넣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나라 꼴이 뭐가 될 것인가.

-222쪽


  앞서 발췌한 내용을 비롯하여, 저자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 여성문제 등 다양한 사회의 문제에 대한 견해를 자신이 바라본 생태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통해 밝힌다. 가끔은 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기도 하고, 몇몇 과학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의견만이 아니라 생태계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느낀 바를 우리 사회에 투영해보기 때문에 보다 동감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주변에 작은 식물과 동물의 삶이 얼마나 흥미롭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으며, 우리의 삶 또한 더더욱 아름답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뇌게 된다. 제목 그대로,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고 특별하며 재미있는 생태계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아트인사이트 태그.jpg
 

[심소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