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무나 잘 만들어진 새로운 오셀로 - '오셀로와 이아고' [공연]

글 입력 2018.01.20 00: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포스터_오셀로와 이아고.jpg
 

 ‘절제된, 정제된 극.’ 오셀로와 이아고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감상이다. 하지만 너무 절제되거나 너무 정제되어 본래의 형태를 못 알아보는 극도 아니었다. 본래의 모습,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절제이고 정제였다. 그러기에 기대한 것을 그대로 충족시켜주는 극이었다.



1. 무대

 직사각형 틀 안에 하얀 모래가 놓여 있다. 한쪽 모서리에는 탈들이 걸려있는 나무가 있다(얼핏 보면 섬뜩한 모습이다). 뒤에는 반투명한 커튼이 있고 그 뒤에는 악단이 있다. 무대가 환하면 악단이 가려지고, 무대가 어두워지면 악단이 드러난다. 그 결과 두 개의 무대가 번갈아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두 공연이 함께 이루어지듯이 연기가 이루어지는 하얀 무대와 연주가 이루어지는 뒷무대가 번갈아가면서 펼쳐진다. 이런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무대가 암전되어도 악단의 연주가 계속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공연 중간 연주가 끝났을 때 악단에게 박수세례가 쏟아진 것은 이 효과가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무대의 하얀 모래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프리뷰를 쓸 때 사각형만 있고 소품과 배경이 없는 무대의 한계를 걱정했다. 하지만 하얀 모래와 조명의 합은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 많은 것을 만들어냈다. 모래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몇몇 조명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암전되고 배우들이 이동하는 그 때 들리는 사각사각 발소리는 앞뒤 사이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시간의 긴장감을 유지해줬다. 대사가 많이 없고 설명도 없는 불친절한 극이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웠는데, 이런 작은 부분들이 계속 집중력을 잡아주었다.



2. 대사, 움직임

 대사가 상당히 적은 극이지만, 그 대사의 대부분은 이아고의 것이었다. 오셀로의 대사는 단 몇 문장이고, 데스데모나는 한마디의 대사도 없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움직임과 이아고의 간단한 설명만으로 무대는 가득 찼다. 특히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표현하는 탈춤은 탈춤만으로 어떻게 무대를 채울 수 있는지 매우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탈춤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는 춤의 전개였고, 중간에 알기 쉬운 포인트들과 웃을 수 있는 포인트들을 넣어 지루해지기 쉬운 시간을 잘 채워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친절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세부적인 전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이아고가 잘 메꾸었다. 사랑을 나누는 부분 뒤에 이아고가 어디까지 이야기가 전개된 것인지 대사로 설명해줌으로 알맞은 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탈춤을 잘 모르기에 배우들의 탈춤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지만, 탈춤이 고정관념에서 탈출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잘 보여준 탈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3. 음악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아니라면 보통 극의 중심은 무대이다. 음악은 무대의 뒤에서 무대를 꾸며주고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음악 역시 무대로 당당히 올라왔다. 앞서 적었듯이 악단이 잘 드러난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단의 연주는 배우들과 메인 무대만큼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면서도 무대를 앞서가지도 않았다. 좋은 OST라고 평가받는 영화들을 보면 OST가 영화의 부분들 사이에 잘 스며들어 멋진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이 극 역시 각자 존재감을 잘 드러내면서도 탈춤과 음악의 조화를 잘 이루어냈다.

 악단은 장구, 북과 드럼, 콘트라베이스를 중심으로, 그때그때 여러 악기가 추가되는 구성이었는데 어느 순간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뮤지컬이 아님에도 음악을 앨범으로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음악그룹 나무는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멋진 줄타기를 선보였다. 흔해빠진 표현이지만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

 물론 한계가 없는 극은 아니다. 오셀로의 내용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극에 몰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불친절한 극이기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셀로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잘 만들어진 새로운 오셀로를 접할 수 있는 극이다. 극이 끝나고 오랫동안 박수가 이어졌다. 극장에서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이 극이 얼마나 좋은 극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프리뷰에서 ‘새로운’극을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기대를 너무나 잘 충족시켜준 극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

무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풀었지만 무대 사진이 없어 고민 끝에 글 중간에 사진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천하제일탈공작소.jpg


[김찬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