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춤사위만으로도 충분하다. 탈춤 '오셀로와 이아고'

글 입력 2018.01.1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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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춤사위만으로도 충분하다.
탈춤 '오셀로와 이아고'


"마음을 숨기는 탈을 쓰고,
춤으로 선보인다.
우리나라의 춤이 이렇게나 매력적이라니."


이번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는 탈춤 '오셀로와 이아고'입니다.

연초부터 정말 좋은 공연들을 만나보고 있어서 관객으로서 참 기쁩니다. 그리고 또 이러한 공연이 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아쉽기도 합니다. '탈춤'이라는 우리나라의 전통 춤이 보여주는 약 90분간의 공연은 황홀했습니다.
오로지 우리나라의 전통을 선보였다기보다는 전통을 중점으로 현대를 잘 접목해서 어떠한 것을 모르는 사람도 흠뻑 빠져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탈춤이라는 장르를 통해 선보인 서양 고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인만큼 '퓨전'이라는 가치가 독보이는 공연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합쳐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내는 것, 본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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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이아고, 데스데모나

본 공연의 등장인물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에 등장하는 주요 세 인물이 등장합니다. 공연의 시작은 데스데모나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시간을 거슬러 왜 그녀가 죽어야만 했는지, 오셀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아고의 이간질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줍니다. 이아고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란 얼마나 가벼운 것이라고, 질투와 의심을 뿌려놓으면 산산히 조각나기 마련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사랑이라는 감정에 질투와 의심이라는 이아고의 이간질에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본 공연의 시작부터 이아고는 그런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숨기는 탈'을 쓴 첫 번째 인물로 말이죠.

탈춤에서 탈은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탈의 모양, 입모양, 눈 크기만으로도 이 인물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첫 등장할 때 탈을 보면 이아고는 간신배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크게 웃고 있는 눈과 입은 그 웃음이 가식이라는 것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이는 듯합니다. 그리고 오셀로는 무겁고 표정이 쉽게 보이지 않는 탈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스데모나는 눈만 있고 입이 없는 하얀 얼굴을 한 탈을 쓰고 있습니다. 이 탈들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제각기 변합니다. 이 부분이 정말 본 공연의 클라이막스였던 세 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스데모나의 가면에 입이 생겨나는, 오셀로가 배신감을 느끼고 마냥 웃고 있는 탈을 쓰는, 그리고 마지막 이아고의 탈이 벗겨지는, 이 세 장면은 제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할 만한, 입을 벌리게 되는 그런 장면이었습니다. 인물들의 변화를 탈의 변화로 보여주는, 탈춤이라는 장르이기때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 인물들의 매력이 정말 잘 드러나는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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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사진이라 실제 공연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손짓, 발짓, 춤이 선보이는 감정의 끝

개인적으로 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무용만 하는 공연을 보러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탈춤도 역시 없었습니다. 춤이라는 분야는 자주 마주하면서도 깊이 다가가기에는 어려운 장르였습니다. 본 공연에서 그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배우분들의 손짓, 발짓, 동작 하나 하나 다 보임과 동시에 분명 탈로 표정을 감추고 있음에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본 공연이 소극장에서 선보여졌고 제가 맨 앞 줄에서 봤기 때문도 있겠지만 이를 목적으로 본 공연이 기획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탈춤은 옛날 대중들이 주로 소비하던 예술이었고, 마당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즉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고 가까웠습니다. 그런 탈춤을 이러한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슬퍼서 떨리고, 화나서 떨리고, 즐거워서 떨리고, 몸의 떨림 자체가 춤이 되는 그런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에 놀랐습니다. 세 배우님들의 열정적인 춤에 홀리는 90분이었습니다.

또한 그런 감정들을 극대화해주는 조명과 라이브세션의 음악은 공연을 더욱 완성도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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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세션, 국악과 현대 음악과의 조화

본 공연에서 또한 놀라게 했던 것은 90분을 끌어가는 음악이었습니다. 국악을 기반으로 한 퓨전음악이었습니다. 제가 극장을 나오면서 음악감독님이 누구이신지 팜플렛을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급하게 공연장에 입장하게 되어서 팜플렛을 차마 다 보지 못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실제 라이브 세션이 계신 줄 모르고 공연을 관람하던 중에 얼핏 흰 막 뒤로 보이는 실루엣들이 보였고, 한 과장(탈춤에서는 막을 과장이라고 표현합니다.)이 마무리 되며 암전이 될 때,  흰 막 뒤에 조명이 환해지며 암전이 된 사이 오로지 라이브세션분들께 집중되는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네 분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제게는 완벽하게 들렸으니 말입니다. 대금 연주자님의 호흡 소리가 들리는 그런 현장감 가득한 국악 공연을 쉽게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가까이에서 또한 정확한 악기 명칭은 막으로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베이스와 같은 현대 악기들이 같이 사용된 사운드가 활용, 고조되는 극의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켰습니다.

탈춤, 국악, 이러한 전통 장르를 활용한 이러한 시도들이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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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동행을 했던 언니는 커튼콜 때 꼭 흰 막을 올려 라이브 세션분들을 마주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그만큼 모든 부분에서 매력적이었고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탈춤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장르일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의 저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공연은 3일동안 진행되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만 이러한 시도, 공연들이 계속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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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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