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라는 기적에게 박수를 : Wonder [영화]

글 입력 2018.01.03 20: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가끔 나 자신이 주연도, 조연도 아닌 한낱 엑스트라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뭐 하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함 때문에 누군가의 들러리로 태어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한 것 같지도 않다. 아직 우리 사회는 '다름'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평범해서 괴롭고, 특별해서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서로를 미워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병들고 지쳤다. 혐오는 전염병과 같아서 타인을 혐오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나조차도 혐오하며 살았다. 이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원더'는 우리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
내용 중 특정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림1.jpg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지워질 수 있는 특별함

 이 영화는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어기(어거스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헬멧으로 자신을 감추며 살아온 그는 10살이 되자 부모님의 권유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특별함을 감추기란 쉽지 않아 상처도 받지만 어기는 끝까지 용기를 내어 그 속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이 영화는 분명 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원더'는 그런 점에서 신선하다. 영화는 어찌 보면 조연에 불과한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기의 삶의 들러리가 아닌 각자의 삶의 중심임을 보여준다. 감독은 극적이거나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위해서 어기의 이야기만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어기의 삶에서 벗어나 '평범한' 인물의 삶도 담으며 모두를 특별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어기의 특별함은 평범함 속에 지워진다.

 이 영화의 제목이 '어기'가 아닌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기처럼 특별한 사람만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단지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한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범한 '나' 또한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통해 우리는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movie_image2.jpg



전염을 이용하는 법, 친절로 세상을 바꿔라


 다른 것은 익숙하지 않다. 누구나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친절하기란 어렵다. '원더'는 모든 삶이 가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세상은 나의 친절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담는다. 이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원작자 R. J. 팔라시오는 "나는 사람들이 기회가 있다면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내면의 갈등과 맞서게 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맞서야 한다."고 원작이 담은 메시지에 대해 밝혔다. 실제로 누구나 '잭'처럼 행동할 수 없다. 외부의 압력이 있었지만 차별과 다름에 대해 인정하고 먼저 친절을 베풀기는 어렵다. 하지만 친절 또한 전염되듯 이것이 일상이 되고 반복되면 쉬워진다. 잭이 어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어려웠지만 ‘썸머’가, 그리고 어기를 괴롭히던 일당들이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한층 쉬워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시선은 바꿀 수 있다는 '터쉬만'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와 닿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선. 즉,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꾼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movie_imageDBVT5FVH.jpg



누구나 한 번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위대한 쇼맨'이 평범함 속 특별함을 강조했다면 '원더'는 특별함 속 평범함을 강조한다. 이는 각 챕터별로 다뤄진 어기의 누나 '비아', 친구 '잭', 비아의 친구 '미란다' 모두의 이야기를 통해 나타난다. 영화는 누구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삶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영화 속 몇몇 인물들은 무대에 선 채 등장한다. 어기는 물론, 어기의 삶 속 들러리라고 생각했던 비아도 자신의 인생에선 무대 속 주인공이 되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는 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낱 조연으로 전락할 수 있는 역할인 비아 또한 제 인생에서 박수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이처럼 영화는 어기의 독백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나조차도 나를 사랑하기 힘든 세상에서 나에게 박수를 준다 한들 어떻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나에게, 타인에게 친절한 박수를 쳐주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You really are a wonder." 당신은 정말로 하나의 기적이기 때문에.


movie_imageQDXXSWOZ.jpg



덧붙이는 말

 유독 2017년 말, 2018년 초에는 특별함에 대한 메시지가 많은 것 같다. 특별한 것 자체가 나다운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위대한 쇼맨'을 시작으로 모두가 특별하기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원더'까지. 콘텐츠가 가진 힘이란 대단하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상영관이 너무도 적어 이런 영화에게 상영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현재 흥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신과 함께', '1987'이 많은 상영관과 상영시간을 가지고 있는 반면, '원더'의 상영은 하루 2편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선택권이 무시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좋은 영화에 대한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적어도 상영관이 없어 좋은 작품을 보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TAG.jpg
 

[조수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