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화책을 펼치면 사랑이, 뮤지컬 줄리앤폴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1.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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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펼치면, 사랑이...'

뮤지컬 줄리앤폴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포스터.jpg
 

  "자석의 심장을 가진 여자가 철의 손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이라는 다소 생뚱맞고도 발랄한 발상으로 시작되는 뮤지컬, <줄리앤폴>. <줄리앤폴>은 2015년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뮤지컬 리딩 공모'에 선정되어, 2017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작품이다. 지난 해의 마지막 날, 특별한 소극장 뮤지컬을 찾던 중 보게되었는데  그 넘버와 분위기의 여운에 이 글에서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귀여운 #사랑스러운 #아기자기한 #동화책같은 뮤지컬



1889년 파리,
애완 쥐 나폴레옹과 함께 살고있는
줄리는 자석공장에 다니는 여공.

어느 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작업과 점심 식사를 동시에 해결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양손이 헷갈린 줄리는
그만 자석을 삼키고 마는데.....

 
  마치 어릴 적 한 장 한 장 빨려 들어갈 것만 같던 팝업북을 펼치듯, 예쁜 동화 같은 느낌의 작품을 만났다. 시놉시스처럼, "공장에서 일하던 줄리는 실수로 자석을 삼키고, 심장이 자석처럼 굳어가던 중 서커스단의 곡예사 폴을 만난다. 부상으로 철심을 박은 폴의 손이 줄리의 심장에 닿자, 자석이 철에 이끌리듯 줄리의 심장은 두근거리며 움직인다."는 사랑의 만남은 흐뭇한 미소로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줄리와 폴은 자석과 철이라는 운명적인 끌림을 가졌지만, 이들의 사랑에는 우연같은 우여곡절도 따른다. 모든 대립이 끝나고 사랑으로 화해하는 판타지적 요소 또한 충만하다. 이렇듯 줄거리가 어느정도 예측이 갈 정도로 헐겁게 짜여졌지만, 아기자기한 무대와 매력적인 캐릭터, 극에 꼭 맞는 옷과 같은 넘버들의 향연이 이러한 빈 공간을 메꾸어나간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세워졌던 에펠탑을 모티프로, 가상의 이야기를 덧입혀 극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극중 폴은 줄리를 구하기 위해 에펠탑 시공 현장에 뛰어드는데, 에펠탑은 이러한 사랑의 메인테마와 함께 극의 웃음포인트를 맡는 서브 테마가 맞물리도록 한다. 특히 당시 에펠탑이 미학적, 건축적으로 흉물스럽다며 거센 반대를 받았던 사회 분위기에 착안하여, 에펠탑 건립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시장과 예술적 이상으로 무장하여 이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예술가 집단의 대립적 구도를 서브테마로 설정하였다. 은연 중에 암시되는 집단적 이데올로기의 대립 구도는 현재와 무관하지 않은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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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줄리앤폴 공식계정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생쥐, '나폴레옹'의 캐릭터가 있기에 극은 조금 더 '동화책'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의 로맨스를 이어주는 든든한 조력자인 생쥐는 마치 영화 <슈렉> 속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귀여움이 철철 넘치는 매력을 가졌다. 장면 간 개연성이 떨어져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점은 극의 흠이라면 흠. 그러나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존재감은 이러한 개연성마저 눈감아줄 수 있는 한편의 동화를 탄생시킨다.

  서커스장과 에펠탑 모형을 교묘히 섞은 무대 또한 매력적이다. 서커스장에 온 듯 화려하게 수놓은 불빛, 천정에 유리병을 달아 반사시킨 아름다운 색감들, 옆 무대 아기자기한 소품에 묻어나는 세심함은 예쁜 동화가 눈앞에 펼쳐진 무대를 완성시킨다.

  무대 뒤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넘버 또한 낭만적이고 신선한 선율을 자랑한다. <모던타임즈> 속 공장을 연상시키는 반복적인 느낌의 빠르고 신나는 템포부터, 판타지적인 느낌의 넘버, 간간히 유쾌한 웃음을 주는 캐릭터들의 듀엣까지 동화 같은 느낌의 넘버들로 눈과 귀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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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줄리앤폴 공식계정
  

  겨울을 포근하게 감싸줄 동화 한 편과, 보기만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동화 속 캐릭터들, 잠들어있던 감성을 간질일 아름다운 음악과 무대의 삼박자를 보고싶다면 뮤지컬 <줄리앤폴>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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